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불후의 칼럼 >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
산들산들 겨울에도 불어오는 바람, B1A4 산들
자신의 현재를 걸어가는 산들
아무리 겉을 꾸미고 장식해도 본래의 모습을 지울 수는 없다. 산들은 일찌감치 그것을 깨달았고, 자기 자신의 현재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며 오늘의 B1A4를 더욱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그룹으로 만든다. (2020.10.27)
'예쁜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내 눈앞엔 네가 있어 / 길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이렇게 너와 운명처럼. ' B1A4의 새 앨범 <영화처럼>은 보이그룹의 노래라고는 생각되지 읺을 정도로 부드럽고 여린 감성을 담은 가사로 시작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멤버 신우의 작품이지만, 막내 공찬의 맑은 이미지와 신우의 든든한 이미지, 여기에 산들의 소탈하게 솔직한 이미지가 합쳐져 B1A4라는 그룹의 산뜻하고 감성적인 콘셉트를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멤버들 중에서도 산들은 늘 한결같이 소박하게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해온 인물이다. 최근 음원 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음 웹툰 '취향저격 그녀'와 산들의 컬래버레이션은 웹툰의 설레는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가사를 어쿠스틱한 인스트루먼트에 어울리는 소박한 느낌으로 부른 곡이다. 이 노래는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취향저격 그녀'의 OST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분하고 정적인 듯하지만 종종 거친 음색을 구사하는 그의 창법은 B1A4의 신곡 '영화처럼'에서 그가 그러하듯,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청자의 마음을 흔든다. 늘 예쁘고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청년의 삶에 들어온 사랑이 커다란 굴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듯, 갑작스럽게.
가장 최근에 그가 발매했던 솔로 앨범의 커다란 타이틀은 '생각집'이다. 첫 번째 '생각집'에 담긴 음악들은 여전히 부드럽고, '취기를 빌려' 고백을 해보겠다는 청년답게 수줍고 다정하다. 2016년에 첫 솔로 앨범 <그렇게 있어 줘>를 발표하며 "나의 '서른 즈음에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을 해보니 지금의 나에 대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물다섯 살 나의 이야기를 노래하려고 한다"던 그는, 서른이 궁금해서 지금의 나를 탐구했고 그 안에서 2019년의 <날씨 좋은 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발견했을 것이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자신만의 색깔을 굳혀나가기 시작한 그는 특별히 앞서 나가려고도, 그렇다고 과거 안에 갇혀 있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하고, 2020년 서른 살의 나이에 이르러서도 그 정서에 이어 <영화처럼> 로맨스를 꿈꾼다. 아직까지도 이상적인 로맨스를 꿈꾸냐는 타박에도 꿋꿋이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청년으로 산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는 산들바람 불어오는데 (중략) 매일 난 저 달빛에다 기도하는데 / 저 하늘에도 닿지 않고 같은 하루야." <영화처럼>에 수록된 그의 솔로곡 '터벅터벅'의 한 구절 한 구절이다. 아무리 겉을 꾸미고 장식해도 본래의 모습을 지울 수는 없다. 나이가 먹을 수록 더 그렇다. 산들은 일찌감치 그것을 깨달았고, 자기 자신의 현재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며 오늘의 B1A4를 더욱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그룹으로 만든다. 터덜터덜 걸으며 조금은 외로운 감정을 안고, 2020년의 초겨울에 B1A4가 컴백했다고 알리며. 겨울에도 어딘가에서는 불고 있는 산들바람처럼 따스한 온도로.
추천기사
관련태그: 산들, B1A4, 영화처럼, 아이돌, 그렇게 있어 줘, 케이팝, 박희아칼럼, 음악칼럼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