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출 수 없는 발레리나와 쫓겨난 천재 발레리노
『그럼에도 파드되』 나윤아 작가 인터뷰
비슷한 모양의 상처를 지닌 두 발레 천재들이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마주 보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라니, 그 이야기를 만들게 된 배경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2023.02.17)
『공사장의 피아니스트』, 『안녕, 나나』 등으로 입체적인 캐릭터와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로맨스로 많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나윤아 작가의 신작이 3년 만에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발레X로맨스X성장, 『그럼에도 파드되』이다. 비슷한 모양의 상처를 지닌 두 발레 천재들이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마주 보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라니, 그 이야기를 만들게 된 배경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3년 만에 청소년 소설을 들고 돌아오셨습니다. 신작의 테마가 발레X로맨스X성장입니다. 특별히 발레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 TV에서 <퍼스트 포지션>이라는 발레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발레라는 무용을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춤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무용수들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의 분투는 전쟁처럼 격렬하고 치열해서 꼭 투사들이 사력을 다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간극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강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있는 발레라는 세계에 끌렸고, '이 매력적인 세계에 몸을 담은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쓰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 속에는 상처와 고민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발레리나 엄마에게 학대를 받은 발레 천재 '온두리'와 발레리노 아빠에게 강압적인 교육을 받고 지나친 기대를 받고 자란 역시 천재 발레리노 '강유리'가 등장합니다.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특별해보이기도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지, 가슴 속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시고 싶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파드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더 이상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사람을 상처 입히는 데 매우 탁월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 상처를 치료하고, 싸매고, 위로해줍니다. 상처에서 시선을 돌려서 내 주변의 좋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보기를 조심스럽게 권유하고 싶어요. 혹시 내 주변에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라고 한다면, 삶의 여정 어느 한 곳에서 반드시 만나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이야기의 좋은 일은 대부분 뒤에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더불어 '두리'와 '유리'를 통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주인공 온두리는 왜 발레를 하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발레에 이끌려 발레에 빠져들게 됩니다. 왜 발레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온두리의 삶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러한 질문이 우리에게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님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왜?', '어떻게?'라는 짧은 질문에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욕구를 가졌고 어떤 상처가 있는지 등을 알아차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차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통해서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독자님들도 때때로 나는 지금 무슨 느낌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런 상태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나에게는 무엇이 필요할지 등을 스스로에게 부드럽게 질문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나를 알아 차려보는 그 시간을 통해서 나 자신과 타인을 왜곡하지 않고 온전하게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발레 작품에 대한 설명, 무대 현장, 연습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정말 디테일하고 바로 눈앞에서 무용수들을 보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퍼스트 포지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발레라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하고 소설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발레에 관련된 책과 영화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직접 발레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고, 유튜브에서 발레를 하는 분들의 브이로그도 찾아봤습니다. 각 매체별로 발레를 이해하고 느끼는 데에 특유의 장점들이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변에 무용을 하는 분이 없어서 전문가에게 원고 내용을 검수 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 인터뷰를 빌어서 전공하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미흡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네요.
『그럼에도 파드되』의 백미는 18살 온두리와 강유리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서로를 궁금해하고 신경 쓰는 순간들인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온두리와 강유리의 마음이 알쏭달쏭하고 본인들도 규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온두리와 강유리라는 캐릭터를 창조하실 때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두리와 유리의 관계성의 키워드는 좀 복잡해요. 처음에는 긴장감과 부담, 묘한 적대감 같은 감정들이 뒤섞인 배틀에 가까운 관계였다가, 파트너가 되고 나서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가 안쓰럽고, 신경 쓰이고, 결국은 자꾸 도와주게 되고, 위로하고 싶어지니까요. 이 모습을 단순히 '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에 있네' 라고만 하고 끝내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어요. 두 사람은 비슷한 상처가 있고, 그 안에서 오는 애틋함이 있고, 서로를 통해서 상처까지 치유해나가고 있으니까요. 화다닥 타오르는 애정이라기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애정이라고 할까요.
답하다 보니, 저도 알쏭달쏭하게 답을 한 것 같네요. 두 사람의 성격을 설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성격의 애들이 만나면 재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만, 서로의 상처와 애정이 뒤얽히는 관계성의 설정은 좀 골치 아팠던 것 같아요. 둘의 감정의 흐름에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독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많은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탄생한 케미입니다.
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읽으면 좋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지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을 보고 바로 딱 떠오른 답은 '사람한테 질릴 때'였어요. 그럴 때 필요한 공감과 위로가 담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두리와 유리의 관계성에 빠져 있다가 나오면 마음이 한결 풀어져 있을지도 모르고요. 책을 읽을 때의 마음은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마음'이거나 '쉬어야지'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은 세상이잖아요. 이야기를 읽을 때만큼은 아무런 부담없이 편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독자님들의 마음에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하루하루 힘겹지만 멋지게 살아가고 청소년 친구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해주세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가 있어요. 살다보면 '삶이 나를 속이는 것 같은 순간'들이 많을 거예요. 세상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거든요. 우리 거기에 너무 집중하거나 마음을 내어주지는 말아요. 사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존재들이에요. 세상에서 들려오는 악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 소중함이 보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 아프고 나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쪽에 눈과 귀를 돌려봐요. 여러분이 그럴 수 있도록 저는 오래도록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게요!
*나윤아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을 다룬 신문 기사를 본 것이 꿈의 시작이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고 싶다는 절실한 열망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렇다. 대학에서 상담 심리를 전공했고, 지금은 초등학교 전문 상담사로 일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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