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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청량한 여름맞이
케플러(Kep1er) <Doublast>
다양한 악기와 장르 변형을 통해 주어진 테마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활동의 잠재력이 발견된다. 수요에 걸맞은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가 가진 탄력을 상상해 본다. (2022.07.13)
상업화라는 관점을 제쳐 두면, 시즌 상품은 때로 자본이 개입되지 않는 순수한 경쟁터가 되곤 한다. 기존에 쌓아 올린 브랜드나 커리어라는 환경보다도 주어진 계절 활용이 우선이기에, 어떠한 그룹이라도 동등한 조건 하에 맞붙을 수 있는 투명한 격전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한 신인의 참전 소식이 놓인다. 청량감과 상큼함의 연쇄 폭발, 보편적인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여름 음반'을 겨냥한 케플러의 <Doublast>다.
비교적 커리어가 적은 그룹인 만큼, 부차적인 역할을 겸하기 위한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원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다섯 개의 트랙과 더불어, 전격적인 작곡진의 교체에도 데뷔작 <First Impact>의 활력을 고스란히 이식하려는 작법과 기존 서사에 맞춰 '여정을 떠나는' 주제의 가사. 앨범은 결코 스쳐 가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연결 고리를 이어가며 본인이 두 번째 명찰임을 공고히 가리킨다.
괄목한 레퍼런스는 전작의 'Wa da da'에서 'Mvsk' 순으로 선보인 바 있는 성공적인 두괄식 배치다. 리드미컬한 스트링이 휘몰아치는 'Up!'이 일렉트로 팝의 질료와 속도감을 스프링클러처럼 사방으로 소리를 퍼트리며 이목을 끌면, 뒤이어 등장하는 'Le voya9e'는 주변음을 없앤 뒤 '뱃놀이 / 물놀이 / 파도소리' 등 콘셉추얼한 노랫말을 읊조린다. 쉽고도 확실한 피력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언뜻 오마이걸의 'Dear you'의 잔상이 스치기도 하지만, 시선을 끈 뒤 정착시키는 순서만큼은 손색이 없다.
이후 수록곡은 일반적인 찬조 출연에 그친다. 상쾌한 텍스처로 얼룩져 있지만,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급발진을 가하는 'Attention'과 그 반대로 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오는 'Good night'는 독특한 완급 이상의 의의를 부여하지 못한다. 서정적인 피아노로 휴가의 마침표를 찍는 'Rewind' 역시 무던한 구성 탓에 여운을 크게 얻기 어렵다. 여름 음반으로는 납득 가능한 작풍과 구성임에도, 곡 자체의 개성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하늘을 뒤덮은 혜성처럼 폭격을 가하던 <First Impact>만큼의 강력한 자기 어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악기와 장르 변형을 통해 주어진 테마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활동의 잠재력이 발견된다. 수요에 걸맞은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가 가진 탄력을 상상해 본다. 그 뜻인즉슨, 이제 정체성 확보에 조금 더 주력한다면, 어떠한 제시어를 마주하더라도 무궁무진하게 날아오를 수 있는 비행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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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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