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7)
<월간 채널예스> 2021년 3월호
부제로 쓰긴 아까워 제목이 되었다. 그런데 왜 표지엔 85세 존 디디언이 앉아있을까? 그 비화를 마티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1.03.02)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미셸 딘 지음 /김승욱 엮음 | 마티
원서 제목 SHARP와 멀지 않은 “날카롭게 살겠다”는 ‘뉴욕을 장악한 여성 작가들의 예리함’을 평하는 원서의 뉘앙스를 내밀한 다짐을 읊는 듯한 어조로 바꾼 것이다. 여기까진 순탄했다. 문제는 부제. 초점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 재능과 기운으로 무장해 있던 이들의 풋내기 시절이 묻어나면 좋겠다 싶었다. 지면을 찾아 헤매던 그때 이들은 무슨 말로 자신을 벼리며 버텼을까? 그 말을 상상해낼 수 있다면! 그렇게 작심하고 만들었다. 부제로 쓰긴 아까워 제목이 되었다. 그런데 왜 표지엔 85세 존 디디언이 앉아있을까? 그 비화를 마티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성진(마티)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엮음 | 열린책들
이 책의 원제는 ‘파페 사탄 알레페(Pape Satàn Aleppe)’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당연하다. 『신곡』에 나오는 이 말은 수많은 학자들이 달려들었어도 결국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말로 판명되었으니까. 멋있지만 그대로 쓰기엔 어려운 제목이었다. 그래서 에코가 현대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쓴 개념인 ‘유동 사회’를 보다 직관적이고 공감 가능한 표현으로 바꿔 보기로 했다. 이 사회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모두 한마디씩 내놓았다. 엉망진창, 피곤한, 뻔뻔한, 황당한, 예의 없는, 난감한… 급기야는 욕설이 나오기 직전에 제목 회의가 끝났다. 다들 세상에 쌓인 게 많았나 보다. 고르고 골라 최종 제목은 날카로우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주는 ‘미친 세상’으로 정해졌다. 돌아가신 에코 선생님께 한국어판 제목을 알려 드릴 수 없는 게 무척 아쉽다. 김수연(열린책들)
다니엘 튜더 지음 /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가끔은 살기 위해서 걷는다. 마음이 무겁고 어려워 나도 어쩌지 못할 때. 심장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져 내 손에 올려두면 데거나 얼어버릴 것 같을 때. 그럴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발걸음이 자연스레 밖을 향하지 않던가? 외로울 때도. 이젠 다니엘과는 “오랜 시간 우정을 함께해왔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영국인과 10년쯤 알고 지냈으면 이제 친하다고 말할 자격이 생기는 것. 우리 둘 다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을 좋아하고, 그래서 이 제목은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 빚을 지고 있다. 이 세계에서 우린 모두 이방인. 그러나 산책을 하다보면 살며시 낯선 사람과 연결되는 느낌을 사랑해서. 구민정(문학동네)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너무 좋은데, 제목을 짓기가 어려운 원고들이 있다. “제가 진료실에서 느낀 건데, 정신질환 뒤에는 가족이 있더라고요. 정신질환은 관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고에 관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저자와의 첫 미팅에서 류희주 선생님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셨다. ‘가족’과 ‘정신질환’. 이걸 어떻게 엮으면 좋을지, 또 다른 고민이 깊어지던 때였다. 마케팅팀과 편집팀이 모인 자리, 누군가의 입에서 ‘병명은 가족’이란 문장이 나온 순간,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멋진 제목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이 더해서 만들어졌다. 나에게는 책을 만드는 재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준 소중한 책이 됐다. 강혜진(생각정원)
임자헌 지음 | 포르체
정신을 모으고 고요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 일으키지 말고/ 나의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면서/ 마음을 보존하는 법으로 삼으라. 『마음챙김의 인문학』 「수식잠」 중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정신을 놓으면 어그러지는 호흡, 「수식잠」에서 안내하는 호흡법은 마치 인생의 균형을 알려주는 신호 같다.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내 삶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내 호흡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백 년 동안 사랑받아 온 고전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하루 한 편씩 음미하며 읽는 옛글과 저자의 재기발랄한 통찰은 소란한 세상에서 마음의 고요를 얻을 수 있고, 인간의 품위를 지키게 하는 책이기에 ‘마음챙김의 인문학’이라고 짓게 됐다. 박영미(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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