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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아이맥스 이미지에 혹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화제작
<듄>은 이미지 자체로 아름답고 시적이고 압도적이다. 무한하게 펼쳐진 사막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만으로도 기억에 뚜렷이 남는다. (2021.10.21)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듄>을 보고는 ‘너무 늦게 도착한 오리지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가 쓴 『듄』은 SF 팬들에게 교과서이자 교본이고 일종의 성경으로 통하는 소설이다. 국내에는 4,000페이지를 훌쩍 넘겨 6권으로 이뤄진 원작 소설이 올 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 내용을 무리하게 한 줄로 요약한다면,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두고 펼쳐지는 아트레이데스와 하코넨 가문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공화국군과 제국군이 맞서는 <스타워즈>, 스타크와 라니스터 가문이 서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왕좌의 게임> 등이 『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듄』을 읽고 영감을 받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언급한 작품들은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듄』의 영화화는 지지부진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엘 토포>(1971)의 알레한드로 조도로브스키가 3년을 매달렸다가 실패한 과정이 다큐멘터리 <조도로브스키즈 듄>(2013)에 담겨 있다. 국내에는 <사구>(1984)로 소개된 데이빗 린치의 <듄>은 방대한 양의 서사를 2시간 17분에 축약하여 담다 보니 전개가 건너뛰는 양상이라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듄>의 리부트 연출자로 드니 빌뇌브가 낙점된 건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서 거대 SF 서사를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탓이다.
명성대로 <듄>은 이미지 자체로 아름답고 시적이고 압도적이다. 무한하게 펼쳐진 사막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만으로도 기억에 뚜렷이 남는다. 바람과 햇빛이 교차하며 빚어내는 스파이스의 반짝이는 이미지는 눈이 혹할 정도이다. ‘샤이 훌루드’로 불리는 모래벌레와 같은 크리처는 거대한 화면으로 보게 되면 특별한 영화적 체험으로 다가온다. 이미지 효과를 최대한 살리려고 <듄>의 촬영 팀은 최초로 아이맥스 인증 카메라 ‘아리 알렉사 LF Arri Alex LF IMAX)를 사용하여 극 중 사막 배경을 포함해 폴(티모시 샬라메)의 환상과 꿈 장면 등 1시간 분량을 촬영했다.
드니 빌뇌브는 원작 소설 『듄』을 완독하고 받은 인상을 이렇게 전한다. “당시에 나는 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커서 영화감독이나 생물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프랭크 허버트가 이 책에서 보여준 생태학에 접근하는 방식이 무척 참신하고 의미심장하고 시적이고 강력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자연을 보는 관점과 새로이 창조해 낸 아름다운 생태계는 엄청나게 매혹적이었다.” 웬만하게 만들어서는 팬들을 만족하게 하기 힘들 거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빌뇌브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점이 『듄』의 영화화를 진행한 이유일 터다.
이번 <듄>은 소설 1권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1부(Part. 1)이다. 폴은 레토(오스카 아이작) 공작이 지도자로 있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다. 꿈에서 매일 모래언덕, 즉 ’듄’이라 불리는 아라키스 행성의 한 여인을 만난다.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다. 이곳은 여러 세대에 걸쳐 아트레이데스와 혈전을 벌여온 하코넨 가문이 지배하고 있다. 이에 원주민 프레멘은 하코넨 가문의 박해를 피해 지하에 거처를 마련하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폴의 꿈속에 나오는 여인은 바로 프레멘 출신의 챠니(젠데이아)이다.
폴의 꿈이 심상치 않다며 암시 능력으로 진실을 판단하고 타인을 조종하는 ‘베네 게세리트’에서 대모가 파견된다. 폴의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베네 게세리트 출신으로, 이 의식이 걱정스럽다. 통과하지 못하면 아들 폴을 잃을 수도 있어서다. 제시카의 초조한 마음과 다르게 목숨을 보전한 폴은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구원자의 운명을 인증받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폴의 수난사. 10191년의 우주 사회를 지배하는 황제는 아트레이데스에 아라키스 행성을 관리하라고 명을 내린다. 이에는 하코넨 가문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 이를 이겨내야만 폴은 성장할 수 있다.
1965년 소설 출간 당시 “견줄 수 있는 건 <반지의 제왕>뿐이다.”라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작가 아서 C. 클라크가 극찬한 『듄』은 이후 많은 작품이 영향받고 인용하고 활용한 까닭에 익숙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빌뇌브 외 존 스파이츠(<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와 에릭 로스(<스타 이즈 본>, <포레스트 검프>)가 참여한 『듄』의 각색은 예상 가능한 선에서 이뤄진 것만 같은 인상이다. 예컨대, 하코넨이 레토를 속여 제시카를 의심하게 만들려는 계략의 설정이 영화에 빠진 걸 보면 전개를 복잡하게 하기보다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간 듯하다.
대신 <듄>이 승부수로 삼은 건 거대한 볼거리다. 웬만해서는 아이맥스 스크린에서의 관람을 추천하면서도 성에 차지 않는 건 지금 형태로 각색된 <듄>의 이야기가 원작자가 창조한 세계관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오히려 다른 작품들이 연상되는 덕에 오리지널리티가 눈에 띄지 않은 건 아쉽다. 물론 2부의 제작이 확정됐고 빌뇌브 개인은 소설의 2권에 해당하는 ‘듄의 메시아 DUNE MESSIAH’까지 메가폰을 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으로의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듄>의 1부만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 정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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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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