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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식물! 본격 ‘식물학 로맨스’

『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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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받지 못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에 몰두하는 사람이 저는 보기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정신없이 몰두해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이고 고귀한 빛을 뿜어냅니다.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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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편집부의 성실한 여정을 그린 『배를 엮다』로 서점대상을 수상, 누계 14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킨 미우라 시온 작가. 나오키상, 오다사쿠노스케상, 시마세연애문학상 등 유수의 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그가 신작 『사랑 없는 세계』 로 돌아왔다. 한 가지 일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이들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한층 깊어진 전문성과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낯설고도 신비로운 식물학의 세계로 이끈다.

 

『사랑 없는 세계』 는 2019년 일본 서점대상 본상에 올랐으며, 작가는 일본 식물학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식물 연구 활동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통해 일반 사회에 식물학을 잘 알렸다”는 수상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꼼꼼한 답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에 과학적 사실까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서사를 자랑한다. 일과 사랑에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따사로운 성장 이야기를 그려낸 미우라 시온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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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랑 없는 세계』 의 주인공은 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대중들에게 식물학은 조금 낯선 분야이기도 한데요. 식물학을 소재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소설의 감수를 해주신 도쿄대학 대학원의 쓰카야 히로카즈 교수님께서 “연구실을 견학하러 오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주신 것이 계기입니다. 대학원생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식물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쓰카야 히로카즈 교수는 도쿄대학교 대학원 생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식물의 분자와 발생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다.)

 

제목 ‘사랑 없는 세계’와 달리 소설은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식물 연구에 대한 열정, 부모님의 사랑, 동료애,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연심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랑이란 흥미를 느끼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대상에 대한 사랑은 이미 시든 겁니다.

 

표지가 정말 예쁘다는 독자평이 많습니다. 작가님과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고심하여 표지의 그림을 구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시 어떤 방향으로 표지를 구상하셨나요?

 

표지 디자이너 다나카 히사코 씨, 만화가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오이 아키 씨, 담당 편집자분,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사람이 협의를 했습니다. 그때 저는 “식물이 우거져 있고, 거기에 빛이 비치는 느낌이면 좋겠다”라고 막연한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다음은 다나카 씨, 아오이 씨, 담당 편집자분께 맡겼습니다. 멋진 표지를 만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알고 보면 정 많은 식당 주인, 선인장 마니아인 석사생, 늘 검은 정장에 흰 셔츠를 입어서 ‘살인 청부업자’ 같다는 말을 듣는 교수님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개성 있는 캐릭터는 평소 어떻게 구상하시는 건가요?

 

이번 소설의 경우, 취재를 허락해주신 대학원생분들이 무척 매력적인 분들이라서 등장인물에 일부 반영시킨 면이 있습니다(선인장 마니아, 현미경으로 잎사귀의 세포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만, 예를 들어 마쓰다 교수가 ‘살인 청부업자’ 같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것은 그가 작품 속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생각해냈을 때 자연히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나아가 작중인물에 대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구성은 어떻게 될까, 그 외의 소설하고는 직접 관계없는 에피소드 등을 생각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소설 중반에 이르러 주인공 모토무라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온 것이죠. 작가님이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음…위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요. 만약 일에 관한 것이라면, ‘최대한의 노력과 성의를 가지고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어’ 하고 각오를 다질 겁니다(항상 마감을 맞추지 못하고 “어떻게든 할 테니까 부디 마감을 연기해주세요”라고 편집자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거대한 괴수가 나타나서 급히 도망치지 않으면 밟혀 으깨질 거야’ 같은 경우라면, ‘이건 무리야’ 하고 포기해버릴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운동신경이 매우 둔하고 발이 느리기 때문이에요. 신체 능력이 요구될 법한 위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십중팔구 운명을 받아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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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식물학자가 된다면 어떤 식물을 연구하고 싶으신가요?

 

저에게 식물 연구는 무리입니다. 참신한 발상과, 주의력과, 꾸준한 실험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일은 저에게 전혀 맞지 않습니다. 꽃보다 나무를 좋아해서 수목(樹木) 연구가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무는 인간에 비해 훨씬 수명이 길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아무런 연구 성과도 못 낸 채, 제가 먼저 죽어버릴 가능성이 크니까요). 수백 년 사는 나무 앞에서는 기가 죽습니다.

 

아무래도 식물학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다루기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전자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저는 수학도 아주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순열 조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가 폭발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 없는 세계』 로 일본 식물학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나오키상이나 서점대상과 같은 문학상이 아닌 과학 분야에서 상을 받으셨는데, 당시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무척 영광임과 동시에 문외한이 상을 받다니, 하고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도 학회 겸 시상식에 참가했더니, 오랫동안 진지하게 연구에 매진해오신 선생님들의 연구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고 자극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사랑 없는 세계』 를 읽고 ‘네가 연구하고 있는 식물학이란 게 이런 학문이구나’라고 말해줬다”라며 좋아해 주셔서, 소설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꾸준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사소하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설령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받지 못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에 몰두하는 사람이 저는 보기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알 것이고, 누군가를 업신여기거나 ‘지금까지의 상식’이나 ‘모두의 의견’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을 겁니다. 새로운 세계, 누구나 자유로이 살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해가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소중하고, 절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정신없이 몰두해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이고 고귀한 빛을 뿜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 없는 세계』 와 만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식물학이 생소한 독자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이 즐겁게 연구하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소설이므로 편하게 생각하고 읽어주신다면 행복하겠습니다. 한국에도 우수한 연구자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그들이 어떻게 그토록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지 이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보시고, 현실에서도 그들의 열정을 응원하는 마음이 되어주신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겠습니다.

 

 

 

* 미우라 시온


"요시모토 바나나 이래 가장 참신한 작가",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로 평가받으며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고, 흡인력 강한 스토리텔링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연극영상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표작으로 『배를 짜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등이 있다.

 

 


 

 

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저/서혜영 역 | 은행나무
한 가지 일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이들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한층 깊어진 전문성과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낯설고도 신비로운 식물학의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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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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