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나도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소심한 가오리도 창업합니다』 창디 저자 인터뷰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대로,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대로, 그렇게 자기에게 맞는 창업을 하면 돼요. 카리스마 있는 창업가는 수많은 창업가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2021.12.06)
창업은 더 이상 어렵기만 한 주제가 아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흐려진 지금, MZ 세대부터 퇴직을 앞둔 중년 세대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창업을 떠올려봤을 것이다. 무자본에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창업 새내기조차 창업을 꿈꾸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사리 창업에 뛰어들지 못한다. 시중에 나온 창업 관련 책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업에 성공한 사업가의 성공 신화, 어려운 투자 용어만 늘어놓는 책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의욕을 잃게 된다.
이 책은 이런 고민에 정면으로 맞선다. 어려움, 막막함, 두려움과 같은 창업에 대한 이미지를 단숨에 부수며 “이제 재미있고 가볍게 창업하자”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반갑고 또 새롭다. 저자는 책을 통해 뛰어난 사람들의 창업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창업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야 건강히 사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 ‘창업 동지’가 없어 아쉬웠던 저자는 자신이 직접 창업 새내기들을 위한 동지가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창업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창업의 이면을 걷어내면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마음이 보인다. 『소심한 가오리도 창업합니다』는 보통의 마음이 모여 창업에 관련된 편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 되어줄 것이다.
창업에 관련된 편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소심한 가오리도 창업합니다』는 어떤 책인지, 좀 더 상세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단히는, 제가 지난 10년간 창업하며 겪은 일들을 만화와 글을 통해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재미로 시작했던 창업이 재미가 아닌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니 번아웃과 동시에 공황장애 초기증세를 겪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보상을 얻으리라고 생각하고 참았는데,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하더라고요. 당시에 저는 창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거나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을 몰랐어요. 그렇게 실패와 재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에서야 창업과 삶의 균형을 찾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막 창업을 시작했거나, 혹은 창업을 계획하고 준비 중인 사람들, 창업하다가 지쳐서 움츠러든 사람들에게 지난 10년간 제가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창업 동지’가 되어주고 싶다고. 이 책은 바로 이런 마음을 담은 창업 에세이입니다.
강의부터 출간까지,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실 거라 예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1인 창업가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루틴이 있어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과 생산성이 정말 달라지거든요. 눈뜨자마자 이불 정리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명상을 합니다. 씻은 뒤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습니다. 그 뒤에 노트북을 켜서 아침 일기를 씁니다. 여기까지 하면, 몸도 정신도 개운하게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컴퓨터로 치자면 잘 부팅이 된 것이죠. 이 상태에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즉시 업무를 시작합니다. 할 일을 전부 마치기 전에는 업무용 외에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더라고요.
1인 창업가는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쉽게 지칠 수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하루의 시작인 아침을 기분 좋게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럼 혼자서 일하더라도 늘어지지 않고 생산적인 날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가오리를 꾸미는 수식어가 ‘소심한’인데, 왜 굳이 소심한 가오리를 주인공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창업을 떠올리면, 뭔가 꿈이 크고 대범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창업에 대한 장벽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창업에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에 도전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식된 ‘창업가’ 이미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러나 제게 맞지 않은 모습을 억지로 보여주려다 보니 마음 건강이 나빠졌었지요. 그러고 나서 깨달았어요.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대로,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대로, 그렇게 자기에게 맞는 창업을 하면 된다고. 카리스마 있는 창업가는 수많은 창업가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일부러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시절, 소심하고 방황했던 제 모습을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창업 이야기를 ‘소심한 가오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드리고 싶었던 것이죠.
첫 창업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창업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작고 사소한 경험이었어요. 대학교 내 창업동아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 앞에서 주먹밥을 팔아봤던 게 저의 첫 창업이었습니다. 동아리방에서 새벽에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서 학교 후문에서 판매했어요. 학교 앞 샌드위치 집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밥을 팔면 더 잘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예상했던 거죠. 근데 정말 안 팔 리더라고요.
동아리방에 있던 책상을 꺼내서, 그 위에 주먹밥을 올려놓고 판매했었거든요. 그러자 위생도 안 좋아 보이고, 외부라서 주먹밥도 금방 식어버렸죠. 예상과 다른 결과에 놀랐지만,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동아리 사람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함께 했기 때문에 그저 즐거운 경험이었죠. 그렇게 첫 창업을 재미있게 경험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창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4장 「마음을 단단하게」에서 마음 건강을 위해 산책을 즐기신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산책 외에 독자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방법이 있을까요?
창업가에게 마음 건강은 정말 중요해요. 내 마음이 건강해야 명료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거든요. 그 중에서 책에 나온 ‘아침 일기’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려볼 게요.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음이 힘들고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일기를 쓰면서 그냥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배출하는 게 도움이 됐어요.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을 휘갈겨 쓰면서 텍스트화시키는 것이죠. 글로 쓰는 동안 격한 감정도 진정되고, 시간이 흐른 뒤 읽어보면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져요. 늘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않거든요. 특히 감정이 격해졌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쓰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창업은 하고 싶지만 분야가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꼭 맞는 창업 분야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팁을 드린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번에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창업 분야나 아이템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꼭 맞는 완벽한 정답을 찾는다는 마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것부터 일단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책에 나와 있듯이, 나만의 사업 분야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시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씩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작은 경험이라도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그렇게 경험을 하면 할수록, 내게 맞는 분야와 아이템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취업할 수 있는 회사의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처럼, 창업을 할 수 있는 분야 역시 정말 넓고 많답니다. 정답은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소심한 가오리도 창업합니다』를 꼭 읽었으면 하는 분들과 예비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창업은 오로지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는 여정이기 때문에 많은 창업가분들이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고생하고 계실 거예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 힘든 분들이 더 늘어난 것을 보면서, 그분들께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창업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하려는 분들도, 이제는 창업을 그만두고 싶으신 분들의 마음도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을 인생의 목적으로 두면 마음이 더 힘들어져요. 창업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으신다면 ‘건강한 창업’을 위한 ‘건강한 마음’을 기르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창디(이보람) 디자이너 출신 사업가이자, 마음이 끌리면 일단 도전해보는 경험주의자.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후 삼성전자 디자인 팀에 입사했다. 퇴사 후 창업한 IT 스타트업을 통해 투자 유치, 지원사업 선정 등 다양한 성과를 냈지만, 번아웃으로 인한 공황증세를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후 경험을 토대로 평범한 사람의 창업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중이다. 현재는 창디연(창업 디자인 연구소) 대표자이자,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교육자로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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