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넘어서] 책의 깊이와 뉴스의 빠르기가 만난다면? - 북저널리즘 인터뷰
<월간 채널예스> 2023년 4월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좋은 뉴스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주목해 보자. '북저널리즘'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에 관점과 전망까지 보탠 뉴스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2023.04.06)
수북한 말과 글이 쏟아지고 쌓인다. 빠르게 잊히고 대체된다. 어제의 뉴스가 오늘 뒤집히는 시절, 책을 넘어선 책이 필요하고 책이 아닌 책도 필요하다.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이상한 책의 시대에 읽는 것도 읽히는 것에도 전략은 필요하다. |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좋은 뉴스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주목해 보자. '북저널리즘'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에 관점과 전망까지 보탠 뉴스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오프라인 출판사와 온라인 미디어가 자연스럽게 맞붙은 북저널리즘에 대한 궁금증, 신아람 CCO(콘텐츠 책임자)를 만나 풀어봤다.
북저널리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책과 저널리즘이 만난 콘텐츠 그룹입니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주제를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다루는 곳이죠. 먼저 각 분야의 전문가와 북저널리즘의 에디터가 함께 만들고 있는 지식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매월 월정액을 내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모든 서비스를 만날 수 있지요. 또, 단행본 '북저널리즘' 시리즈, 월간 <스레드> 같은 종이책도 출간하고 있으며, 그 외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TALKS>와 같은 뉴스레터, 팟캐스트도 만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 및 저자로 참여할 수 있는 문도 언제나 열려 있답니다.
정보를 선별하고 글을 쓸 때 지키는 기준과 원칙이 있나요?
북저널리즘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독자들에게 '지금, 왜 읽어야 하는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삶과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 아이템 회의를 하거나 책을 만들면서도 저희가 끊임없이 하는 질문입니다. 글을 쓸 때는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키려고 해요. 첫째는 팩트가 틀리면 안 된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관점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논의들을 끌어와 소개해도 되지만 이 글로 인해서 누군가 피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자질과 역량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북저널리즘엔 멋진 인재들이 모여 있어요. 재능과 통찰력을 갖추었죠. 무엇보다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언제나 설득하고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매일 1시간 30분가량 아이템 회의를 진행하는데, 매번 자신의 발제를 준비하고 상대의 발제에 의견도 보태야 하죠.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고 늘 뉴스에 깨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일의 근육이 붙고 실력이 쌓이는 것 같아요.
북저널리즘을 구독하는 이들의 특징이 있다면?
북저널리즘은 젊은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젊다는 것은 세대를 의미한다기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분들, 성장을 향해 열린 혁신가들을 말하는 것이고요. 구독자의 성향을 연령대로 나누고 기사의 성격을 거기에 맞추진 않지만 실제 구독자분들은 25~34세에 몰려 있긴 합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요. 미디어나 언론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나 연관된 직업을 가진 분들의 비율도 높아요. 교육 분야에 계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이 독자와 함께 그려보는 세상은?
뉴스든 지식이든 읽는 걸로 끝난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어떤 사실을 혼자 알고 있는 것보다 그 사실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 담화들이 이어져야 의미가 있고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그 때문에 함께 모여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북저널리즘은 기꺼이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의 맥을 한발 앞서 짚고 싶은 이들을 위한 시리즈.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발행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통찰을 100쪽 내외 분량으로 담아 가볍게 들고 다니며 빠르게 내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근 책으로는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권리를 논하는 『모두의 운동장』, 토크 뉴스의 시대를 다룬 『뉴스, 토크하다』, 젊은 연구자가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을 담은 『한국에서 박사하기』 등이 있다.
북저널리즘 구독자는 매일 맥락과 관점을 담아 완결성 있는 지금의 이슈를 전하는 <explained>를 만날 수 있다. 오디오 해설을 통한 입체적인 콘텐츠 경험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 밖에 해외 유수 언론의 기획 시리즈, 북저널리즘의 종이책 등도 구독자에게 제공된다.
매주 토요일에 세계의 '현재'를 들려준다.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식을 실용적으로 전하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잡지.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 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한다. 지난 3월 호에는 스타트업을 주제로 '챗GPT', 'BingGPT', 'Bard'까지 논쟁적인 이슈들을 다뤘다.
가치와 취향을 담은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이자 독자와 에디터, 저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 오래 쓸 수 있고 기능적이며 아름다운 물건을 골라 제작자의 철학과 비전을 듣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한다. 최근에는 조명 업체인 일광전구를 만드는 사람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화분을 만드는 플라스틱아크의 이야기를 담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무료 발행하는 뉴스레터.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 혁신의 과정과 목표를 들어보는 인터뷰다. 패션 리사이클링 스타트업 대표부터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가까지, 폭넓은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북저널리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료 구독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독자가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논의해야 콘텐츠의 생명이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시사 이슈를 토의하고 비건 취향을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이슈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북저널리즘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뉴스를 탐독하고 정보를 모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현구·정원진·김혜림·이다혜·백승민(콘텐츠팀 에디터), 김지연(리드 디자이너), 권순문(프로덕트팀 디자이너) )을 만나봤다.
이현구 :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읽고 보고 듣습니다. 시의성 있는 동시대의 이슈를 다루고 물성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주로 온라인 콘텐츠를 보고요. 업무 중 틈틈이 흥미로운 논문이나 뉴스레터를 찾아보기도 하죠.
정원진 : 비웁니다. 기사, 칼럼, 논문, 뉴스레터, SNS 게시물 등 콘텐츠를 하루 종일 보다 보면 세상만사에 기가 빨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 많은 정보가 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판단하는 데에도 정보가 필요하다는 안타까운 점이 있죠. 그래서 열심히 채우는 동시에 열심히 비웁니다.
이다혜 : 소식에 민감하되 나를 지키려 합니다. 여가 시간에 취하는 정보들을 일이 아닌 제 일상과 연결 지어 이것저것 생각해 봅니다. 사람을 만나면 한 주제에 관해 길게 얘기하는 편이고요.
백승민 : 문장을 많이 쌓아두려고 해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문장을 발견하면 아카이브 해두죠. 사진을 찍거나 웹에 정리해 두는 식인데, 오래전에 정리한 문장이 떠오를 때, 그걸 쓸 수 있을 때 기쁩니다.
권순문 :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생각과 경험을 들으려고 노력해요. 시의성을 갖춰 관점을 전해야 하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현구 : 뉴스 선별의 필수 조건은 자신의 세계관과 인식 틀입니다. 그것이 축조되어 있지 않으면 정보 선별이 어려우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거시 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시하고 지나친 짧은 국제 뉴스가 내 삶에 들이닥칠 땐 나비 효과가 되어 있으니까요.
김혜림 : 재미있는지가 첫 번째 기준이에요. 물론, 재미라는 것에 굉장히 많은 세부 항목들이 덧붙는데요. 신선한 이슈인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질문은 아닌지, 각 쟁점에 담긴 무게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핍니다.
정원진 :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 6개 일간지의 지면 기사 제목을 훑어요. 흐름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서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데, 그렇게 매일 보다 보면 또 일주일간의 흐름이 보여요. 사안은 달라져도 계속 보이는 주제나 메시지가 있거든요.
이다혜 : 일상과의 관계성을 따져요. 너무 어렵거나 먼 이슈는 읽는 사람도 전하는 사람도 지치니까요. 반면제가 한 번이라도 경험했거나 평소 궁금해하던 주제는 글을 쓸 때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현구 : 기사를 쓰기 전에 문단별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구조를 잡아두면 70~80점은 확보합니다. 큰 틀에서 논리나 근거, 흐름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요. 문단 안으로 들어가면 각 문장을 잘 연결했는지가 중요해요. 각 문장은 짧을수록 매력적입니다. 호흡이 긴 문장은 지식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안 어울려요. 그렇다고 서툴게 분절하면 불 끄고 글 쓴 한석봉이 됩니다.
김혜림 : 정보는 다양하게 찾되, 해당 글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문장으로 정해 두고 작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많은 자료를 찾다 보면 저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글이 뒷걸음질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다혜 : '사람들은 생각보다 네 말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상기하며 글을 쓰는 편이에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글을 눌러 볼지, 어떻게 해야 스크롤에 지쳐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지 않을지 고민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는 놀라울 정도로 이 주제에 관심이 많다'라고 주입해요. 글쓴이조차 이 주제에 관심이 없다면 안 그래도 바쁜 현대인들이 이 글을 굳이 읽고 싶을까요?
백승민 : 일단 생각나는 걸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 끝으로 다 던져요.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어나 근거 없는 주장까지, 떠올랐던 건 죄다 써놓습니다. 그리고 깨달아요. 이대로 글을 제출하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트위터부터 논문까지 자료를 많이 찾는데, 많이 쌓아 놓을수록 희미하게라도 방향이 잡히는 것 같아요.
김지연 : 디자이너로서 일러스트를 개인의 상상력이나 역량에만 기대어 구현하지 않아요. 글을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일정한 문법을 사용하죠. '젊은 세대의 소비 동향이 오프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가 주제라면 우선 시각 언어 데이터를 모아둔 노션 페이지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시각 기호를 조합합니다. 그러면 '스니커즈를 신은 하반신이 컴퓨터 안에서 튀어나와 걸어나가는 장면'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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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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