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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일상탈출에는 바로 이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36회)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어떤 아이가』, 『자메이카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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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캘리: 오늘 주제는 ‘일상탈출에는 바로 이 책!’인데요. 요즘 저의 마음을 반영한 주제입니다.(웃음) 


불현듯(오은): 사실 평소와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잖아요. 때문에 더욱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프랑소와 엄: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요. 그래도 아이들은 특별히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내거든요. 저 미소만 봐도 내 힘듦은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 많이 하고 있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저 | 드렁큰에디터



‘돈지랄’이라는 말을 제목에 쓸 수 있다는 것,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표지가 일단 정말 예쁘고요. 제목이 그렇게 크게 들어가지 않아서 이 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귀엽게 다가오고요. 경쾌하고, 유쾌한 느낌이 들어서 제목과 표지의 조화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책을 제가 소개하는 것보다 작가님이 소개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특별히 신예희 작가님과 전화 연결을 해보려고 해요. 어제 책 소개를 결심하고 작가님께 톡을 보냈는데요. 깜짝 전화 연결 가능하시겠느냐고 여쭸더니 정말 흔쾌히 “예희!” 하셨어요.(웃음) 


프랑소와 엄: 책 제목 듣고 약간 충격 받는 청취자 분들 계실 것 같아요. 제목이 어떻게 나왔고, 책을 어떻게 쓰시게 됐는지 설명해주세요. 


신예희: 제목이 진짜 좀(웃음) 파격적이긴 한데요. 저는 쇼핑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돈지랄’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돈지랄이 뭐 어때, 돈지랄 좋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제목을 짓게 됐어요. 어차피 우리는 돈을 쓰고, 물건을 사며 살아가잖아요. 어차피 써야 하는 돈, 사야 하는 물건이라면 즐겁게 사자는 이야기를 담아서 책을 써봤습니다. 


프랑소와 엄: 표지가 정말 예뻐요. 유명하신 석윤이 디자이너께서 작업하셨는데요. 작가님도 미술 전공하셨잖아요. 전공자로서(웃음) 표지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신예희: 정말로 제 마음을 읽으셨나 싶을 정도로 홀딱 반했어요. 농담이 아니고, 조만간 파일을 부탁드려서 이 이미지를 넣은 옷을 해 입을 생각입니다. 


프랑소와 엄: 이 책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건 절대 아니죠. 저는 적절히 선을 아주 잘 지킨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작가님은 이 책을 어떤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으세요? 


신예희: 만약 진짜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애초에 소개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괜찮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발견하면 되게 기뻐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큰데요. 의외로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책은 딱 저 같은 분들, 좋은 것 잘 지르면 뿌듯해서 하루 종일 기쁘고 눈탱이(웃음) 맞으면 종일 열 받는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돈지랄이 나쁘지 않다, 소비가 지랄이 아닐 수도 있다, 생각했어요. 내가 살 수 있는 만큼 능력 안에서 소비하는 것이잖아요. 이런 즐거움을 나 혼자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겉으로 표현했을 때, 어느 곳에 이야기했을 때 돌아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죠. 그런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어떤 아이가』 

송미경 글/서영아 그림 | 시공주니어



김예스 님 출연하셨을 때 『돌 씹어 먹는 아이』 를 소개했잖아요. 그 책이 정말 좋아서 송미경 작가님의 다른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에요. 이 책을 읽는데 여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동화라고 하면 흔히 밝고, 희망차고, 안정적인 결말일 것 같잖아요. 이 책은 그렇지 않았어요. 이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 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먼저 표제작인 「어떤 아이가」를 소개해드릴게요. 


토요일 아침, 주인공 ‘문재’가 일어났는데 방에 노란 쪽지가 붙어 있어요. “문재야, 아몬드 초콜릿을 다 먹은 건 네 누나가 아니라 나였어. 미안해. 조금이라도 남긴다는 게 맛이 좋아서 그렇게 됐거든. 그러니 누나의 비밀 일기장 열쇠를 제자리에 갖다 놔.” 라는 내용이었어요. 쪽지를 쓴 아이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다 아는 거죠. 문재는 누가 쪽지를 남긴 건지 궁금해 하면서 집을 돌아다니는데요. 집안 곳곳에 쪽지가 있는 거예요. 대체 이 아이는 누구인지 무섭기도 하고, 당황해서 아빠에게 달려갔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말해요. “토요일 아침마다 한 것처럼 얼음물 좀 가져와라.”라고요. 하지만 문재는 한 번도 아빠한테 물을 가져다 준 적이 없어요. 어떤 아이가 한 거였죠. 


이렇듯 이 책은 일상이지만 일상을 탈출한 느낌을 갖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 일상탈출에는 여행도 좋겠지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상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혹은 내가 머무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른 일, 근사한 일이거나 조금 오싹한 일을 생각할 때 일상탈출이 가능해질 것 같거든요. 『어떤 아이가』는 송미경 작가님이 가장 아끼는 단편 다섯 개를 모았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상상만 했거나 얼핏 생각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극으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작품들이고요. 일상에서 5-10센티 정도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하나씩 보이는 책이에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자메이카의 열풍』 

리처드 휴스 저 / 김석희 역 | 문학과지성사 



읽는 동안 문자 그대로 일상 탈출을 했어요. 너무 강렬하고 충격적인 소설이었어요. 주인공이 어린이들인데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이야기고요. 저 역시 읽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웃음) 굵직한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뒷표지에 적힌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자메이카에 살고 있던 손턴 일가는 허리케인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후 아이들을 고국인 영국으로 돌려보낸다. 이들이 탄 배는 곧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 아이들은 인질로 잡혀가지만, 외려 변덕스럽고 철없는 행동으로 해적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데…”라는 줄거리를 보면 이야기가 상상 되잖아요? 그렇지만 분명히 말씀 드리면 이 책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소설이 아닙니다. 물론 어린이들의 모험이나 뜻밖의 신나는 사건도 많이 등장하지만요. 예측이 불가능한 전개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는 소설이었어요.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읽길 잘했다,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바로 그 점에서 커다란 매력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가 해적선에서 몇 개월을 지내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아주 복잡한 심정을 갖게 됐어요. 흔히 우리는 어린이를 평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귀엽고, 말썽꾸러기이지만 귀엽고요.(웃음) 사실 그건 큰 착각이기도 하죠. 어린이 역시 그 자체로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요. 또 어린이들의 잔인함을 우리는 알잖아요. 개미를 장난으로 밟아 죽이거나 또래집단에서 권력관계를 만드는 모습 같은 거요. 이 소설에는 무지해서 용감하고, 사소한 욕망과 어리석음도 갖고 있는, 생존을 위해서는 도덕의 경계를 넘기도 하는 어린이들이 등장하고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이에게 놀라는 게 아니라 내가 어린이를 얼마나 단편적으로 보고 있었나, 깊이 생각해보게 돼요. 


192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 인종차별, 성차별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감안하고 보시면 정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나 거의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찰떡 같은 문장이 등장하는 엄청나게 멋있는 소설입니다. 풍경 묘사도 정말 좋아요. 


바다는 수은으로 이루어진 매끄러운 초원 같았다. 너무 잔잔해서, 펠리컨 한 마리가 우연히 수면에 충돌하여 환상을 깰 때까지는 해안에 비친 그림자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분간할 수 없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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