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여름의 이름을 가진 소설과 시
『여름의 빌라』 『부서진 여름』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설렘을 느끼는 초여름에 여름의 이름을 가진 소설과 시를 소개합니다.(2021.05.28)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그런 날씨를 찾아 세계 곳곳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봄 가을을 사는 삶이요. 그런데 그러다가도 어느 계절의 정취가 훅 끼쳐올 때면 마음을 고쳐먹게 돼요. 역시 여러 계절을 경험하는 것은 멋지구나, 행운이다, 하고요. 물론 7월 8월이 가까워지면 또 마음이 바뀔 테지만요. 아직은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이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는 초여름에 여름의 이름을 가진 소설과 시를 소개합니다.
백수린 저 | 문학동네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 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입니다. 빠르고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그만의 속도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시간과 시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은 삶의 비밀들을 알아채고 또 그 너머를 바라보는, 작고도 큰 존재들의 이야기가 우아하고도 단단하게 그려집니다. 어렵지 않게 읽다가도 한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해버리는 작품들입니다만, 그의 문장들 덕분에 책은 습하고 끈적이는 여름이기보다는 한낮의 해와, 나무가 만드는 그늘과, 간혹 불어오는 바람이 공존하는 딱 좋은 여름입니다.
우리의 맨종아리를 간지럽히던 싱그러운 연초록빛의 풀들.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던 나비들. 유속이 느린 수면 가까이에서 천천히 날다가 순식간에 저만치 솟구치던 작은 새들. 다미의 말에 얼마만큼의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미가 들려주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였으니까.
_『여름의 빌라』,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중에서
이정명 저 | 은행나무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쓴 이정명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화가로서의 성공과 완벽한 동반자인 아내,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주인공의 삶은 그의 생일날 아침 아내가 사라지면서, 숨겨진 과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세 남녀의 운명이 뒤엉킨 그 여름, 봉인되었던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사람은 이야기를 쓰는 일을 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작가들이 있는데요, 이정명 작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책 역시 탄탄하게 부드럽게 직조한 이야기가 읽는 이를 순식간에 몰입하게 합니다.
아내는 그토록 오래 남들에게 감추어온 그의 삶을 통째로 알았다. 그의 현재뿐 아니라 감춰진 과거도, 최고의 영광뿐 아니라 최악의 모습도, 점잖은 겉모습뿐 아니라 구역질 나는 내면까지도.오래 잊었던 열여덟 살의 여름이 떠올랐다.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변에서 죽은 사람을 본 그해 여름. 얕은 갈수기 물살에 하천의 바닥 자갈이 쓸리는 요란한 소리. 젖은 옷자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뺨에 달라붙은 수초와 이마에 맺힌 물방울……. 그 일은 그때까지 일어난 일들과 달랐고 그 모든 일을 합쳐놓은 것과도 달랐다.
그는 이제 안다. 부끄럽고 부도덕한 과거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음을. 지금까지 미루어왔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_『부서진 여름』 중에서
코이코이족,산족 저/W. H. 블리크 편/이석호 역 | 갈라파고스
여름밤을 좋아하나요? 주변의 빛이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하늘의 별들을 본 적이 있나요?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의 시들은 어두운 하늘을 천장 삼아 누워 총총한 별을 마냥 바라보고 싶게 합니다. 이 시집은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인 코이산족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요. 늘 타자화되었던 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흔하지 않은 기회이지요. 언제든 좋지만 지쳤을 때 보면 더 좋습니다.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
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
밖은 추웠어
난 할아버지에게 묻곤 했지
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
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
별들이 ‘차우!’라고 수군대는구나
‘차우! 차우!’라고 말이야
_『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말하는 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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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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