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터 특집] 위로가 필요한 나의 어린 친구들에게 – 요조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월호
진실한 북 큐레이터 요조가 말했다.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부탁이 있어요. 최대한 자신의 결핍에 디테일해지라는 거요. 그래야 적절한 위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2020.01.07)
뮤지션, 작가 요조
‘나는 타인의 입장에서 있는 힘껏 신중해야 한다.’ 요조와 소설가 임경선이 주고받은 교환일기를 묶어낸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를 읽다가 밑줄을 그었다. 요조라는 사람을 알 것도 같아지는 한 줄, 그녀는 목소리 그대로의 느릿하고 다정한 템포로 타인의 감정 앞에 신중하다. 시는 그 템포에 가장 부합하는 위로하는 존재다. “어떤 시는 저에게 부적 같아요. 특히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 없기를’은 보는 순간부터 느낌이 왔죠. 이건 내 부적이구나. 이 시도 그랬어요. 아무리 저라도 시를 읽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때는 많지 않거든요.”
박연준 시집 『베누스 푸디카』 40페이지 ‘음악에 부침’은 ‘루시, 난 겁 안 나/그게 뭐가 중요하니’(세 번째 연)라고 항변하는 시다. “제 안에서는 자주 두 개의 내가 부딪쳐요. 겁이 많은 나와 겁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 그 충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왜 못해, 바보야!’ 했다가 ‘못 하겠는데 어떡해’ 했다가. 그런 나를 아는 존재를 만난 거예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시를 처음 읽던 날, 박연준 시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요. 친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요조가 고른 책 3권.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베누스 푸디카』,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책상 위에 놓인 두 번째 책은 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였다. “후련했어요.” 독자 요조와 시인 김소연의 관계는 견고하다. “혹시 영화 <벌새> 보셨어요? 거기 나오는 영지 선생님 같은 존재, 이렇게 살라고 말해주지는 않지만, 내가 흔들릴 때 곁에 있어 주는, 그런 존재.” 가장 ‘후련’했던 챕터는 ‘보물 상자의 원칙’. “거기 김소연 시인이 김밥을 좋아한다는 말이 나와요. ‘아무도 특별하게 여겨주지 않으므로, 나는 김밥을 영원히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해요. 이 특별하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는 자기 자신이므로 거슬리지 않는 거예요. 『아무튼 떡볶이』 를 쓸 때, 떡볶이를 좋아하는 오만 사람을 만났어요. 어느 시점인가, 마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다들 자기 기준이 너무 확고하더라요. 떡볶이는 이래야 한다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떡볶이는 인정할 수 없다고. 그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되게 보잘 것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그 무렵 이 책을 읽었는데, 고민이 일순간에 클리어됐어요.”
마지막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에는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에단 호크의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의 책 버전으로, 출판사 마음산책이 작심하고 출간 중인 ‘말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시모어 번스타인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아흔 살이 되도록 음악을 하면서 몸으로 알게 된 진실이 담겨 있어요. 이를 테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내 연주에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인식한다는 말과 같다’ 같은. 그 진정성과 통찰을 대면하면서 제가 위로를 받았어요.”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진실한 북 큐레이터 요조가 ‘중요한 질문이 빠졌잖아요!’ 하는 항변의 얼굴로 무심한 인터뷰어를 불러 세웠다.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부탁이 있어요. 최대한 자신의 결핍에 디테일해지라는 거요. 내가 왜 힘들고, 왜 외롭고,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적절한 위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서간문’이라는 가장 사적인 문학의 힘을 빌어 쓴 요조의 한 줄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 있는 힘껏 신중해져야 한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요조, 임경선 저 | 문학동네
행간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서로에게 전하는 가쁜 숨소리와 시트콤처럼 좌충우돌했던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또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가 책갈피마다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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