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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책을 번역하며 고민하는 것들 (G. 홍한별 번역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75회) 『노 본스』, 『밀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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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번역가의 일은 탐정의 일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홍한별 번역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07.21)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쓴 글이며 글 전체가 과거 시제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리고 ‘이곳/여기’라는 단어가 무척 자주 나온다. (‘now’가 390번, ‘here’이 237번 쓰였다. 역본에서는 자연스럽게 읽히는 쪽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전부 살리지는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애나 번스의 소설 『밀크맨』을 번역한 홍한별 번역가님의 ‘옮긴이의 말’ 가운데 한 대목을 읽어 드렸습니다. 홍한별 번역가님은 『밀크맨』을 번역해 2020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하셨죠. 번역이라는, 그중에서도 문학 번역이라는 어려운 산을 기꺼이 넘고자 하는 홍한별 번역가님은 이것이 옮기는 작업을 넘어 새로 쓰는 작업임을 강조합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밀크맨』『해방자 신데렐라』『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노 본스』 등을 번역하고, 노지양 번역가님과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를 함께 쓴 홍한별 번역가님을 모셔서 문학 번역의 어려움과 즐거움에 대해, 그리고 번역가로 사는 일의 고단함과 자부심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홍한별 편> 

오은 : 번역가 님은 번역가의 일이 탐정의 일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어떤 점이 그런지 궁금해요. 

홍한별 : 제가 탐정 소설을 좋아해서 이렇게 우기는 것이기도 한데요.(웃음) 탐정이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를 모아서 어떤 서사를 구성하잖아요. 번역하는 일도 비슷해요. 텍스트에 남아 있는 단서들을 모아서 어떤 줄거리,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우리말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번역하면서 굉장히 많이 하는 일이 검색이에요. 단서에 단서를 더해서 검색을 해 나가다가 뭔가를 딱 찾아내는 거죠.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탐정의 일과 비슷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은 : 번역을 하실 때 창을 여러 개 띄어 놓으신다고도 해요. 

홍한별 : 한번 세어봤는데요. 브라우저를 보통 열 개 정도 열더라고요. 영한사전 세 개, 한국어 사전 두 개, 유의어 사전, 영영 사전, 위키피디아, 구글, 구글 이미지 이런 식으로요. 

오은 : 이제 번역가 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번역의 과정은 내가 그 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번역가. 거실 한쪽 벽면이 책꽂이였던, 양옥집에서 자랐다.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고 삭아서 만지면 톡 부러지는 책들을 많이 읽었고, 초등학생 무렵 막연하게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숙제부터 빨리 끝내고 놀러 가는 어린이였던 홍한별.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우연히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를 영어로 번역했는데 그 순간, 영문과 진학을 결심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번역 회사에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 번역을 주로 했는데, 그러던 중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출판사의 편집자로부터 출판 번역을 제안받게 되었다. 

그는 2003년 ‘홍한별 옮김’이라는 글자를 단 첫 책 『권력과 테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된다. 안정효 번역의 『백년 동안의 고독』, 이윤기 번역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번역가도 하나의 훌륭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 월급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사서 읽었을 정도로 소설을 좋아한다. 지도가 있는 책을 무조건, 'boring'이라는 단어를 이유 없이 좋아한다. 리스트 만들기를 워낙 좋아해, 일정이 안 맞아 번역하지 못한 책, 일명 ‘신 포도 리스트’ 가 있을 정도. 

2020년, 애나 번스의 『밀크맨』으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그는 영화를 볼 때도 자막의 번역에 신경 쓰고, 번역이 'thankless'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단어를 '인정 못 받는', '보람 없는', '생색 안 나는' 가운데 무엇으로 번역하는 게 적절할지를 고민하는 천생 번역가다. 번역만큼이나 좋아하는 일은 미스터리 소설 읽기이며, 번역은 책을 사랑하는 가장 지독한 방식이라고 말하는 홍한별의 꿈은, 드러누운 몽상가다.” 

번역이 'thankless'한 일이라고 할 때 지금은 어떤 번역을 선택하실까요? 

홍한별 : 생색 안 나는, 같아요. 

오은 : 가장 최근에 나온 번역서죠. 애나 번스의 작품으로 한국에 출간된 두 번째 책이기도 한데요. 『노 본스』가 어떤 책인지 번역가 님께서 직접 소개해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홍한별 : 3년 전에 나와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밀크맨』의 작가 애나 번스의 첫 작품이에요. 『밀크맨』하고 상당히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북아일랜드의 ‘트러블’이라고 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 섬에 있지만, 영국 영토잖아요. 그러니까 전통적으로 가톨릭교도들은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도 아일랜드에 들어가야 된다고 했고요. 개신교도들은 영국에 계속 속해 있어야 된다고 했던 역사가 있어요. 아무래도 가톨릭교도들이 소수자고, 핍박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격렬한 시위나 저항을 했던 거죠. 그게 1960년대 후반이고요. 그때부터 영국군이 와서 그 지역 치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영국군과의 사이에 게릴라전 같은 긴장 상태가 거의 30년 정도 지속됐어요. 『노 본스』는 ‘어밀리아’라는 중심인물이 여섯 살 즈음부터 시작해 성인이 될 때까지의 30년 시간을 담은 소설입니다. 

오은 : 문체도 문체지만 왠지 당시 북아일랜드의 사회상, 사정 같은 것들을 알기 위해서 따로 공부도 많이 해야 하셨을 것 같아요. 

홍한별 : 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에 둔 것 같은 일들이 소설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또, 소설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아도인’이라는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지명들도 실제로 찾으면 다 나오는 지명들이더라고요. 그런 것들도 다 찾아가면서 작업을 했어요. 

『밀크맨』은 진짜 만연체의 작품이라 어떻게든 문장을 이해해서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이 품이 드는 과정이었다면 『노 본스』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그 지역에서만 쓰는 말들, 사투리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제가 아까 검색을 위해서 창을 열 개 띄워 놓는다고 했잖아요. 『노 본스』는 그 중 어디에도 안 나오는 단어들이 엄청 많았어요. 아이리시 사전이나 아니면 스카티시 사전에서도 찾고요. 심지어 어떤 단어는 구글에 넣었더니 검색 결과가 딱 한 건이 나왔는데요. 그 한 건이 『노 본스』였어요. 그러니까 인터넷 세상에는 아직 없는 거예요. 그것은 사실 번역을 못 했어요. 

오은 :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 인상적인 인화가 등장합니다. 『밀크맨』에 ‘프랑스어 선생님’이 등장하는데요. 번역을 할 때 성별을 명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하는 내용이에요.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홍한별 :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있는 여러 차이 중 대명사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 있어요. 영어에는 성별을 나타내는 인칭 대명사가 있잖아요. 한국어에도 ‘그’, ‘그녀’가 있긴 하지만, 저는 ‘그녀’를 안 쓰거든요. 그게 아주 극강의 문어체라고 생각해서인데요. 그래서 차라리 ‘제인이 말했다’ 같은 식으로 이름으로 넣기도 하고요. 사실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그렇게 많이 안 써도 되니까 생략하기도 해요. 『밀크맨』에 등장하는 프랑스어 선생님은 원문에서는 ‘she’로 지칭하니까 여자라는 걸 영어 독자들은 다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녀’도 쓰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여선생’을 쓰고 싶지도 않았어요. 결국,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번역을 하고 나면 이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걸 조금 고민을 했는데요. 이것이 정말 중요한 정보면 어떻게든 넣었겠지만 여기서는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 정보를 생략했어요. 

번역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게 분명히 있어요. 분명히 있는데 생기는 것도 있거든요. 의미가 더해지기도 하고, 원문보다 더 아름다운 번역문도 있을 수 있고요. 원래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번역자가 더 전달할 수도 있는 거죠. 번역이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지넷 윈터슨'이 여성이고, 동성애자라고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지넷 윈터슨 책을 검토하느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자기가 뉴요커와 연애를 했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걸 번역을 할 때 그냥 뉴욕 사람하고 연애를 했다고 하면, 작가가 여자니까 일반적인 편견에 따라 뉴욕 사람이 남자라고 상상을 할 수도 있죠. 그렇게 되면 이것은 동성애인의 존재를 지우는 결과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은 있을 수가 없고요. 정말 각각의 작품에 따라 항상 고민을 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홍한별 : <책읽아웃>과도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식스펜스 하우스』라는 책이에요. ‘헤이온와이’라는 영국의 헌책 마을에 관한 이야기예요. 작가가 헤이온와이에 가서 리처드 부스라는, 그 책마을을 만든 사람의 헌책방에서 일하면서 자기의 첫 책을 쓰는 이야기를 담았고요. 정말 재미있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청취하세요)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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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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