검색

6월 셋째 주 이주의 싱글 - 윤석철·세진, 너드커넥션, 메타.

이주의 싱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칵테일은 예술이자 재미다. 제대로 섞여야 맛이 나고, 일희일비한 순간을 선사해야 한다. (2023.06.21)


윤석철, 세진 '칵테일 파라다이스'

처음 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숨겨왔던 진담을 꺼내고, 연애가 시작되고... 술은 각종 마법을 부린다. 평소 각별한 술 친구인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과 옥상달빛 세진이 만든 '칵테일 파라다이스'는 이런 술의 신비와 기쁨이 오롯이 담았다. 즐겁게 업되다가 끝내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순간, 흔들리고 뒤엉키는 취기까지도 말이다.

칵테일은 다른 맛의 재료가 섞여 새로운 맛을 낸다. 세진의 톡 쏘는 '청량함'과 윤석철의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산미와 당도가 조화롭다. 늘 '적당히'가 어려운 법인데, 리듬과 멜로디, 보컬이나 가사 어디 하나 어설프거나 어색함이 없다. 두 사람의 유쾌한 블렌딩이 가장 최신의 보사노바이자, 웰메이드 팝을 탄생시켰다.

'피나콜라다 모히또, 아이리쉬 커피, 올드패션 맨하탄 블루하와이' 같은 이국적인 단어는 독특한 어감을 만들고, '한 잔 더' 하며 반복되는 후크도 알싸하고 시원하다.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노래도 사뭇 인상적이다. 피아노처럼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음정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나가듯 유려하게 한 음 한 음을 오르내린다.

칵테일의 성서로 불리는 데이비드 A. 엠버리(David A. Embury)의 <칵테일의 예술(The Fine Art Of Mixing Drinks)>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칵테일은 예술이자 재미다. 제대로 섞여야 맛이 나고, 일희일비한 순간을 선사해야 한다."

멋진 칵테일을 음악에 담았으니, 그저 듣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들과 한 잔'이 간절해진다.




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 'I robbed a bank'

야성적으로 질주하는 전기 기타와 드럼, 심드렁하면서도 날 선 보컬, 모든 걸 시원하게 부숴버리겠다는 메시지까지. '좋은 밤 좋은 꿈',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와 같이 잔잔한 멜로디가 먼저 떠오르는, '어지러운 세상, 따뜻한 음악'을 전하던 감성 밴드 너드커넥션이 앰프가 찢어질 만큼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신조만은 굳건한 일탈이다. 전술한 그룹 슬로건의 핵심은 지키되 그 혼란에 대처하는 방식만 공격적으로 돌린 것. 질서가 무너진 자본주의 사회 속 화자는 체계의 중심인 은행으로 향했고 나아가 '은행을 털겠다(I'm robbing a bank)'고 거칠게 선언한다. 극단으로 치닫긴 하지만 관조를 멈추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든 너드커넥션. 투쟁 주체로 올라선 이들의 새 문법에 온기를 넘어 열기가 느껴진다.


 

메타. '모조'



오로지 랩으로만 승부를 본다. 일렉트로닉 단 톤 사운드 위에 '찾아내야지, 잡아내야지, 내 모조'란 묵직한 메시지가 뚝뚝 떨어지며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힙합 1세대 가리온의 MC 메타가 '메타.'이란 새 이름으로 발매한 싱글로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해 온 테크노 뮤지션 트랜지스터헤드(Transistorhead)가 작곡을 맡아 무채색의 강렬한 노래를 완성 시켰다.

누군가에겐 요새 힙합과 다른 밋밋함이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몇 번을 곱씹으면 단정한 사운드 너머의 꼿꼿한 시선, 신념 등에 금방 마음을 뺏긴다. 후반부 날카로운 전자음 사이 빽빽하게 내뱉는 래핑이 곡의 포인트. 힙합의 기본은 랩과 가사라는 듯 최소한의 재료로 탄탄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형'의 귀환을 알리며 발매를 앞둔 정규 음반을 기대하게 하는 곡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우리 중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신작. 어느 날 한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녀의 엄마에게 사적 제재를 제공하는 한 단체가 접근한다. 강렬한 서사와 반전 속에 난민, 소셜미디어 등 현대 사회 문제를 녹아낸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 끝에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곱씹게 될 것이다.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이 온다면?

시간 유전자를 이동하는 기술이 발견되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을 살 수 있게 된 미래. 타임 스토어를 중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자들의 흉악한 음모와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추격, 그리고 삶의 빛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작가의 신작.

경제의 중심에는 금리가 있다.

국제금융 최전선에서 활약한 조원경 저자의 신간. 금리가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자산 가치 증대와 리스크 관리에 필수적인 금리 이해를 돕기 위해 예금, 대출, 장단기 금리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금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는 책.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안효림 작가 신작. 화려하고 영롱한 자개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모의 맞벌이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신비로운 자개장 할머니와 함께 자개 나라를 모험하며 희망과 용기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한 보물은 가족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