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박사의 좌충우돌 대학원 생활 노하우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 김창현 박사 인터뷰
대학원 입학부터 박사 졸업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고 살아남은 남다른 노하우를 만나보자. (2023.03.22)
지리학 박사이자, 현직 공공 부문 연구자로 근무하는 저자의 7년에 걸친 찐 대학원 생활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담은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가 출간되었다. 국내 대학원생을 위한 가이드북을 집필한 저자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를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학원에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여러모로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수업 진행 방식뿐 아니라 지도 교수나 연구실 선배와의 관계, 그리고 논문을 쓰고 심사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그냥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틈틈이 메모해 두었고, 가끔 후배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내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메모를 다듬어 책으로 낸다면 대학원 생활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대학원 입학부터 박사 졸업까지 7년이라는 내 경험과 시행착오의 기록인 셈이죠.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논문 작성이나 지도 교수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원생에게 박사님이 얘기해 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제 책은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지도교수님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지요. 먼저 지도 교수님에게 자문하고, 일정도 상기시켜드리라는 조언을 책에 담았습니다. 심지어 지도 교수님을 만날 때 문서로 자신이 할 말을 써서 간다면, 지도 교수님도 이 학생의 논문에 대해서 결코 가볍게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주변 동료들을 잘 이용하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학원 연구실의 분위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동료 대학원생이거든요. 동료나 선배와 함께 공부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립적으로 생활한 경험을 갖고 있는 MZ세대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와 동료, 선배와의 관계나 소통에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서로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달라서 어쩌면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그래도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서로 존중하며 예를 갖추어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이 책을 6년이나 썼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를 써달라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대학원 다닐 때도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하면, 이런 책에 대해서 별로 호의적인 선후배를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다들 경험이 다르니까. 그런데도 대학원생이 겪어야 할 일은 놀랍게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고를 쓰면서도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지 저 자신을 설득시키는 것이 힘들었는데, 책이 세상에 나오기 두세 달 전에 확신이 서더군요. 다행히 읽은 분들은 좋은 책이라고 말해 주셔서 그래도 출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를 쓰면서 저자로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식당에서 돈을 내고 밥을 안 먹어도 나갈 수 있지만, 대학원에서 내가 학비를 냈다 하더라고 지도 교수 도장이 없으면 졸업하지 못한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어쩌면 대학원생의 현재와 미래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분이 지도 교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도 교수의 부당한 요구를 묵묵히 견뎌야 하는 부작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중요한 지도 교수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쓸모있는 조언이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지도 교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원칙과 실질적인 조언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고를 탈고하고 나서 이 문장이 마음에 가장 와닿았습니다. 지도 교수 문제로 마음이 무거운 후배들에게 나의 조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학업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대학원생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입니까?
책에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학사 일정을 챙기고, 자신의 논문의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이 써낸 글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남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학회를 가더라도 끌려가듯 다니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설명을 듣는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매사 임하는 것이 대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다른 책을 쓰거나 대학원에서의 경험과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습니까?
제 책과 관련하여 해당 내용으로 몇 번 강연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이 정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목마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대학원생을 만날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분께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김창현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간투자사업을 다룬 금융지리학 분야의 박사논문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우수논문상과 대한지리학회에서 그해 지리학 분야에서 선정된 1개 학위논문에 수여하는 남계논문상을 수상했다. 공주대학교, 대구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지리학을 강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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