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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렇게 지독하게 쓰게 될 줄은 몰랐죠 (G. 박상영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07회) 『1차원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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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딱 쓰고 났을 때 깨달았어요. ‘이 소설을 제대로 된 온도로 제대로 된 방식으로 쓰기 위해서 내가 지난 4~5년 정도의 글 쓰는 시간들이 필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쓸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긴 분량을 이렇게 지독하게 쓰게 될 줄은 몰랐죠. (웃음) (2021.10.07)


<야심한 책> 첫 시간 첫 게스트로 첫 장편 소설을 낸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쓴 박상영 소설가님 자리에 나오셨어요.



<인터뷰 – 박상영 소설가 편>

황정은 : 오늘이 제 첫 녹음인데, 진행에 좀 실수가 있을 게 다분히 예측되는 상황인데도 흔쾌히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상영 : 새 진행자 분이 어떤 분이시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제가 쾌재를 불렀어요. 너무 좋다고. 물론 옛날 진행자분도 제가 너무 친하고 사랑하는 진행자 분이셨지만, 제가 예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작가님이시자 팟캐스트 진행자 분이셨기 때문에, 저는 너무 감사하죠.

황정은 : 『1차원이 되고 싶어』라는 소설을 출간하셨는데요.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박상영 작가님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쓴 글이 웹진에 아직 남아 있더라고요. 그 내용을 제가 잠시 읽어볼게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 두 권의 책을 써야만 했다는 사실을, 다른 무엇도 아닌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지난 이십대와 삼십대의 삶을 덜어내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내게는 너무 각별해 차마 직면할 수조차 없었던 내 삶의 어떤 순간들을 담게 되리라”, 쓰기 시작하면서 이걸 알았다고 쓰셨더라고요. 이 글을 쓸 때 마음이 어땠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상영 : 쓴 것과 정확히 같은 의미였던 것 같은데요. ‘왜 이렇게 첫 문장이 안 써지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들어갈 때 어려움을 느끼는 편은 아니거든요. 도입부를 여러 번 쓰고 많이 쓰고 그 다음에 천천히 나가는 식으로 많이 작업을 해왔었어요. 아예 첫 문장을 못 쓰는 경험은 진짜 처음이었던 거예요. 이번 작품은 거의 두세 달 동안 진짜 한 글자도 못 써가지고... 원래는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될 게 아니었어요. 그 전신인 문학동네 카페에 주간 연재를 할 생각이었는데 계속 연재 시점이 미뤄지는 거예요.

황정은 : 원고를 못 줘서?

박상영 : 네. 거의 4~5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 소설은 정말 그랬었고. 첫 문장을 어쩔 수 없이, 그냥 주저앉듯이 썼거든요. 이렇게 저렇게 쓰려다가 ‘안 되겠다, 그냥 모르겠다’ 그렇게 썼는데...

황정은 : 뭔가 쓰긴 썼는데 찝찝하고 꿉꿉하고 그런...

박상영 : 그렇죠. 정확하세요. 그런 느낌으로 썼는데, 그러고 나서야 제가 알게 됐어요. 내가 너무, 첫 장편 소설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게 나한테 너무 각별한 문제라서 쓰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각별하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고, 그런 여러 차원에서 너무 중요한 문제였던 거예요. 그래서 꺼내놓기가 되게 두려웠던 것 같고. 사실은 이 소설의 제일 처음 썼던 장면이, 소설의 절정 부분에 보면 주인공 둘이서 함께 스쿠터를 타고 질주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황정은 : 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박상영 : 사실은 2014~2015년쯤에 제가 습작생 때 그 장면을 이미 써놨었거든요. 그때 한참 등단이 안 되고 미끄러지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오기가 생기고 별 수를 다 쓰게 되잖아요. 당시에는 문학동네의 ‘대학문학상’이라는 게 있었어요. 300~400매 정도의 아주 짧은 장편을 쓸 수 있는 공모전이 있었는데, 제가 대학교 마지막 학기였던 거죠. 그래서 ‘십대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 생각하고 한 100매 정도를 썼던 것 같아요. 근데 너무 구린 거예요. (웃음) 못 봐줄 정도라서 ‘이건 투고도 안 되겠다, 400매 써봤자 소용이 없겠다’ 하고 묵혀놨던 걸 첫 장편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첫 문장을 딱 쓰고 났을 때 깨달았어요. ‘이 소설을 제대로 된 온도로 제대로 된 방식으로 쓰기 위해서 내가 지난 4~5년 정도의 글 쓰는 시간들이 필요했구나’,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소설을 쓰는 스킬 면에서도 그렇고 조금 더 성숙해져야만 했구나, 거리감 확보가 필요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쓸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긴 분량을 이렇게 지독하게 쓰게 될 줄은 몰랐죠. (웃음)

황정은 : 그때 공모전에 출품을 하려다가 쓰다 만 그 소설이 『1차원이 되고 싶어』의 씨앗 같은 게 된 건가요?

박상영 : 네, 맞아요.

황정은 : 연재 당시에 쓰셨던 글 ‘연재를 시작하며’를 자꾸 말하게 되는데, 제가 인상이 되게 깊었나 봐요. (웃음) 그때 “더 가벼워지자. 한 없이 단순해지자”라고 다짐을 하셨는데 『1차원이 되고 싶어』 속 화자의 바람이기도 한 것 같더라고요. ‘윤도’는 너와 나만 생각을 하고 싶은데, 화자는 본인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고 세상이 두렵고 언제든 세상에게 자기가 공격당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어떤 취약함 같은 것들을 상당히 두려워하잖아요. 증오하기도 하고. 이런 두려움 때문에 비열해지기도 하고. 또 아주 난폭한 행동을 선택해서 일순간 괴물이 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이 정도 분량으로 1인칭 화법으로 계속 풀어낸단 말이에요. 문장을 더 가볍고 단순하게 쓰려는 노력들이 살짝살짝 읽히기는 했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고민들과 마음이 쉽지가 않아서, 나사를 계속 돌리는 것처럼 화자가 이런 고민들을 파고드는데, 이런 이야기는 작가 본인도 쓰면서 같이 고민하면서 내면을 파고들었을 것 같다 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박상영 :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로, 초반부는 캐릭터 설명을 하면서 좀 가벼운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황정은 : 발렌타인 데이로 시작하잖아요.

박상영 : 맞아요. 발렌타인 데이로 시작해서 십대 학원물 같은 것의 공식을 충실히 밟으려고 했어요. 연정의 상대도 등장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이런 것들이 막 나오는데. 그걸 쓸 때는 되게 즐거웠어요. 내가 되게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인물들인데 얘네들한테 실제로 어떤 생명을 불어 넣는구나 라는 생각에 즐거웠는데, 뒤로 갈수록 얘들을 막 굴려야 되잖아요. 그때부터 모든 것들이 너무 괴로운 거예요. 주간 연재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자꾸 얘네들이 만담을 계속하는 거예요. 불행하게 만들기가 싫어서 계속 그 자리에서 얘네들이 재미있는 얘기를 하게 해주고 싶고...

황정은 : 작가가? 작가의 욕망이?

박상영: 그렇게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속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 마음이 딱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그 스트레스를 견디려고?

박상영 : 맞아요 이 인물들의 불행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로 돌입하는 게 너무 두렵고, 얘네들이 여린 십대 애들인데 고통 받게 하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그랬는데... 결국에 쓰면서도 되게 힘들어서, 원래도 제가 쓰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굉장히 많이 징징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번에 역대급 진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1차원이 되고 싶어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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