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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는 집시였다, 제목의 묵직한 함축미
히피는 집시였다 - <불>
화산처럼 폭발하기보다 푸른 잎의 그늘처럼 정적이며, 숲이 우거진 산속 거대한 나무처럼 듬직하다. 차분하고, 그윽하다가 때론 묵직한 이것이 '히피는 집시였다'의 특별한 매력이다. (2020.08.19)
보컬리스트 셉과 프로듀서 제이플로우가 만나 출발한 '히피는 집시였다'는 입대 전 그동안의 음악 생활을 정리하는 셉의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그렇게 2017년 인천의 자연 속에서 탄생한 데뷔작 <나무>를 시작으로 이듬해 2집 <언어>까지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들은 팀명보다 개성 있는 알앤비와 음악성을 구축했다. 공간감을 살린 제이플로우와 가성이 특징인 셉의 조화는 정적인 분위기의 듀오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특정 장르로 특별화되길 바라지 않는 이 듀오는 대중적이지 않은 두 음악 형식인 몽환적인 드림 팝과 소리로 대기를 감싸는 엠비언트 팝을 닮았다. 이러한 틀이 록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팀의 기원보다는 사운드의 토대를 설명하는 것뿐이다. 이를 기반으로 <불> 역시 음(音)으로 풍경화를 그리듯 「파도」, 「공기」, 「땅거미」로 사방에 색을 칠하며 통일감 있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전 작업에서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흐름을 유지해 왔다.
매번 적절한 피처링으로 음악적 합을 맞췄던 듀오의 섭외가 다시 적중했다. <쇼미더머니 6> 3위에 오른 우원재는 무거운 랩으로 「땅거미」지는 어스름한 느낌을 살리고, AOMG의 여성 알앤비 가수 후디는 마치 정식 멤버처럼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그대로」를 채색한다. 압권은 색소폰으로 곡을 압도한 김오키 새턴발라드다. 관악기를 타고 흐르는 날숨 가득한 그의 투박한 연주는 「마저」 속에서 주객의 위치를 바꿔놓는다.
진지함이 묻어나는 노래들을 따라 제목, 곡명, 가사는 함축미를 발휘하지만, 음악을 위해 그 멋을 자랑하지 않는다. 화산처럼 폭발하기보다 푸른 잎의 그늘처럼 정적이며, 숲이 우거진 산속 거대한 나무처럼 듬직하다. 차분하고, 그윽하다가 때론 묵직한 이것이 '히피는 집시였다'의 특별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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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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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는 집시였다 [불] 불 피우기 1. 잘 마른 나뭇잎을 잘게 부셔 부싯깃을 만든다. 2. 잔 가지들을 고루 모아 모닥불 형태를 만든다. 3. 받침이 되는 나뭇가지는 다른 나뭇가지를 접합시켜 회전시킬 수 있도록 미리 홈을 파 놓는다. 그리고 그 홈을 판 나뭇가지 밑에 나뭇잎 한 장을 깔아둔다.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