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여행 특집 에세이] 우리의 시간은 결코 무한하지 않기에 - 작가 김혼비

『월간 채널예스』 2021년 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여행의 시간이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제는 마음이 오직 그리운 곳들로만 향한다. (2021.08.13)

언스플래쉬

팬데믹 이전, 그러니까 여행지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시간만 잘 확보하면 언제든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게 주어진 것만 같던 시절, 나에게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 낯선 도시로 찾아드는 일이었다. 다시 가고 싶은 그리운 곳도 많았지만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미지의 곳들이 항상 더 많았다. 예외라면 늦가을에 방문한 아이슬란드를 2년 후 여름에 한 번 더 간 정도일까. 그마저도 마침 출장 갈 일이 생긴 데다 순전히 오로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로라는 새로운 나라 낯선 도시를 넘어선 우주와의 만남이니까. 

그랬던 내가 팬데믹의 시간을 통과하며 꼭 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여행은, 다녀왔던 곳, 길게는 7년 짧게는 5개월, 한때 내가 살았던 도시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떠남과 동시에 다시 가지 못한 곳들. 살던 동네, 살던 집, 다니던 회사, 다니던 학교, 부지런히 들락거렸던 단골 식당들, 단골 술집들, 자주 타던 버스, 자주 가던 공원,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마다 데려갔던 관광 스폿들,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나의 친구들. 이 모든 것이 사무치게 그립다. 코로나의 위협이 잠잠해진다 해도 얼마든지 또 다른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창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숙지하고 나니, 그러니까 여행의 시간이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제는 마음이 오직 그리운 곳들로만 향한다. 안녕한지, 어떻게 변했는지, 무엇이 여전하고 무엇을 상실했는지 확인하고 싶다. 꼭.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혼비(작가)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