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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에 더 이상 웃어주지 마세요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최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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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Unlearn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시작점이 무례함을 웃어 넘겨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제목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2021.03.09)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웃음을 내어주지 않고 단호하게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성이 살아가면서 겪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끌며, 불쾌한 농담에 그저 웃으며 넘어갔던 사람들에게 반격할 기회와 용기를 전한다. 더 나아가 가스라이팅으로 추락한 자존감과 피폐해진 마음을 회복하고 삶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저자 최지미는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높은 유럽과 북미에서 거주하고, 19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성차별 감지 렌즈 성능이 더욱 예민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에게 상냥함과 미소를 맡겨둔 사회를 살아가며 느꼈던 불편한 감정과 부조리함을 전하고자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25만 뷰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재 외국계 대기업 전략팀에서 근무 중이다. 꿈은 여전히 제멋대로 살고 바운더리 밖으로 용감하게 진출하고, 그러다가 쪽을 당하더라도 금방 다시 회복하는 그런 멋진 할머니가 되는 일이다.



작가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로 찾아뵙게 된 최지미 작가입니다. 한때 여성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을 십분 발휘해 과잉친절하고 무해한 모습을 연기했었어요. 지금은 ‘참지 않는 말티즈’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제목이 참 강렬해요. 책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미소와 상냥함은 유독 여성에게 요구됩니다. 우리가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니라 싹싹한 태도와 무해한 미소를 짓도록 길들여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여성으로서 길러지며 배운 것들을 의도적으로 잊는, 즉 Unlearn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시작점이 무례함을 웃어 넘겨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제목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남다를 것 같은데, 혹시 계기가 있을까요?

아마 여성들에게는 2015년 강남역 사건이 무의식 어딘가에 깊게 각인되어 있을 텐데요. 그날 저는 북미에 있었는데, 기사를 읽었던 장소의 공기와 시공이 뒤틀린 듯한 충격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처음엔 이 분노와 화가 저를 집어삼킬까 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화를 내는 게 맞아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다고 믿으니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답답한 마음에 카카오 브런치에 여성을 열받게 하는 무례한 상황과 대응하는 법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올린 글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편집자님의 눈에 띄어 출간까지 이어졌네요. 

“왜 이렇게 표정이 무서워. 좀 웃어.” 작가님이 밤 9시까지 야근을 하던 중 실제로 들었던 말이지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소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을 텐데요. 왜 여성들에게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미소를 요구하는 태도에는 권력 역학이 작용합니다. 자기보다 상급자인 사장님과 대통령 앞에서 감히 웃으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사실 남성 하급자도 여성 상급자에게 웃으라고 말하진 못할 거예요. 즉 미소를 요구하는 행위에는 미소를 요구받는 자보다 자신의 서열이 높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여성은 복종적이고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기인해 감히 자신이 미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거죠.

기억할 것은 누구도 타인에게 감정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지친 사회인이잖아요. 껄끄러운 상대라면 “요즘 웃을 일이 없어서요. 웃을 일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대응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요된 감정노동을 수행하느라 소모되는 에너지는 모아뒀다가 더 소중한 곳에 쓰세요. 

꼭 여성이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일상에서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내가 정말 예민한가?’라는 생각에 위축된 경험, 누구나 있을 텐데요.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나 조언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언이나 희롱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피해자를 ‘농담을 웃어넘기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으로 프레이밍하는 가해자들이 종종 있죠. 그런데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어떻게 타인이 판단할 수 있나요?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불편한 그 감정은 이미 존재하는 겁니다. 가해의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해의 파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까요. 감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정확한 지표이니 항상 여러분의 감정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서른이 넘으면 자연스레 듣게 되는 이야기가 ‘결혼’이 아닐까 싶어요. 연애하지 않고 혼자 주말을 충만하게 보내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꿈꾸는 여성에게 걱정해 주는 척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참견을 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들에게 작가님이 대신 시원하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같은 싱글 여성으로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순수하게 한번 여쭤보세요. “그런데, 결혼을 하면 뭐가 좋아요?”라고요. 사회가 생각하는 결혼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를 낳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기에 딩크족 역시 비난의 화살을 비껴갈 수 없겠죠. 비혼과 딩크를 선택하면 누군가의 무례한 참견을 살면서 자주 들을 텐데요. 강하게 대응해서 선을 긋는 것도 좋지만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일일이 지적하는 게 피곤하다면 그냥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고 저도 그런 분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정해준 가이드라인대로 착실하게 살다 갔다고 묘비에 새기기 위해 이번 생과 자유를 내어줄 순 없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여러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자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말뚝에 다리가 묶여 자라난 아기코끼리는 성인 코끼리가 돼서도 말뚝을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해요.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도 힘이 있다는 자각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서핑을 배웠는데 강사가 보드를 살짝 밀어 물살을 탈 수 있게끔 도와주더라고요. 이 책이 여러분의 등을 살짝 떠밀어주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작지만 확실한 떠밈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하지 말란 짓도 가끔 하며 인생 제멋대로 살아보세요. 삶을 최대한의 가능성으로 살아내시길, 좀 더 설치고 목소리를 내시길, 그리고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웃어주지 않는 여자’가 되겠다는 선언은 ‘웃지 않는 여자’가 되겠다는 선언은 아님을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아마 책을 읽고 나시면 더 많이, 더 자주, 더 크게 웃을 수 있게 될 거예요. 물론 오로지 당신의 마음이 내킬 때만요. 




*최지미

타인에게 정의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 그런 이유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이라는 젠더 박스에 억지로 욱여넣으려는 가부장제와 유독 사이가 좋지 않다.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높은 유럽과 북미에서 거주하고, 19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성차별 감지 렌즈 성능이 더욱 예민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에게 상냥함과 미소를 맡겨둔 사회를 살아가며 느꼈던 불편한 감정과 부조리함을 전하고자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25만 뷰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모아 남성 중심의 서사를 바꿔나가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책을 써서 설쳐봤다. 이 책을 통해 삼켰던 감정들을 밖으로 꺼내는 연습을 하고, 스스로 규정한 자신만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현재 외국계 대기업 전략팀에서 근무 중이다. 꿈은 여전히 제멋대로 살고 바운더리 밖으로 용감하게 진출하고, 그러다가 쪽을 당하더라도 금방 다시 회복하는 그런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것.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최지미 저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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