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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랫폼> 드물고 낯선 재능을 만나다

플랫폼으로 은유된 사회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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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재미에 더해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드물고 낯선 재능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귀한 작품이다.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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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플랫폼>의 한 장면

 

 

지인이 사회안전망서비스(SNS)에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 이 끝내준다고 글을 올렸다. 개봉 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화를 관람했다. 보고 나서 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 아직 얘기 다 안 끝났다. 뻔한 주제와 평범한 연출을 가릴 정도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볼 수 있게 한 설정이 끝내줬다.

 

한 남자가 눈을 뜬다. 이름은 고렝(이반 마사귀)이다. 맞은 편에 또 한 남자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텅 빈 공간이 위아래로 있다. 감옥 같기도 한데 벽에 48층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고층 건물 형태로 된 감옥인가? 그런 거 같기도, 아닌 것도 같다. 텅 빈 공간으로 콘크리트 재질의 테이블이 잔뜩 음식을 싣고 내려온다.

 

이게 웬 사치?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음식들이 먹다 남은 것처럼 지저분하다. 맞은 편 남자가 설명하길, 테이블이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층마다 일정 시간 정지하면 수감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거란다. 아래층 사람들을 배려해 적당량만 깨끗하게 먹으면 좋으련만, 위층에 있는 게 특권이라고 욕심을 부려 늘 음식이 부족하고 지저분하다.   

 

그나마 48층이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에 고렝은 반문한다. 위층, 아래층 사람들과 규칙을 정해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느냐고. 맞은 편 남자는 뭘 또 그렇게까지, 의 표정으로 공산주의자 같은 발상은 집어치우라고 한다. 그때부터 고렝을 향한 그의 눈빛이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건, 자본주의 체제에서 날로 견고해지고 화석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계급 피라미드에 관한 우화다. 한 달에 한 번 이 건물에 갇힌 사람들은 머무는 층이 랜덤으로 바뀌는데 고렝은 48층에서 171층으로, 33층으로, 202층으로, 6층으로, 아무리 해봐도 최상위로는 올라가기가 요원하다.

 

극 중 ‘구덩이 El Hoyo’로 불리는 텅 빈 공간으로 추락하는 것은 단시간이지만, 올라가는 건 쉽지가 않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거대한 테이블이 가장 아래층까지 갔다가 바닥 난 음식을 다시 채우려고 상승할 때 미리 올라타면 된다. 이 테이블이, 이 구덩이가 교통수단에 올라탈 때 연단 역할을 하는 ‘플랫폼 Platform’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상층 사람들은 지금의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유리해서, 하층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려 목숨을 잃거나 이 시스템을 바꿀 힘을 내기가 수월하지 않아서다. 중간층에 있는 이들은 고렝과 맞은 편 남자의 대립처럼 혁명을 해야 한다고,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남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서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스템이 견고히 유지되는 데 역할을 한다.

 

이곳에는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허락된다. 대부분 칼이나 손전등과 같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챙기는 것과 다르게 고렝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선택했다.  <더 플랫폼> 의 제목과 설정이 이 세계를 상징적으로 축약했다는 점에서 <돈키호테>가 지시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고매한 이상주의자로서의 고렝이다. 소설 속 돈키호테처럼 고렝도 남들이 거들떠보거나 말거나, 비웃거나 말거나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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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플랫폼>의 포스터

 

 

그래서  <더 플랫폼> 의 결말은? 자세한 얘기는 여기까지. <설국열차>(2013)와 같은 계급 불평등을 주제로 삼은 작품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밝힌다. 그 외에도  <더 플랫폼> 은 혁명을 하겠다고 나선 이가 사람들을 이끌 때 자유의지를 전적으로 믿는지, 필요악으로 강제력을 동원하는지와 같은 논쟁적인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하는 설정을 촘촘히 배치했다.

 

이런 장르에 익숙한 영화 팬들에게는  <더 플랫폼> 을 향한 ‘끝내준다’는 수식이 과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주목하고 싶은 건 우리가 아는 현상을 두고도 생각지도 못한 발상으로 새로움을 부여하는 시각이다. 인간의 이기심을 호화 만찬의 테이블로 시험대에 올려두고, 사회적 불평등을 ‘플랫폼’의 설정으로 은유하여 영화적 재미에 더해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드물고 낯선 재능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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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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