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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당신은 덕후이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75회) 『서른다섯, 늙는 기분』,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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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7.21)


불현듯(오은) : 어제 방송된 홍한별 작가님의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 수록된 벤다이어그램을 참고하면 ‘덕후’는 지능과 집착이 결합된 개념이더라고요.(웃음) 오늘 주제는 '내게 조금이라도 덕후 기질이 있다면 이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서른다섯, 늙는 기분』 

이소호 저 | 웨일북



이소호 시인님은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무려 네 권의 책을 출간하셨어요. 이 책을 보니까 왜 그렇게 됐는지 알겠더라고요. 시인님의 작품이 ‘펜 아메리카 문학상’에 노미네이트가 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워서 여러 곳에서 책 계약 요청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런 출판사의 러브콜들이 고마워서 많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서를 한 쪽에 두고 보니까 글을 쓰지 않는 한 그것이 다 나를 옥죄는 문서들이고, 빚인 거죠. 그래서 매일매일, 별다른 일이 없으면 글을 썼습니다. 스스로를 집순이라고 하는, 정말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하니까요. 한편, 보통은 경험이든 상상이든 글을 쓰게 하는 소재가 필요한 법이죠. 이소호 시인님은 책마다 다른 결, 다른 주제를 담고 있거든요. 이렇게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서요. 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마지막까지 끌어 담아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책은 이소호 시인님의 전매특허인 솔직함과 어느 정도의 발칙함이 어우러진 글인데요. 이건 나에 대한, 스스로의 경험에 대한 덕질이 없으면 불가능하거든요. 자기애가 넘친다는 게 아니고요. 자기혐오든 자기애든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잖아요.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때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다 녹아 있다는 점에서 이소호 시인님에게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바를 하나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덕후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소호 시인님은 자신의 책 굿즈를 직접 만듭니다. 자기 책에 대한 덕질을 하는 거예요. 스티커든 연필이든 여러 가지 제품들을 보고, 이 책과 가장 걸맞은 것을 고민한 뒤 굿즈를 만드는데요. 제작에는 비용이 들잖아요. 그 돈을 벌기 위해서 또 글을 쓰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스스로를 어쨌든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것이고요. 책에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고 쓰셨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발견해 가면서 덕질을 계속하시면 이소호 시인님의 꿈이 곧 이루어지리라 믿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올해로 와보겠다. 사람들은 묻는다. “너 부자 아니야? 책 많이 팔았잖아.” 나는 운이 좋았기에 단행본, 그중에서도 시집을 참 잘 팔았다. 단행본 중 하나는 미국에 번역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이 나오면 자꾸 가난해졌다. 태생적으로 뭐든 퍼주길 좋아하는 나는 책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보기 위해 과거 광고 회사에 다니던 마케터의 마음으로 스티커를 제작했고 이것저것 일을 꾸몄다. 그리고 책이 나오면 늘 책보다 뭔가를 더 줬다. 그 탓에 손해가 나기도 했다. 일은 자꾸 손해를 일으키는 법이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조원희 글·그림 | 사계절



상반기에 읽었던 국내 작가 그림책 중,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책 덕후라면 이 작품은 안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가져왔습니다. 특별히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숲』과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를 가지고 왔는데요. '숲편'은 2012년에 나온 초판을 다듬어서 다시 낸 작품이고요. ‘호수편’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서 출간된 작품이에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가끔 신간이 나오면 작가분들의 인터뷰 원고를 보내주셔서 <채널예스>에 정리해서 올리곤 하는데요. 조원희 작가님의 인터뷰 원고를 보는데 참 좋았던 부분이 있어요. 출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이렇게 해주셨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 작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제 책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이 책에 나오는 어느 누구도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나 주제가 아닌 캐릭터가 먼저 자연스럽게 나와서인지 상대적으로 덜 경직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기본적으로 자기 작업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표현이 저에겐 너무 놀랍고도 이해가 되면서 또 호기심도 생기고 그랬습니다. 아직 작품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답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거였을 거예요.

“이 책에 나오는 어느 누구도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든다.”

'호수편' 표지를 보면 뚱보 아줌마가 발끝을 살짝 올려서 물속에 있는 것 같죠. 물 위에 있는데 물고기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깊은 숲 속에 뚱보 아줌마의 뒷모습이 나오고요. 뚱보 아줌마가 수영을 하기 위해 준비 운동을 해요. 준비 운동하는 모습도 참 고요하고 평안하고 멋있습니다. 

그러다 참 귀여운 장면이 나오는데요. 뚱보 아줌마가 물고기들이 놀랄까봐 호수를 조심조심 걷는 거예요. 그냥 걸으면 물고기들이 깜짝 놀랄 테니까요. 한편, 뚱보 아줌마의 취미는 물에 빠진 개미를 건져주는 일이고요.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이 아줌마를 간지럽히는데, 자신이 물고기를 간지럽히는 것도 좋아해요. 그리고 또 좋아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거예요. 그때 커다란 새소리가 나오고 근육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작가님이 '뚱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말씀하셨거든요. 사실 뚱보라는 게 누군가의 체격을 놀릴 때 사용하는 단어인데, 이 단어를 바꿔보려고 대안을 찾았지만 어색하고 이상했대요. 그러다 이 작품 자체가 외모에서 오는 선입관을 깨뜨리는 이야기니까 에둘러서 표현하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고, 그래서 뚱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살렸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다정한 이야기가 고프신 분들께 정말 추천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저 / 정아영 역 | 서해문집



덕질이라는 것도 더 잘하는 성향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완전히 몰입해서 끝장을 보는 그런 덕후는 못 되고요. 그나마 얕고 오랫동안 다양하게 덕질하고 싶은 영역들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영역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역시 재미없게도 책이고요. 또 동물이 있어요. 고래를 좋아해서 혹등고래를 첫 타투로 새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동물에 관한 책을 읽는 걸로 두 가지 덕심을 챙기죠.(웃음) 오늘 가지고 온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저자가 굉장한 덕후입니다. 저자 소개 첫 문장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윌리엄메리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이자, 유인원 관찰자이자, 고양이 구조자이자, 과학 작가다.’

완전 능력자 덕후죠.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데요. 동물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덕후로서 동물도 슬픔을 느낀다는 징후들을 발견하고, 연구를 하는 한편으로 인류학자이자 과학자니까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다 설명되지 않은 것들도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닭의 슬픔은 침팬지의 슬픔도 아니고 코끼리의 슬픔도 인간의 슬픔도 아니라고요. 슬퍼하는 방식은 종 간 차이가 있고, 다른 동물들은 인간이 하는 식으로 죽음을 애도하지는 않지만, 그 동물만의 방식으로는 슬퍼한다는 거예요. 동물도 슬픔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점에 집중할 때 그 동물에 대해서 훨씬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책에는 고양이, 원숭이, 토끼, 침팬지,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슬퍼하는 장면을 보여주고요. 이 사례들이 진짜 아름다운 문학처럼 읽혀요. 보고 있으면 개별적인 존재로서 동물의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세계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책에서 정말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이거예요. 

“슬픔은 자주 사랑으로부터 생겨난다.” 

사랑하니까 슬퍼하는 거잖아요. 결국, 이 책은 동물들도 사랑한다는 얘기이고요. 슬픔 이전에 사랑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동물을 바라보는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 소개 글 마지막에 테드 강연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는 내용이 있길래 저도 유튜브를 찾아봤어요. 유튜브에 ‘바버라킹 테드’만 검색해도 바로 나오더라고요. 15분이 좀 안 되는 강연인데, 한국어 자막 설정도 가능하니까 함께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청취하세요)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서른다섯, 늙는 기분
서른다섯, 늙는 기분
이소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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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조원희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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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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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J. 킹 저 | 정아영 역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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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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