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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터 특집] 진실한 그림책 독자가 되는 법 – 황선미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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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가 애호하는 책의 목록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경계나 기준 없이 펼치는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책을 책상과 가장 가까운 책장에 모아 놓고 오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한다.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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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울지 않았던 사람도 책을 보면 기어이 울고 만다. ‘방금 낳은 알이 굴러 내려 철망 끝에 걸렸다.’ 첫 문장을 읽을 때, 독자는 이미 새드 엔딩이 두렵다. 슬픈 동화는 어떻게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좋은 그림책의 기준을 물었을 때, 황선미 작가는 ‘권리’를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어른이 먼저 보고 ‘어, 이 정도면 괜찮아’ 하고 결정한 책을 넘겨받게 되죠. 그런데 어른들이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은 권위예요. 유명한 상을 받았거나 유명한 작가가 냈거나.” 그림책은 때때로 감정의 권리도 박탈당한다. “죽음과 이별이 금기시돼 있죠. 아이한테 슬픈 정서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 마음이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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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신실한 독자로서 황선미 작가가 애호하는 책의 목록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경계나 기준 없이 펼치는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책을 책상과 가장 가까운 책장에 모아 놓고 오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한다. 줄리의 그림자』 를 그 책장에서 뽑을 때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마주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 중 14번째 그림책이다. “여자답다는 것, 아이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작가가 내놓은 해답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예요. 그림을 전개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에요. 특히 검은 펜 선과 빨간색의 대비가 멋지죠. 색이라는 요소만으로 ‘금지’의 공포를 그려내요. 강렬했어요, 정말.”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페트리샤 플라코. 일단 나풀거리는 선의 자유가 좋다. “작품이 다 좋아요. 다 좋지만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 어떨까 싶네요. 플라코 작품은 대부분 ‘관계’를 이야기해요. 할아버지와 손자, 느리게 배우는 소녀와 아이의 재능을 찾아낼 줄 아는 선생님…. 이 작품에도 매력적인 소녀와 좋은 선생님이 등장하죠. 언젠가부터 우리 아이들이 관계 바깥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플라코의 따뜻한 시선이 상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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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가 고른 4권의 그림책 『고맙습니다, 선생님』『칠성이』『언제나 널 사랑한단다』 『줄리의 그림자』

 


황선미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그림책으로 출간된 책이 몇 권 있다. 『주렁주렁 열려라』 와 『칠성이』 , 둘을 놓고 고민 끝에 『칠성이』 를 선택했다. 작품은 싸움소 칠성이가 상대 소의 옆구리를 들이받아 더 이상 싸움소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든 지 4년이 지난 어느 날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투전판이 됐지만 소싸움은 그렇게 단순한 오락으로 취급할 문화가 아니에요. 구제역이 돌면 우주는 소를 데리고 몇 달씩 산속에 머물며 소를 지켜요. 대결하는 장면도 사람이 벌이는 씨름판 못지않게 감동적이죠. 작품 속에서 황영감은 4년 동안이나 칠성이를 시합에 내보내지 않아요. 칠성이는 바람을 읽고 계절을 느끼며 훈련을 거듭하죠. 그리고 4년 후, 당대 최고의 상대를 만나 승리를 거두죠. 이 마지막 시합 모습에 나답게 승리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절제를 알고 싸우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고른 책은 우리 작가 이윤우의 『언제나 널 사랑한단다』 이다. 이 책의 테마는 ‘이소(離巢)’, 어린 새가 새 깃을 얻어 둥지를 떠나는 일이다. 추천사는 그림책에 바치는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헌사로 대신한다. “좋은 그림책은 마치 시와 같지요.”

 

 

 

 

 

 


 

 

칠성이황선미 글/김용철 그림 | 사계절
생이 끊어지는 도축장과 싸움소라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단단하게 발 딛고 선 수소 칠성이. 그리고 그 수소의 옆에 선 황 영감의 진한 인간애는 삶을 바라보는 겹겹의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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