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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네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황의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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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를 펼치면, 제주의 핸드메이드 소품숍 '파앤이스트'의 주인장 부부와 그들이 직접 지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곱 식구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청명한 인디고 블루의 손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2022.12.02)

황의정 저자

아름다운 섬 제주, 그 동쪽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나누고,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는 다섯 털뭉치와 두 명의 인간이 있다. 15살 리트리버 '이두식'. 참외 한 봉지와 맞바꾼 귀가 큰 하얀 강아지 '다정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필사의 생존력으로 살아난 '덕천이'. 유기견 보호소에 잡혀갔다 돌아온 똑똑하고 사랑 많은 '슬기'. 새끼 다섯을 데리고 문턱을 넘어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 '미요'.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를 펼치면, 제주의 핸드메이드 소품숍 '파앤이스트'의 주인장 부부와 그들이 직접 지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곱 식구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청명한 인디고 블루의 손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실은 우당탕탕, 하루도 바람 잘 날 아니 털 잘 날 없는 일상의 풍경들이다.



첫 에세이 출간 이후 8년 만의 책입니다. 지난 출간 때와 비교했을 때 그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는 그때보다는 사람도 개도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개, 고양이 식구가 두 배 늘어서 집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당시는 제주 이주 초기여서 늘 들떠 있었지만, 지금은 제주를 대하는 마음이 많이 차분해진 것도 달라진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사이 파앤이스트(FAR&EAST)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도 변화에 포함되겠네요.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의 제목이기도 하죠, 작가님께서 반려견들에게 "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아침에 또 만나자!"라고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참 좋아하는데요. 맥락상 꿈 자체보다는 무탈히 맞이할 내일을 기약하는 말이긴 하지만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완벽히 달콤한 꿈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다섯 반려동물들이 꾸는 가장 달콤한 꿈은 무엇일까요?

한집에 사는 식구들이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소소한 하루하루가 물 흐르듯 잘 흘러가는 것이 저에겐 가장 완벽히 달콤한 꿈입니다. 일상이 흐트러지면 아침에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내려 마실 수 없게 되잖아요. 너무 바빠져서 저희가 페이스를 잃으면 개, 고양이들도 다 함께 지친 기색이 역력해집니다. 인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났던 경험을 되새기며 너무 바빠져서 정신적 육체적 임계점에 이르지 않기 위해, 일을 배분하며 그 이상 바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합니다.

네 마리의 개와 한 마리의 고양이 모두 제각각 세계가 다르다 보니 제가 그들의 꿈을 정확하게 짚어내긴 어렵겠지만 평생을 배가 고픈 노견 두식이에게 달콤한 꿈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맛있는 걸 원없이 실컷 먹는 것일 겁니다. 추측컨대 다정이와 덕천이는 너른 들판에서 최고의 속도로 신나게 뛰거나,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것 아닐까 싶어요. 슬기는 고양이를 쫒아 맹추격하는 것을 좋아하니 성공 확률이 낮은 사냥을 자유롭게 시도해보는 것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고요. 고양이 미요에게는 무엇이 제일 달콤한 일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는 특별히 달콤한 걸 추구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고 무엇보다 한낱 집사에 불과한 제가 고양이의 속내를 짐작하긴 어렵네요.

고양이 삼순이가 말을 알아들은 듯이 자신의 새끼들을 모두 데리고 온 사건이 인상 깊었는데요. 네 마리의 반려견들 그리고 고양이들과 마법 같은 교감을 했다는 생각이 든 또 다른 순간이 있었을까요?

집 뒷마당 컨테이너에서 미요가 출산을 한 일, 위기 상황에 처한 덕천이의 부름, 유기견 보호소에 찾아간 저를 쳐다보던 슬기의 차가운 표정, 저희 집에 저와 함께 사는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저에게 말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순간이 마법 같았고 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믿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비교적 최근이었고 주인공은 우리 집 반려동물 라이프의 장을 연 두식이었습니다.

책의 원고 마감이 한창이던 지난 4월에 두식이가 많이 아팠습니다. 나이가 많은 노견이다 보니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 갔지만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처치실 베드 위에 누워있는 털뭉치를 쓰다듬다가 두식이의 귀에 대고 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지금은 안 돼, 두식아. 책에 네 이야기가 많다고, 일어나." 굉장히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두식이는 기적처럼 그날 밤을 무사히 넘겼고, 서서히 회복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무사히 탈고를 할 수 있었고, 그동안 써온 두식이의 이야기를 다듬고 그려둔 그림들을 고르고 골라 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에 등장하는 두식이와 다정이, 덕천이, 슬기, 미요 저마다의 사연들이 마음에 깊이 와닿아서 책을 덮는 순간에는 어느새 다섯 아이들 모두에게 정이 든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글에 묻어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작가님처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꿈꾸고 계신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미 그런 꿈을 꾸고 계시는 독자님이라면 굳이 할 필요 없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인연이 다가온다 싶으면 따듯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정을 하지 못해 번뇌했던 시간들조차 그 인연이 나와 맺어지고 난 후에 되돌아보면 너무 아깝거든요.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이 희생해야 한다고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같이 살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희생인지 경계가 아주 모호해지는 지점이 옵니다. 작은 배려에도 행복해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도 덩달아 사랑이 차오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시기가 되면 너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 이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겁니다. 그냥 뚜벅뚜벅 같은 길을 함께 걷듯이 살게 됩니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_「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 삶을 대하는 태도」 본문 중

글 곳곳에서 공간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공간에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래서일까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푸른색 삽화들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특별히 가장 아끼는 삽화가 있으신가요? 어떤 장면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 삶을 대하는 태도」의 삽화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림 속의 고양이는 지금보다 조금 날씬한 미요입니다. 당시 저는 『소금 지방 산 열 』의 한글 캘리그라피 작업 마무리 중이어서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서 글자를 쓰고 스캔을 받고 편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미요는 저를 지키는 것인지 그저 잠을 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스캐너 위에서 식빵을 굽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난데없이 키보드를 콱 밟으며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실재하는 고양이를 곁에 두고 그린 그림이었고 글자가 들어간 부분은 『소금 지방 산 열』의 인포그래픽이 제 그림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아 나름의 추억이 많이 담겨 있어 더 애정이 갑니다. 그리고 「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제목처럼 캡션으로 적힌 말들은 실제 저에게 늘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어서 볼 때마다 환기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스런 미요가 인간 집사에게 전하는 깨알 메시지가 담겨 있어 더 특별하달까요.

책의 전반에 평화롭고 안온한 삶을 그리는 작가님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안온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마음가짐이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인생 철학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매일 하는 일들을 건너뛰지 않고 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아침저녁 두 번의 산책과 잠들기 전의 일기 같은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루틴이 되어 저를 단단히 잡아주고, 그 시간이 쌓여 진짜 별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결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할 순 없지만, 지금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들을 꼽는다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매일 거르지 않고 하려고 애쓰는 산책과 너무 졸려서 해독 불가의 글자를 쓰게 될지라도 일단 펼치고 보는 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연남동의 빈티지 샵부터, 제주도의 렌트 하우스, 지금의 소품 샵 '파앤이스트'까지 작가님께서 여태 애정을 담아온 모든 공간이 작가님과 가족들만의 따스한 '필로스 앤 소피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앞으로 또 다른 '필로스 앤 소피아'에 대한 계획이나 꿈이 있으실까요?

최근 기존의 가구 매장으로 파앤이스트의 메인 매장을 확장 이전했고 사거리의 작은 가게는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가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엽서나 포스터 등 종이로 된 물건들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최근엔 손그림과 글씨 등을 넣은 엽서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지금 파앤이스트의 제품들처럼 핸드메이드의 결이 느껴지는 쪽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doodaamee(두식, 다정, 미요의 이름 앞글자를 딴 것)'의 로고가 붙은 좀 더 서정적이고 쓸모 있는 개, 고양이의 그림이 가득 들어간 굿즈들로 그곳을 가득 채워보고 싶습니다.



*황의정

빈티지 숍 엣코너의 주인장이었다가 지금은 제주에 내려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앤이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 동쪽의 작은 마을에서 남편과 강아지 넷,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나이 드는 삶에 열심히 적응 중이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황의정 저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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