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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이유리, 식물을 가꾸듯 소설을 씁니다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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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의 소설은 산뜻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일단 입에 넣어보라고 주저 없이 권할 수 있는 소설. 한번 맛을 보면 과즙이 흘러나오듯 환상이 서서히 번져오는 이야기. (2022.10.04)


이유리는 능청스러운 상상력이 가득한 소설을 쓴다. 읽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는 상큼한 소설을 쓰는 것이 목표다.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를 썼고 『괴담』『인어의 걸음마』 등 여러 SF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산뜻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씁니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이유리의 소설은 산뜻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일단 입에 넣어보라고 주저 없이 권할 수 있는 소설. 한번 맛을 보면 과즙이 흘러나오듯 환상이 서서히 번져오는 이야기. 식물이 어느 날 꽃을 피우듯이, 이유리의 소설에서 환상은 문득 찾아와 일상 한 구석을 차지한다. 죽은 아버지가 식물이 되고,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캐릭터들은 천연덕스럽게 일상을 지속한다. 마치 물을 주고 가꿔야 할 화분 하나를 얻은 것처럼.

이유리는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소설 쓰기는 오래 지속해 온 그의 습관이자 일이었다. 수상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그는 회사원의 일상을 살았다. 바쁜 업무 중 어떻게 소설을 썼느냐고 묻자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불 꺼진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소설을 썼어요." 

그렇게 탄생한 8편의 이야기가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로 묶였다. 최근의 일상을 묻자 그는 "소설 쓰기를 빼면 평범하다"라고 답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어요. 제가 사실 엄청난 집순이거든요. 고양이랑 거북이랑 식물을 돌보며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지내죠. 틈틈이 장편 소설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 최근에는 커스터드 푸딩에 꽂혔어요. 밥그릇 크기로 여러 개 만들어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걸 즐기고 있어요. 하하."

소설이 탄생하는 장소는 대부분 집이다. 낮보다는 밤에 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주 늦게 자고 조금 늦게 일어난다. 글이 막히면 긴 잠을 잔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머리는 계속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자고 일어나면 막혔던 부분이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그 외의 시간에는 초록빛 나무와 푸른 물이 있는 일산 호수 공원에 간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조용히 명상을 하고 물을 보며 걷다가 돌아온다.

"일산 호수 공원은 제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예요. 집에서도 가까워서 혼자 산책하러 자주 오는데요. 특히 무지개 모양 조형물과 그네 의자가 있는 장소를 좋아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여기가 호수 공원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 같아요. 물과 무지개를 바라보면 기분이 차분히 가라앉죠."




이유리의 소설을 읽다 보면, 식물과 동물을 정성껏 돌보고 관찰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감각들과 마주친다. 매끈매끈한 빨간 열매와 푸릇한 풀 냄새. 인간에게 조심스레 말을 거는 수조 속 이구아나. 실제로 이유리 작가의 또 다른 정체성은 '회색 고양이 온유와 작은 거북이 무, 각종 식물들의 게으른 집사'다. 공식 이메일 주소가 'onyuthegreatestcat'일 정도로 고양이 온유를 아끼고 사랑한다. 팟캐스트 〈임이랑의 식물수다〉에서는 '식집사'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른 화분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흙이 사르르 물을 먹는 소리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예스24 최근담' 발행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식물을 통해 사랑의 새로운 방식을 알아간다고 말했다. 식물마다 필요한 비료와 물 주는 횟수가 다르듯이 "사랑이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죠?'

그간 많은 인터뷰에서 이유리는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지만, 그의 상상력은 평범한 일상에서 온다. 좋아하는 일들로 시간이 채워지는 하루. 취미를 묻자 소소하지만 긴 리스트가 이어졌다.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뜨개질이에요. 한번 시작하면 무아지경으로 뜨개질을 하죠. SNS에 온통 뜨개질 이야기밖에 없을 정도예요. 친구들과 시간이 맞을 때는 마이크를 켜놓고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기도 합니다. 실력은 별로지만 재미있게 해요. 그 밖에도 반찬 잔뜩 만들어서 냉장고에 쟁여 두기, 온라인 아이쇼핑, 식멍(식물 멍하니 바라보기) 등이 제 취미입니다. 말하고 보니 다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네요.(웃음)"

오늘 저녁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감’이라고 답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소설을 내놓고 있다. 노션으로 깔끔히 정리된 그의 발표작 목록은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최근에는 '예스24 최근담' 시리즈의 첫 작가로서 '식물 가꾸기'를 소재로 한 짧은 소설을 발표했고, 직접 오디오북을 녹음하여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최근의 고민은 뻔하지만 건강이에요. 생애 처음으로 수면 내시경을 받았는데,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어요. 살아남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정말로 온 것 같습니다.(웃음) 예스24 젊은 작가에 올랐다는 건 뒤늦게 알았어요. 후보가 된 것부터 신기했는데, 선정까지 됐다니 정말 놀랐죠.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이유리 유니버스가 도달할 다음 상상력은 뭘까? 최근작을 묻자 이유리표 질문이 나왔다. 

"슬픈 기억을 지닌 사람이 술병에 들어가 맛난 담금주가 된다면 어떨까?" 

'이유리 님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주변 지인에게 권했다'는 리뷰를 만날 때 가장 기쁘다는 소설가. 오직 이 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큼함을 한껏 즐기는 독자들이 있는 한, 이유리의 상상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유리

'능청스러우면서도 낯선 상상력과 활달한 문체가 인상적'이라는 평과 함께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식물과 고양이를 사랑하고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소설을 쓴다. 문학 플랫폼 <던전>의 운영진으로 활동했고, 『괴담』, 『인어의 걸음마』에 표제작을 수록하는 등 여러 SF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브로콜리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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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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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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