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넥스트 노멀 시대, 붕괴는 새로운 시작”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자 인터뷰
소비 트렌드 분석은 단순히 시장과 소비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등 좀 더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숲을 먼저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2020.08.13)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특징들이 표준이 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 일상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비 패턴은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관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드러나게 될 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은 어떻게 달라질까? 10년간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이준영 교수는 펜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개인과 사회가 새롭게 맞이하는 소비의 변화 전반을 조망한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의 이준영 저자를 만났다.
코로나가 시작된 원인을 파헤치거나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조언해주는 책은 많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 트렌드’에 중점을 맞춘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관련 서적은 많지만,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루는 책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죠.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전염병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사회, 문화, 경제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는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시장의 흐름과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관한 내용을 담았는데요. CEO부터 소상공인까지 크고 작은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과 투자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하기 위해 파악해야 하는 산업의 거시적인 흐름, 그리고 비즈니스 지형도의 변화 양상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넥스트 노멀 시대의 7가지 키워드로 ‘홈코노미’, ‘언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멘탈데믹’, ‘로컬리즘’, ‘코로나 디바이드’, ‘코로나 패러독스’, ‘코로나 리세션’을 선정하신 기준은 무엇인가요?
첫째로는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가져올 변화에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주제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트렌드는 새롭고 참신한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젊은 세대의 감성에서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가치의 변화입니다. 트렌드의 크고 작은 파도들을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동인을 찾아내서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가치 변화에 집중하여 수많은 키워드들을 뽑아냈습니다. 그런 다음 포스트 코로나로 인해 변동하는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그중 7가지를 선정했습니다.
7개 키워드가 개인 삶의 변화부터 사회 현상의 변화, 글로벌한 흐름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실 수 있었나요?
보통 소비 트렌드 분석에서 시장조사와 소비자 분석만 철저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 트렌드 분석은 단순히 시장과 소비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등 좀 더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글로벌한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세부적인 소비 트렌드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제대로 조망할 수 있겠죠. 숲을 먼저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를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사회와 환경, 기술 등의 변화가 소비자의 심리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분석도 심도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사례는 물론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양상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분석했는데요. 여기에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하여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인사이트를 담아내려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이런 정보는 무엇보다 시의성이 중요하니까요.
코로나 이후 변하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에서 제시한 경영 시나리오를 보면 현재는 초불확실성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월 현재, 코로나의 확산세가 가라앉았던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2차 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요. WHO에서도 최근 코로나19에 특효약이 없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보이기도 했죠.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그저 절망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최악의 위기를 상정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하죠. 사나운 강물 같은 운명의 여신이 아무리 가혹하게 굴어도 지혜로운 전략과 분투하는 노력으로 이에 대비한 사람은 결국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10년간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로 활동하신 이력이 눈에 띄는데요. 지난 10년과 코로나가 발생한 올해의 트렌드에서 가장 주요한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입니다. 책에서도 50여 페이지에 걸쳐서 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변화를 받아들이는 주체, 즉 소비자의 심리와 감성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특정 세대나 계층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기술은 그 효용성이나 활용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제는 소비자 관점의 기술 변화 트렌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에서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가 붕괴되는 시기일수록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요. 새로운 가치관이 확립되는 시대를 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면 좋을지 조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호혜’라는 단어를 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역에서는 상호주의라는 단어가 있죠. 서로 배려하고 베푸는 일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기만의 이익만을 내세우면 본서에서 다뤘던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위해 경영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손해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이 보이는 진정성을 인정받아 시장에서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는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업가라면 이러한 모범 사례들을 잘 찾아보고 기업경영 철학에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넥스트 노멀 시대’를 살아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에필로그에 썼던 말이 있습니다. “붕괴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 이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가치관을 완전히 흔들고 있는 엄청난 변화인데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잔물결에 현혹되지 말고 근본적인 가치의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 앞으로 새로운 시장 질서와 트렌드가 형성되겠죠. 우리는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지 말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붕괴는 새로운 시작이고 위기는 기회이니까요!
*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전자 LSR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상명대학교에서 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2017년 한국 소비자학회 최우수논문상,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경상북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1코노미》, 《케미컬 라이프》, 《소비트렌드의 이해와 분석》이, 공저로 참여한 도서로는 《트렌드 코리아》(2010~2020) 시리즈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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