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나와 잘 관계 맺는 법
책읽아웃 - 이혜민의 요즘산책 (286회) 『매일을 헤엄치는 법』
우리가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인맥 만드는 방법, 사회생활 잘 하는 법에 대해서는 많이 궁금해하고 배우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과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2022.08.31)
김상훈 : 새로운 개인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팟캐스트를 일로 하는데 취미로도 하게 된 거죠.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팟캐스트이고, 아무 부담없이 마음대로 하는 중이에요.
이혜민 : 저도 들어봤는데 훨씬 더 편안하게 들리던데요? 저는 중요하게 공들인 프로젝트가 끝나서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영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고요.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전시도 보고, 비건 음식도 먹고, 집도 좀 정리하고요.
김상훈 : 저희가 공통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산책 가이드 혜민님, 오늘의 산책길은 어떤 길인가요?
이혜민 : 질문을 먼저 드려 볼게요. 상훈님은 처음 혼자가 되었던 순간이 기억 나시나요? 그때 어떠셨어요?
김상훈 : 저는 사실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그것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서 신나고 재밌었어요. 혜민님은 어떠셨나요?
이혜민 : 저는 처음 대학을 가게 되면서 혼자 상경했던 열아홉 살이 생각나고요. 또 한번은 20대 중반에 첫 퇴사를 하고 혼자 지냈던 몇 개월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때 내가 이런 시간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우리가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인맥 만드는 방법, 사회생활 잘 하는 법에 대해서는 많이 궁금해하고 배우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과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 사실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인생에서 혼자가 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고민을 저는 20대에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20대 때의 저를 떠올리면 참 많이 울기도 하고, 찌질했던 거 같아요. 그럴 때 무너지지 않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뭘 했어야 했을까? 그게 바로 나 자신과 잘 관계를 맺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나 자신과 잘 관계 맺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김상훈 : 이번 산책길에도 지도가 있을까요?
이혜민 : 이게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조금 찾아보자면 MZ세대들 사이에서 '혼놀' 문화가 또 열풍이라고 하더라고요. '혼영', '혼여', '혼생네컷'하는 분들이 많아졌고요. 그런데 이것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건데 돈 없이 혼자가 된 사람들도 있어요. 요즘엔 퇴사하고 바로 이직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을 '니트족'이라고 하잖아요. 최근 기사를 찾아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그런 니트 상태 청년들이 2억 8,200만명이라고 해요.
제가 최근에 니트족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도 있는데요. '니트생활자'라는 커뮤니티였는데, 니트족 청년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였어요. 이 커뮤니티에 매년 신청자가 어마어마하게 몰린다고 하더라고요. 나가도 만날 사람이 없고, 돈도 없으니까 혼자 뭘 해야할지 모르는, 그런 분들이 모이는 거죠. 이런 걸 봤을 때,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나 자신을 기준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김상훈 : 그러면 오늘의 산책을 위한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혜민 : 오늘 산책을 함께할 책은 『매일을 헤엄치는 법』이라는 책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그림 유튜버 이연 작가님의 신간이고요. 그림 에세이입니다. 지금은 8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인 지금의 이연을 만들어 준, 어떤 한 시기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 책을 딱 봤을 때, 표지가 수영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책 중간에 수영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집어 들고 순식간에 읽어내려 간 책입니다. 요즘 제가 수영을 배우고 있잖아요. 사실 이 책이 제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고 '수영 정말 하고 싶다, 못한다고 생각했던 거지만 어쩌면 나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상훈 : 저자인 이연님에 대해서 좀 더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혜민 : 이연님을 그림 유튜버로만 아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살짝 소개해드릴게요. 본명은 '이연수'이고요. 미술을 전공했지만 그림은 돈이 안된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5평 방의 월세 45만원을 내기 위해 6년간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퇴사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본명인 이연수에서 돌림자였던 '수'를 빼고 '펼칠 연'자를 써서 이연이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여줬어요.
어딘가에 소속된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 소속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고요. 그때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해요. 처음에는 그냥 혼자 그림 그리는 걸 올리는 채널이었다가 누군가 '그림 그릴 때 망칠까 봐 겁이 나요'라고 댓글을 단 걸 보고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영상을 만듭니다. 그리고 갑자기 소위 '떡상'을 해서 200명이었던 구독자가 일주일 만에 2만 명이 되고, 그 뒤로 2년 사이에 지금처럼 80만 구독자가 보는 채널이 된 거죠.
김상훈 : 이 책이 오늘의 산책 주제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이혜민 : 이번 산책 주제가 '나 자신과 관계 맺는 법'이라고 했잖아요. 이 책은 이연 작가님이 지금의 이연이 되기 직전, 퇴사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던 1년 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건강도 좋지 않은 채로 돈도 없이 퇴사를 한 27살의 이연이 5평짜리 방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어둡고도 찬란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군가는 지금의 아주 잘 된 이연을 보고 원래부터 멋지고 말도 잘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이연 님은 이야기해요. 그 시간이야말로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시간이었던 거죠. 누군가가 바닥을 치고 다시 떠오른 그 순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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