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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을 산뜻하게 알린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Highlight) <The Bl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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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이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음을 증명하며 하이라이트의 새 출발을 산뜻하게 알리는 봄바람이다. (2021.06.02)


비스트에서의 독립, 프로듀싱을 맡아온 멤버의 탈퇴, 그리고 3년 7개월의 긴 공백기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하이라이트는 더욱 단단해졌다. 오랜만에 컴백한 이들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어쩔 수 없지 뭐'로 이어져 온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잠시 접어두고 차분하게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며 긴 기다림을 겪었던 시간들을 천천히 되짚는다. 화려한 생존신고보다는 메시지와 감성에 집중하며 하이라이트의 2막을 펼친다.

멤버의 변동으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음악의 변화는 비스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이뤄졌다. 멤버 이기광이 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불어온다'는 피아노 연주가 이끄는 미디움 템포에 트로피컬 리듬을 가미해 비트 중심의 부드러운 전개를 취한다. 쉽게 각인되는 멜로디와 강한 중독성이 특징이었던 기존의 곡들과는 차별화 된 구성이다. 사운드의 변화가 하이라이트의 곡으로서는 신선함을 주지만 곡 자체는 최근 유행하는 전자음을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아 타이틀곡으로서의 주체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앨범 전반에 진하게 남아 있는 비스트 음악의 잔향이 정체성을 완성한다. '밤이야'는 '아름다운 밤이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로 이어져 온 리드미컬한 댄스곡 라인을 계승하며 'Wave'는 '12시 30분', 'I'm sorry'로 대표되는 하이라이트만의 애절한 발라드 감성을 재현한다. 익숙한 분위기의 곡들이 반가움을 주면서도 의도적으로 질감을 하향조절한 '미안', 재즈와 트로피컬의 조합으로 재미를 준 'Surf'로 변칙을 시도하며 추억과 새로움의 공존을 들려준다.

길었던 공백기를 고려하면 과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컴백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타이틀곡이 충분한 매력을 담아내지 못하지만 변화와 안정 사이의 균형을 이룬 곡들로 보완하며 복귀에 존재감을 심었다. 무엇보다 프로듀싱을 전적으로 담당해 온 멤버의 빈자리를 메워냈다는 것만으로 앨범의 의미는 충분하다. <The Blowing>은 오랜 기다림이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음을 증명하며 하이라이트의 새 출발을 산뜻하게 알리는 봄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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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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