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사람이 힘들 때는 참지 말고 정리하세요
『관계의 내공』 유세미 저자 인터뷰
언제나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해요. 내가 행복하면 좋은 사람이 다시 하나둘 눈에 띕니다. 마음의 공간이 넓어졌으니까요. 그때 관계의 내공을 발휘해 곁에 좋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세요. (2021.09.14)
관계가 상처가 될 때, 우리는 다짐한다. ‘더 이상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않으리라, 이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리 애쓰고 조심해도 힘든 상황이 반복되면 ‘내가 문제일까?’라고 나의 인간성과 처세술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유튜브 채널 <유세미의 직장수업>은 이렇게 관계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랑방이자 상담소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세미 저자는 단순한 위로나 비현실적인 보복이 아니라 통쾌하게 반격하면서도 나의 품격을 높이는 관계 대처법과 처세술로 12만 명이 넘는 구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알려주는 방법을 따라 나의 관계를 점검하고 정리해보자. 흔들리는 관계의 중심을 되찾고 타인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즘은 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분들도 많고요. 이렇게 비대면 상황에서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좋은가요?
비대면 시대가 지속되면 될수록 그에 걸맞은 소통 방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훨씬 높다는 특징이 있죠. 얼굴을 보고 말할 때는 언어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신체 언어가 큰 도움이 되는데, 비대면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말의 맥락이 다소 장황해도 말의 느낌이나 대화 분위기로 진짜 의미를 알아챌 수 있지만 비대면에서는 이 역시 어려워요. 그래서 비대면에서는 애매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버릇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사진이나 동영상을 활용하는 것이 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해요.
책을 보면 실제로 보거나 겪으신 직장 내 소통과 관계 문제 들이 종종 사례로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께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는지요? 그리고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책을 찾으셨나요?
직장생활에서 관계의 문제로 가장 힘든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직장상사라는 존재죠. 아무리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자 해도 직장상사와의 갈등이 심화되면 견디기 힘들어지거든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일방적인 모욕, 폭언 등 무례한 상황을 겪으면 누구라도 영혼이 탈탈 털리는 느낌을 받지 않겠어요? 그때 저는 '그 사람의 장점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상대와의 갈등을 이겨냈어요. 회사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갈등을 해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저 사람에게 어떤 좋은 면이 있을까'에 집중해서 그 부분을 칭찬하고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고,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니 직장상사와의 갈등이 많이 해소되더군요. 자신을 칭찬하고 배우겠다는 후배에게 지속적으로 못되게 구는 선배들은 별로 없더라고요.
평소 많은 사람을 만나실 텐데요, ‘관계의 내공’이 높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첫째는 상대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유형이에요. 자존감이 올라가게 되면 누구나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상대가 대단하다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수시로 감사하고, 함께하는 것에 대해 기쁨을 표시하면 상대의 자존감은 올라갑니다. 둘째는 사소한 일도 잘 소통하는 유형이에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유난히 많은 날, 퇴근 후 배우자에게 이러저러한 일 때문에 많이 힘든데 좀 쉬어야겠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겠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은 가족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진심인 분들이 있어요.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상대의 관심사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상대의 관심사에 열성적으로 화제를 맞추는 사람들은 관계가 원활함은 물론이고 사람부자, 인맥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몸을 보호하는 무술인 호신술처럼 마음을 스스로 보호하는 ‘호심술(護心術)’을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받는 마음의 상처는 누가 대신 막아주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상대의 공격이 ‘화살’이라고 했을 때, 내 마음이 탕 하고 화살을 튕겨 내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두는 습관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자존감을 높이는 셀프트레이닝이 있겠죠. 이보다 더 중요한 호심술은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반감을 사는 경솔한 행동을 조심하는 거죠. 또한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자신을 오픈하거나 마음을 기대는 것도 무방비한 태도라고 봐야 해요.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한 발 다가설 때도 속도와 친밀도를 조절하세요.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게 ‘말’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피해야 할 ‘비호감의 말’이나, 반대로 꼭 해야 할 ‘호감의 말’은 무엇일까요?
직장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가장 비호감을 주는 말은 말끝마다 뒷담화를 하는 것입니다. 위아래 가릴 것 없이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직원에게는 점점 사람들이 멀어져요. 자신도 그 험담에 동조한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봐 우려하는 거죠. 또 하나 비호감의 대표적인 말습관은 자기 이미지를 깎는 말입니다. 직장에서는 스마트한 이미지가 제일 중요한데 어떤 말을 해도 말꼬리를 흐리거나 횡설수설하거나 장황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다면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쉬워요.
반대로 호감 가는 대표적인 말습관은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밝게 인사하는 것, 자주 감사를 표현하는 것, 겸손하게 상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것 등 이렇게 기본적인 표현들이 있어요. 하루에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시나요? 지금보다 두 배, 세 배 고맙다는 말을 더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답니다. 꽤 쉽죠?
인간관계 문제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친한 사이, 가까운 사이에서도 생기는데요, 이렇게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를 오래, 좋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친구, 동고동락하는 동료, 혹은 형제지간도 마찬가지죠. 선을 넘는다는 건 무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 가까운 사이라도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친할수록 상대를 내 맘에 맞춰 조정하려 하지 마세요. 친해서 좋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관계라는 뜻 아니겠어요?
그리고 무례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보면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것, 무심한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친한 사이에서는 고맙다는 표현도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며 쉽게 생략해버리죠. 하지만 가족 간이라도 고맙다는 표현은 쓰면 쓸수록 더욱 관계를 탄탄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보다 사람이 힘든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처세술을 익히고 적용해봐야 인생의 중심축이 타인으로 옮겨가 내가 휘둘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죠. 타인의 시선에 맞춰 행동하고 그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관계설정에 오류가 있다는 뜻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든 적든 그저 나다운 인간관계를 잘 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흐트러져 있거나 헝클어진 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먼저 해보세요. 머무는 공간을 청소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한 번씩 정리해서 마음의 공간을 넓혀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관계에 대한 난이도 높은 기술을 익히느라 너무 애쓰지 마세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다면 싹 다 정리해도 괜찮아요. 좋지 않은 사람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불행하게 엮여 지내기보다는, ‘외롭지만 불행하지 않은 혼자’가 되는 쪽을 선택해보세요. 언제나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해요. 내가 행복하면 좋은 사람이 다시 하나둘 눈에 띕니다. 마음의 공간이 넓어졌으니까요. 그때 관계의 내공을 발휘해 곁에 좋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세요.
*유세미 12만 구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소통·리더십 전문가.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다. 삼성물산과 애경그룹에서 25년간 재직했으며 유통업계 유리천장을 부수고 애경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되었다. 대기업 팀장으로, 나아가 임원으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런 저자에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 있었다. 바로 인간관계였다. 막말하는 상사, 눈치 없는 동료, 무례한 후배, 갑질하는 고객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관계의 내공’을 쌓게 되었다. 회사를 퇴직한 후 직장생활 경험을 살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멘탈 관리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시작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사례와 통쾌한 솔루션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삼성, SK, 포스코, 나이키, 서울대, 외교부 등 기업 및 공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KBS <아침마당> 등 다수의 미디어에 출연했으며 서울신문에 <유세미의 인생수업> 칼럼을 연재했다. 2019년 12월부터 유튜브 <유세미의 직장수업>을 개설하고 현재 약 12만 구독자와 소통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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