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물 3만 독자가 사랑해준 에세이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강송희 저자 인터뷰
이별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 이별이 힘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 시간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파해도 괜찮아요. (2022.07.28)
독립 출판계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단행본 재쇄를 거듭한 에세이가 개정 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은 기존 도서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과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에서 글을 추리고, 40여 편의 새로운 신작 글을 더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여러 번 읽고 곱씹어도 감성이 깊게 배어 나오는 글에 수만 명의 애독자가 지금껏 꾸준한 사랑을 보내와 가능한 일이었다. 5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저자의 더욱더 따스해진 온도를 함뿍 담아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모든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한 권이 탄생되었다.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은 전작 이후 4년 만에 다시 묶여 나온 에세이입니다. 이 책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제 20대와 30대의 순간을 기록한, 저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책이에요. 2016년 독립 출판물로 출간했던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과 2017년에 개정 출간한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에 수록된 글과 더불어, 이번에 새롭게 쓴 50여 편의 글이 수록된 책이거든요.
그래서 처음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제작 미팅을 했을 때에도, 편집자님께 앞선 두 책과 새롭게 쓴 글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구성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어요. 아무래도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시선들이 조금 달라진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작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제 의도를 편집자님께서 잘 알아주시고 조화롭게 편집해주셔서 책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작가님은 어디서 영감을 찾으시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영감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받는 것 같아요.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은 글감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그저 스쳐갈 수 있는 사소한 경험이라든가, 눈에 보이는 찰나의 장면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서둘러 메모를 해두는 편이에요.
그 감정들을 글로 표현할 때에는 한 가지 감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한 상황에서도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섞어서 글을 쓰고 있어요. 무엇보다 글을 쓸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해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 감정이 남에게 터놓기 조금 불편한 감정이든, 부끄러운 감정이든 글을 쓸 때만큼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솔직한 마음을 쏟아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럴 때 많이 공감받는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한 권의 에세이에 3만 명의 팬이 생긴다는 건 드물고 귀한 일입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모르겠어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는데요, 딱 ‘이거다.’ 싶은 답을 여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굳이 한가지를 생각해보자면 제가 글을 쓸 때 멋을 부리지 않으려 하고, 나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 독자분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고 후기를 남겨주시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에요. 제가 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언제나 감사하면서도 저를 두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수록작 「마지막 열차」에서 '이번 사랑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뒷모습」에선 이제 그 사람에겐 내 표정이나 일상이 보이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또 하나의 시작」에선 이별 후에도 홀로 사랑하는 마음이 공감 갑니다. 이별의 상처를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신다면요?
'이별'이라는 단어만큼 평생도록 적응할 수 없는 단어도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맞이하잖아요. 이별이라는 것은 결국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있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이고, 그 대상은 매번 달라지니까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이별은 언제나 ‘처음’인 것이죠.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곁에 있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것만큼 허망하고 쓸쓸한 감정은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우리 인생은 한정적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별의 과정을 충분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 지난한 시간을 오롯이 견디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지만, 그 또한 내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때의 힘들어하는 내 모습도 아껴주었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남들은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조금씩 나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이별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 이별이 힘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 시간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파해도 괜찮아요.
사랑하지만 너무 아픈 사랑, 너무 힘든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그만둬야 하는 걸까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너무’라는 말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붙이는 말이잖아요. 말 그대로 ‘너무 아픈’ 사랑은 그만두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랑'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나를 행복으로 데려가야 할 사랑이 나를 갉아먹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그건 더 생각해볼 것도 없이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이라는 존재 안에는 나를 향한 사랑도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와 상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요.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에는 어른의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도 담겨 있습니다. 어른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야 하거나, 섣불리 타인에게 기대는 게 불안하고, 오랜 인연도 때로는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작가님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고 관리하시는지요?
인간관계는 관리한다고 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외려 ‘관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는 순간 더 관리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그저 그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상대와 함께하는 그 시간, 그 순간에 집중하고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는 다시 돌려받을 생각 같은 것을 애초에 하지 않아요. 그리고 상대에게 무언가를 받았다면 반드시 작은 것이라도 보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감사해요’, ‘미안해요’라는 말은 그때그때 하려고 해요. 반드시 그 순간에 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을 만큼 제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그 에너지를 나에게 돌려서 나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하거든요. 너무나도 다른 존재들이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거리 두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부정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예요. 요컨대 내가 단단하고 안정되어 있어야 타인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의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사랑’이라는 추상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쓸 수 있을까, 고민했던 순간들이 저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 책에 수록된 50여 편의 새로운 글들을 작성하는 동안, 저 역시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이 된다는 것만큼 작가에게 감사한 일은 없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는 게 너무 힘이 드는 날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건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콧방귀를 뀌게 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날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런 시기에 다시 저를 일으켜주었던 것은 결국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떤 형태였든,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해주었던 것들은 전부 ‘사랑’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랑이 사치스럽다고 느껴지는 분들에게도 저의 마음이 가까이 닿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제 글이 여러분들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단 한 순간이라도 막혔던 숨을 내쉬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강송희 새벽 산책과 간절기의 냄새, 그리고 올바르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불안과 걱정으로 물든 밤에 문득 들여다보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 동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단단히 뿌리내리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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