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장르를 묻는다면 이제는 더 이상 무명 가수 30호가 아닌 '이승윤'이라 답할 것이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우승자 '방구석 음악인'이 대중 매체의 환호 세례에 첫 정규로 화답했다. 찬란한 성공 신화에 안주하지 않았다. 급부상한 스타에게 기대할 법한 감동 스토리나 격려의 말 대신 늘 하던 대로 유별난 철학과 정신을 새겨 넣을 뿐이다.
마초적이면서도 섬세한 목소리와 밴드 세션이 앨범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 과거 적을 두었던 그룹 '알라리깡숑'과 함께 음반 위에 브릿팝과 한국 모던 록의 향취를 짙게 흩뿌렸다. 청명한 선율의 프로듀서이자 메인 보컬을 담당하는 이승윤은 고음에서 몽니처럼 울분을 폭발시키다가도 음역대를 낮출 때에는 잔나비를 연상시키며 감정선을 조율한다.
록 사운드 위 인문학적인 가사는 우리 삶의 양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부드럽고 일상적인 단어들로 공감대를 형성해 차트를 저격하는 요즘의 작법과 차별점이 뚜렷하다. 도리어 그의 시선에 닿은 소재들이 사회의 명암을 비추는 순간 가슴 한켠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한 편의 신랄한 에세이 같았던 '영웅 수집가'처럼 '교재를 펼쳐봐'는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건을 방치한 사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도킹'과 '구름 한 점이나'에서는 소년의 모습으로 부푼 꿈을 늘어놓기도 한다.
울적한 해학을 견지하는 인생관은 '코미디여 오소서'에서 두드러진다. 사회의 쓴맛에 실소를 보내는 듯 뚜렷한 기타 리프는 비정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친 이들을 아듬어준다. 고독한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결코 절망을 바라보지 않는다. 곡명처럼 코미디를 호출하는 후렴구나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을 잡은 후반부 트랙은 어둠 속 무지개를 드리우며 이상향을 꿈꾼다.
빈정거리듯 건네는 희망이자 우울로 침전하는 사회를 향한 저항 정신이다. 침체된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은 비관적인 상황에 억지 눈물로 공감을 쥐어짜기보다 세상을 향한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노래하는 인문학도 이승윤이 새 시대의 록 스피릿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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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승윤>20,800원(19% + 1%)
‘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 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발매 어느 날 친구가 그랬습니다. 너의 음악은 빈정거리는 희망 같아. 저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맥락은 역시 '빈정거리는 희망'입니다 저는 염세주의와 이상주의는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염세를 알아야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