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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월비, 선혈이 낭자한 잔혹동화

스월비(Swervy) <Undercover 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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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 오묘한 경계성을 걸친 앨범이 힙합 신의 새로운 물꼬를 틀 것만 같다. (2020.12.23)


누군가의 사적인 일기를 엿본 듯하다. '위장한 천사'라는 명명처럼, 사회가 구축한 시스템의 성역에서 벗어나 한껏 꾸며진 가식의 날개를 벗어던지고 인간계에 스며든 <Undercover Angel>은 내면에 끓어오르는 쾌락주의의 단면을 가감 없이 휘갈긴다. 위험천만한 상상조차 손글씨의 형상으로 실현되는 곳. 2001년생 십 대 래퍼의 다이어리에는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그리고 선혈이 낭자한 잔혹동화가 가득하다.

하이라이트 입단 후 발매한 2019년 싱글 'Art gang money'는 기성 질서에 대항하는 요소를 역동적으로 콜라주하며 '쾌락을 추구하는 청년 문화'를 총집합한 인상을 남긴 곡이었다. 본 앨범은 이러한 분열적인 캐릭터성을 주축으로, 흐트러뜨린 조각을 작품 단위로 확장하고 갈무리한다. 포문을 여는 첫 트랙 'Alibi'는 그 계획을 암시하는 완벽한 소개문이다.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또박또박 진행되는 박자,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의 'Pumped up kicks'가 연상되는 의미심장한 가사는 입체적인 구조를 통해 청자에게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 수이(SUI)가 전 트랙을 맡은 덕에, 마치 한 아티스트가 작업한 듯한 조화로움을 보인다. 한영을 능란하게 오가며 순도 높은 적의를 분출하는 'Did it like I did'와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인 'Mama lisa'가 그 예시로, 비교적 차분해진 기조 가운데 웅얼거리는 발성은 고딕풍의 신비주의로 둔갑하고, 완급에 따라 쉬운 선율과 실험적인 면이 매끄럽게 오가는 프로듀싱 역시 몰입을 강조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사무치는 기타 사운드가 점차 뒤틀리는 'Trappend in the drum', 위화감을 부여하는 신시사이저 사이로 통렬한 래핑을 펼치는 'Gomp', 반대로 순수한 동화세계가 떠오르는 'Yaya2'가 이어진다. 스월비는 그를 형성하는 다형의 밝고 어두운 인격체를 등장시키며 감정을 구석까지 전부 쏟아붓는다. 본작을 일기에 비유한 것도, 이 작품이 지닌 자극적인 변덕과 갈망 역시 '해소'의 인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침내 치기 어린 성장통과 갈등을 토해낸 스월비는 캡틴락의 능란한 기타 연주를 덧댄 쾌청한 록 넘버 '파랑'에 도달하는데, 로킹한 무드 아래 파멸적으로 폭발하는 곡은 여운 있는 마무리로 이 작품이 스월비 본인의 명확한 성장 징표임을 증명한다.

개성파를 표방하는 많은 래퍼가 난잡한 패션과 온갖 기믹, 콘셉트를 도구로 일차원적 브라가도시오(Braggadocio)를 남용하는 시대다. 초창기 <Yaya Tape> 시절의 스월비는 이러한 몰개성의 바다에 잠식한 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탁월한 랩 스킬과 넘치는 상상력의 초점을 온전히 자신의 테두리로 겨냥한 <Undercover Angel>을 통해 독자적인 구심점을 구축하고, 동시에 '쇼미더머니' 편집의 희생양으로 국한될 위치의 래퍼가 아님을 증명한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 오묘한 경계성을 걸친 앨범이 힙합 신의 새로운 물꼬를 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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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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