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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총명한 팝 싱어의 탄생

베니(BENEE) <Hey U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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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기본기, 개성을 지닌 신예다. 비범한 재능을 집결한 정규작이 총명한 팝 싱어의 탄생을 알린다. (2020.12.23)


베니(BENEE)는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2017년 데뷔한 그는 싱글 'Glitter'와 'Soaked'로 조국 뉴질랜드에서 인기를 얻은 후 작년 두 장의 EP를 발매한 신예 싱어송라이터다. 발돋움을 한 건 'Supalonely'가 재조명을 받은 때부터였다. 작년 말 발매된 노래는 올해 틱톡(TikTok) 댄스 챌린지에서 활용되며 사람들의 호응을 끌었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39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막 활동의 기지개를 켠 신인에서 Z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아티스트는 첫 정규 음반 <Hey u x>로 자신이 단발적인 틱톡 스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출사표답게 강한 포부가 느껴진다. 우선,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목을 끈다. 그는 자기연민이나 내면의 번뇌 등을 중심축으로 삼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기보다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편을 택한다. 작품의 포문을 여는 'Happen to me'는 '내가 비행기에서 죽지 않기를 바라 / 더 나은 방식으로 죽고 싶어'라 음울하게 노래하고, 'Supalonely'의 연장처럼 다가오는 'Plain'에서는 '네 여자는 너무 평범해 / 쟤는 나보다 나은 게 없어'라며 전 애인과 그의 새 여자 친구에 대한 감정을 투덜댄다. 시크한 보이스 톤과 어두운 내용을 녹여낸 점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겹쳐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인간적인 아웃사이더 감성이다.

전체적으로 간소한 악기 편성에 그루브 있는 리듬감을 더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양을 형성한다. 거기에 'Same effect'나 'If I get to meet you', 호주 인디 팝 뮤지션 멀랫(Mallrat)과 함께한 'Winter' 등에서 찰랑거리는 전기 기타를 동원해 인디 록의 무드도 보탠다. 어지럽게 음향을 충돌시켜 강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Sheesh'같은 곡도 있지만, 그럼에도 반복 청취가 가능한 건 멜로디가 명료하면서도 잘 들어오는 덕이다. 'Supalonely'를 비롯해 'Snali', 둔중한 리듬감을 터뜨리는 'Kool' 모두 중독성을 담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곡이 3분 내외인 스트리밍 친화적인 접근으로 상당히 짧고, 그래서 디지털 세대가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것도 음반의 강점이다.

2000년생의 어린 나이에도 완숙한 보컬 기량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트렌디한 팝에 특화된 창법이 캐치한 보컬 라인의 맛을 살리고, 그라임스(Grimes), 거스 대퍼튼(Gus Dapperton) 등의 객원 가수를 대동하면서도 그들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곡의 중심에 주인공으로 우두커니 선다.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드럼이 생동하는 'Night garden'에서는 흑인 음악 특유의 그루브까지 소화해내고, 음반의 백미인 'Plain'은 릴리 알렌(Lily Allen)의 한층 높은 톤과 래퍼 플로 밀리(Flo Milli)의 속도감 있는 랩을 배합해 모범적인 콜라보를 선사한다.

'All the time'을 비롯한 끝 무렵은 한 단계 분위기를 늦추며 가수의 미성을 들려주지만, 동시에 선율의 힘이 떨어져 약간의 지루할 틈을 남기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열세 수록곡을 저마다의 색깔로 촘촘히 메우며 그가 그저 원 히트 원더에 머물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확고한 기본기, 개성을 지닌 신예다. 비범한 재능을 집결한 정규작이 총명한 팝 싱어의 탄생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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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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