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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특집] 이슬아 "근육, 친구 그리고 야망이 필요해요"

<월간 채널예스> 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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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대부분이 '말'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일매일 실감합니다. 후진 언어에 맞서서, 더 좋은 언어를 유통하는 게 출판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06.05)


예스24는 2015년부터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간 147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고, 180만 9798명의 독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문학의 힘을 믿는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기대합니다.


이슬아 작가 (ⓒ 해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마감하던 중에 소식을 듣고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두 주먹 불끈 쥐고 (육성으로) "예스"라고 외쳤습니다. 그만큼 좋았어요. 저는 대부분 제도권 바깥에서 자라고 일해와서 큰 상을 받을 기회가 잘 없었으니까, 상 욕심이 딱히 없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스24 젊은 작가상은 왠지 후보에라도 오르고 싶었습니다. 독자들께서 직접 뽑아주시는 상이라서 그랬나 봐요. 첫 책부터 가장 최근 책까지 12 권이 쌓여있는데요. 지난 5년간 정말 열심히 써온 글들이 이 상과 함께 영광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요.

첫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기억

박스와 테이프와 뽁뽁이부터 기억 나요. 완전히 가내 수공업으로 제작하고 배송했던 독립 출판물이었어요. 서울 망원동의 작은 빌라에 그 모든 책 재고와 포장재를 쌓아둔 채로, 엄마랑 매일 열심히 책을 포장하고 발송했어요. 그렇게 전국 책방과 독자님들께 책을 퍼뜨렸고요. 출판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모녀가 순식간에 1만 부를 팔았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벽돌처럼 두꺼운 첫 책을 만지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드디어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빈 문서를 켠 뒤, 마지막 줄에 일단 '끝'이라고 씁니다. 아직 한 줄도 안 썼을지라도 '끝'부터 써놓는 거예요. 그럼 이 글을 언젠가 완성했을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어요. 걔를 믿으며 지난한 마감을 시작합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근육, 친구, 그리고 야망입니다. 글 또한 몸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탄탄한 허리와 부드러운 목, 어깨가 필수인 것 같아요. 건강과 체력을 타고난 편이 아니라서 20대 때부터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그렇게 마감할 때 몸이 너무 아프니까요. 운동으로 보완한 근육과 체력으로 겨우 겨우 해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친구'인데요. 친구들 없었다면 글 어떻게 쓰나 실감할 때가 많아요. 친구들과 놀고 싸우고 사랑하다가 많은 일들을 겪게 되고, 친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니까요. 우정과 작가는 함께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친구들이 제 글을 가장 먼저 봐주고 감상을 전해주기 때문에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은 '야망'입니다. 정말 강력한 동기가 있지 않는 한, 글쓰기는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잦은 노동인데요. 제게 그 동기는 야망이었던 것 같아요. 문학으로 가세를 일으키고 싶다는 야망, 글로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는 야망 같은 거요.

이 세 가지가 있어야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노트북 거치대, 담배, 그리고 애인입니다. 노트북을 얼굴 높이로 올리는 거치대가 있어야 목과 등을 지킬 수 있지요. 담배는 퇴고할 때 꼭 필요합니다. 마감이 없으면 하루도 피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많아요. 그러나 글을 마지막으로 고칠 때 담배가 없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요. 오류도 잘 보이지 않고요. 제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애인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마감할 때마다 집 청소해주고, 설거지해주고, 커피 내려주고, 응원해주고, 어깨 주물러주고, 퇴고할 때 함께 봐주기 때문이에요. 마감하는 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제공해주는 파트너가 있어서 늘 황송합니다. 저도 애인이 마감할 때 똑같은 서비스를 돌려줍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한 명을 고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최근에 읽은 책으로 한정해 대답할게요. 요즘 가장 사랑하는 한국 작가는 홍은전입니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칼럼과 인터뷰와 생애사를 쓰시죠. 『그냥, 사람』도 좋고 이번에 새로 출간된 『전사들의 노래』도 좋습니다. 요즘 좋아하는 해외 작가는 비비언 고닉입니다. 『사나운 애착』과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중 도저히 한 권을 고를 수가 없네요. 둘 다 너무 재밌어서요.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가녀장의 시대』 드라마 각본 작업에 진입했기 때문에, 『딜레마 사전』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이야기에서 갈등을 다룰 때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타고난 낙천 때문일 텐데요. 좋은 이야기꾼은 갈등과 딜레마를 지독하고 첨예하게 쓸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 사전』을 읽으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소설이 다루지 않았던 딜레마가 드라마에서는 더욱 풍성해질 예정입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허리와 목과 어깨가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자발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글쓰기가 쾌락이라는 것을 자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둘러싼 여러 노동자 동료들에게 친절한 동료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사랑하는 편집자님들과의 새 책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책 만들기를 좋아하다보니 편집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 사랑은 마케터와 디자이너와 교정교열자와 인쇄소 기장님으로도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출판계에 지원을 끊고 훼방을 놓는 지방 자치 단체나 정부가 하는 짓에 분개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제가 가진 작은 신문 지면에서 그런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취재를 하며 어제 오늘을 보냈습니다. 일상적으로는, 가까운 친구들의 건강과 안녕을 살피고 있고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인생의 대부분이 '말'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일매일 실감합니다. 후진 언어에 맞서서, 더 좋은 언어를 유통하는 게 출판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출판계 동료들을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어요.



*이슬아

작가. 헤엄출판사 대표. 「상인들」로 제5회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가작을 수상했다. 2018년 첫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시작으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가녀장의 시대』,. 『날씨와 얼굴』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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