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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출산을 알까요?

『굴욕 없는 출산』 목영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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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 비현실적인 저출산 담론 확산에 손을 거드는 사람들, 너무도 근본적이며 예민한 사안을 지도나 통계 따위로 노출하는 관료들과 정책 입안자들, 그리고 모든 어머니 덕분에 세상에 나온 자녀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2021.03.22)


목영롱 작가가 쓴 『굴욕 없는 출산』은 차별받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했던 평범한 30대 후반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게 되었는지를 당당하고 솔직하게 밝힌 일종의 ‘전투 기록’이다. 외롭고 낯선 길을 홀로 걸어왔을 경험자들을 대신해서 여성만의 언어로 출산을 기록한 귀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그가 임신 · 출산의 과정에서 마주한 각 분야 종사자들, 가족과 친지 및 동료들의 시선과 태도에 대한 가감 없는 소회는 물론 대한민국에서 임신과 출산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물을 먹은 산업이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은 어디로 증발하게 되는지,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공수정이 시술되지만 그것이 과연 여성 당사자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일인지, 저출산이 문제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도 함께 다룬다.



저자 소개에 "출산 이후 인지적,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고 쓰셨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출산은 제게 여러모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출산 이후,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세상의 ‘거짓말들’ ‘없어져야 할 통념들’ ‘나쁜 말들’ 같은 것들이 잘 보입니다. 출산 이후, 교육이나 부동산, 사회구조문제, 일자리 등 핵심적 문제들이 더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가 되어, 세상을 더 면밀히 관찰하게 되었어요. 드라마도 더 열심히 보고,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도 더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계몽적 이야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을 비판할 시각도 생겼고요. 더불어 약자에 대한 감수성과 성별에 대한 인식도 출산 전보다 깊어졌습니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언급하셨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산후조리원>에 막 입성한 오현진은 원장실에서 상담을 시작합니다.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은 한눈에 봐도 곱고 예쁜 홍차 세트와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말로, 원하는 취향의 차를 골라보라는 원장의 친절에 오현진은 왈칵 울음을 터트립니다. 저도 이 장면을 보며 같이 울었는데요, 임신과 출산의 과정까지 인격적으로 참 모멸스럽고 굴욕적인 과정, 그리고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은 이가 그 모든 과정 후에 타인이 건네는 아주 작은 위로에 울컥하는 마음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주는 이 앞에 어떻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출산이 사회정찰대라고 본 이유는 무엇인지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저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임산부는 흔히 사회적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노바디’에 대한 자각도 임신과 출산을 통해 가능했고요. 특히 평소에 내가 나라고 생각하던 나의 사회적 지위, ‘선생님’ ‘누구 씨’가 아닌 ‘엄마’이기만 한 저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을 경험하면서 그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거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우리 사회는 고통을 이겨내라, 견뎌라, 라는 말은 쉽게 하는데,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고통 그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은 참 부족합니다. 고진감래라는 말, 저는 싫습니다. 고통은 가급적 줄여주는 것이 인간적인 것 아닌가요? 

저출산 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저출산’이라는 언설 자체도 정치적이라고 책에 썼습니다. 고미숙 선생이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농담’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저출산이 마치 무조건 ‘애를 안 낳는 현상 혹은 결과’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출산은 어쨌든 사회구조적 문제인데요. 아들을 낳았을 때는 또 아들 낳을까 봐 출산이 겁난다는 말은 ’농담‘이긴 해도 뼈 있는 말들이거든요. 오죽하면 딸 셋이면 금메달, 아들 셋이면 목메달’ 같은 이야기가 나돌까요? 이 모두 ‘사회’의 단면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출산하는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가는 것은 몽매한 처사이자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출산을 앞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일단 제가 쓴 『굴욕 없는 출산』을 추천하고요. (웃음) 요즘에는 임신이나 출산을 수단으로 여기는 것에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 『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가일 선생님의 『출산에서 여성은 어떻게 소외되는가』 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록 저는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공포와 아픔, 굴욕이 전달되었거든요. 그 밖에 『출산혁명』  『농부와 산과의사(미셸 오당)』 도 일독을 권합니다.

이후의 계획에 대해 알려 주세요. 

10대와 20대 여성의 출산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초산 연령이 40대 초반이 된 현 시점에서 10대가 애를 낳는다는 것의 상징성에 대해 깊이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10대와 20대 여성이 대학에 가지 않고 출산하는 것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은 주로 어떤 경로로 임신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지, 왜 영유아 살해 및 유기는 주로 준비되지 않은 여성의 출산에서 자주 발생해서 한 여성이 ‘살인자’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담은 소설도 써보고 싶고, 알려지지 않은 고등학생들의 출산문제를 다루는 글도 쓰고자 합니다. 출산은 혁명이고 전복 그 자체입니다. 출산은 할 얘기가 정말 많은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목영롱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영문과 졸업. 강원도 양구 분만취약지역(산모 거주지에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며 임신 과정을 보낸 대한민국 30대 여성. 양구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춘천의 대형 산부인과 M병원으로 초음파진료 및 검진을 다녔으며, 막달에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 의료형평성에 있어서 서울-지방 간의 큰 격차를 깨달음. 진통 당시 경기도에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조산사 중 실력 있다는 조산사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강남 모 병원에서 3일 진통 끝에 2019년 4월 출산. 출산 이후 이전 세계가 부서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인지적·사상적 변화를 경험함.



굴욕 없는 출산
굴욕 없는 출산
목영롱 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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