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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문외한은 어떻게 ‘덕후’가 됐을까?

『누워서 과학 먹기』 신지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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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알고 정말로 삶의 지평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조금 더 겸손해진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꽃이나 나무들, 하늘 이런 것만 봐도 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2021.07.27)


이제 돈만 내면 왕복 우주여행 티켓을 끊을 수 있고, AI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조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을 수도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문화산업인 드라마와 영화, 소설 속에서도 과학이 접목된 SF 장르물들은 근래 그 인기가 급격히 상승 중이다. 점점 과학이 보편화되는 시대, “이제라도 기초적인 과학 지식 정도는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 출간됐다.

『누워서 과학 먹기』는 이제 막 과학에 관심 갖게 된 사람들이 기초적인 과학 지식을 익히고 동시에 과학의 경이로움에도 처음으로 푹 빠져볼 수 있도록, 인문학적 감성을 살짝 곁들인 교양과학서다. 딱딱하지 않은 과학, 쉽고 부드러운 과학을 원하는 과학 초보자라면, 여느 문과형 인간처럼 ‘과학 문외한’의 길을 걸어오다 우연찮게 과학에 빠져든 후 과학 덕후로 승천하게 된 이 책의 저자를 만나보자. 비전공자가 ‘과학하기’ 시작할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스며드는지 알게 될 것이다.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와, 『누워서 과학 먹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과학을 사랑하는 아나운서 신지은입니다. 『누워서 과학 먹기』는 제가 과학 방송을 진행하면서 다루었던 다양한 과학 지식과 이슈들 중 책으로 엮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비전공자분들도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과학을 느낄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입니다. 저를 감동시켰던 우주 이야기나 인생의 소중함을 새로이 안겨주었던 다양한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누워서 무언가를 먹으면 체하겠죠? 하하. 이 책은 그만큼 ‘독자분들이 누워서 편하게 읽으며 과학의 감동과 경이로움을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우연찮게 과학 방송 진행을 맡게 되면서 과학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과학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이 책이 나오기까지 설움과 감동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셨다고 들었는데,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 책을 내고 나신 소감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2015년에 아프리카TV에서 공식 과학방송을 맡게 되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과학자들과 마주 앉아 매주 월요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생방송으로 과학방송 시청자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일단 문과 대표로 자리에는 앉았는데 처음엔 너무 어려웠어요. 재미도 없었고요. 그러나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에 방송 전 그날 다룰 과학 주제를 미리 열심히 예습해가니 점차 할 말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부터는 방송을 앞두고 혹은 방송 후에 꾸준히 과학을 공부한 기록을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브런치, 포스트 등에 남겼어요.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이 책을 쓰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공부할 때와는 다르게 막상 과학 이야기를 한 글자 한 글자 책으로 쓰려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제가 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혹시 남들이 보고 “네가 뭘 아는데?”라고 하지 않을까 두려워진 거였어요. 5년 넘게 친구들보다 과학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꾸준히 과학 뉴스를 챙겨 보고, 과학 이슈를 공부했는데도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죠. 쓰는 내내 그 부담감에 시달렸고 지금도 그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같이 방송을 진행했던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궤도 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람들은 제목을 몰라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 미술을 잘 몰라도 미술관에 가 미술을 즐긴다고. 과학도 그랬으면 좋겠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으로 수다 떨 수 있는 날을 꿈꾼다고 하셨어요. 저는 이 말에 좀 더 용기가 생겼어요. 제가 만난 과학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알리고 싶었고, 더불어 더 많은 분이 저처럼 ‘과학을 말하는 것’에 용기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니까요. 이 책이 나오기까지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솔직히 많이 떨렸거든요. 여러분들께 가치를 드릴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과학에 빠진 이후로 작가님에게 가장 달라진 점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 방송에서 첫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돈’을 다루는 영역에서 계속 일해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시야가 좁았던 것 같아요. 저만의 작은 우주에서 제 세상이 전부라며 생각하고 살았던 거죠. 칼 세이건이 말한 “페일 블루 닷(Pal Blue Dot.)”을 알기 전이었거든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얼마나 작아요, 저는 과학을 알고 정말로 삶의 지평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조금 더 겸손해진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꽃이나 나무들, 하늘 이런 것만 봐도 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밤하늘에 아름답게 뜬 달과 낮의 태양도 그냥 못 지나쳐요. 진짜로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그저 우주의 먼지고, 내 고민은 우주의 먼지의 먼지만도 못한 거다’라며 그냥 웃어넘겨요. 그런다고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맞이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과학의 매력은 무엇인지, 또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 빠져들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우리가 과학에 장벽을 느끼는 이유는 아무래도 과학을 학교에서 ‘시험’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려운 공식들, 알 수 없는 이론들을 억지로 머릿속에 넣으려 하니 과학에 손사래 치게 된 거죠.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과학은 ‘철학’에 굉장히 맞닿아 있어요. 우리가 매일 먹는 유산균만 봐도 그래요. 몸속에 유익균들을 넣어주는 거잖아요. 그걸 그냥 그렇게 넘기면 그저 영양제 먹는 거랑 다를 바 없이 지나칠 수 있는데요. 미생물이 몸속에서 우리와 공생하면서 인생 내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 인간이 탄생하기 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해왔던 미생물이 어떻게 이 지구를 소리 없이 지배해왔는지 뭐 이런 것들에게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같은 인생의 교훈들을 하나하나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과학은 최고의 자기계발서 같습니다. 우리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과학과 함께라면 그 해답들을 지구와 우주, 우리 몸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다 보면 과학이 언제나 좋은 소식만을 가져오진 않는다는 것도 명확히 알게 되는데요, 결국 이대로 끝나지 않을 전염병을 예고하는 질병 X(WHO가 경고한, 알려지지 않은 병원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적 전염병)의 존재와 더불어, 유전자 조작 기술이 불러올 삭막한 미래, 지금처럼 육식이 계속된다면 사라질 지구의 수많은 생명과 자원 등, 과학에서 시작했지만 윤리적, 사회·문화적인 맥락으로 뻗어 나간 작가님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어요. 책에서 미처 다 못 하신 이야기를 포함해 현재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시면서 가장 걱정된다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환경문제예요. 사실 이 내용을 책에 많이 담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요.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소식, 동시에 그곳에 사는 소중한 생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아마 뉴스를 통해 많이 보셨을 겁니다. 굳이 뉴스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기도 하죠.

책을 읽어보시면 다시 한번 느끼시겠지만 지구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거든요. 코로나19,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들은 결국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게 쓴 화살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파요. 그런 면에서 과학을 만나고 나서 저도 철이 좀 든 것 같고요. 이제 불필요한 물건 소비는 잘 안 하게 되었고요, 쓰레기는 하나라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닐 포장을 많이 보내는 기업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고요. 물론 전 세계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도 개발되고는 있지만 결국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구상의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행성 지구를 지켜나가는 주인공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앞선 질문에 이어, 반대로 과학이 부를 긍정적인 변화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죠, 책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콩과 곤충으로 만든 대체 식량이 견인할 미래와 더불어 바이오 잉크를 사용해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장기들이 부를 미래의 장기 이식, 블록체인이 불러올 금융 권력의 탈중앙집중화 등. 과학은 분명 두려움과 더불어 그 두려움에 맞설 힘을 동시에 주는 것 같습니다. 과학을 통해 바뀔 미래에 관하여 작가님께서는 가장 기대되는 분야가 있으실까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요즘 워낙 많이 들리는 단어들이라 이미 익숙하실 것 같아요. 인공지능의 경우 보통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보니 ‘인간을 지배할 무시무시한 로봇’으로 대변되기 쉬운데요. 물론 소수에 의해 인공지능이 독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에 선한 목적으로 잘 만들어나간다면 인간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블록체인은 다들 비트코인과 그 가격으로만 생각하시는데 저는 이것이 ’중앙집권’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던 금융사회에서 돈과 신뢰을 매개하는 새로운 룰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더 투명하고 더 인간적인 삶을 블록체인이 가능케 할 수 있을 거란 얘기죠.

마지막으로 과학 근처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혼자 과학 앞을 기웃거리던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4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안될과학〉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궤도 님, 약 님, 곽방TV 에러 님, 뉴런 님이 저를 과학의 길로 인도했죠. 이제 저는 가끔 여유가 생기면 코스모스를 꺼내 읽고 과학자 선생님들의 강연을 봅니다. 그리고 또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죠. 감사함은 덤이고요. 여러분들도 이 소중한 삶의 선물을 함께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문송 대표주자’였던 제가 정확히 여러분과 같은 시각에서 담아낸 과학 이야기입니다. 제 책이 여러분께 닫혀 있던 과학의 문을 열어드리길 소망하면서, 평범한 우리가 과학자들의 강연과 책을 찾아보고 때론 카페에서 과학으로 아무렇지 않게 수다 떨 날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신지은

과학을 사랑하는 문과 아나운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제통상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며 완연한 문과 아나운서로서 경제방송을 진행해오던 2015년, 덜컥 아프리카TV 공식 과학 방송 〈곽방TV〉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과학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후 5년간 젊은 과학자들과 방송을 진행하며 친구보다 과학자를 더 자주 만났고, 과학이 적성에 맞는 소수 이과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문과라서 과학을 이야기하는 건 금기"라는 말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현재는 과학의 경이로움에 완전히 매료되어 네이버 오디오 클립 〈문과녀 신지은 과학과 썸타다〉를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의 자신처럼 과학이 어렵고 낯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답고 경이로운 과학을 세상에 소개하고 있다. 이제 답답한 고민이 있을 땐 과학 강연을 보면서 답을 찾고, 마음이 힘들 땐 땅 대신 하늘을 보게 되었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들 때마다 지금도 팽창하고 있을 광활한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지구, 그리고 그 속의 먼지보다 작은 나를 상상하며 이상한 용기를 얻는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과녀 과학과 썸타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




누워서 과학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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