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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인터뷰] 최동민 “문학적인 상상이 글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작가를 짓다』 최동민 작가와 민음사 인터뷰 소설로 쓴 논픽션 교양서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가 계속 모호해지고 있어요. 자신의 경험을 논픽션 형태로 쓰기보다 독창적 형식으로 풀어내면 전달력이 더 높아질 거예요. (2019.12.23)
브런치 작가 최동민
카카오 브런치 금상 수상작 『작가를 짓다』 가 전면적인 개고 끝에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책 읽는 라디오>, <이동진의 빨간 책방> 등 독서 관련 팟캐스트 PD로 유명한 최동민 작가는 이제껏 관성적으로 이뤄져 온 ‘작가 중심’의 작품 분석을 넘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또 읽히는 명작과 그것을 창조해 낸 작가 곁에 늘 함께해 온 ‘위대한 조력자’의 존재를 샅샅이 규명해 내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를 작가 홀로 맞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투쟁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그 어떤 거장도, 그 어떤 눈부신 걸작도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았다.
최동민 작가와 함께, 『82년생 김지영』 편집자로 '출판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민음사 박혜진 에디터를 만났다. 박혜진 에디터도 <낭만 서점>이라는 팟캐스트에서 고전 문학을 이야기하는 문학평론가다. 한 권의 책에 어떻게 문학적 색채를 더했는지 그 노하우를 최동민 작가와 박혜진 에디터에게 들어 보자.
브런치북 2회에서 '작가를 짓다'로 금상을 수상하셨어요. 수상 후 민음사에서 출간되기까지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작가를 짓다』 저자 최동민 (이하 '최동민') | 당시에 금상은 출간 조건 없이 상금만 주는 형태였어요. 금상을 받았을 때 '아, 출간하긴 좀 힘든 책이지'라고 생각했어요. 상금 받은 걸로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민음사에서 메일이 왔더라고요. 정성스럽고 예의 바르게 책을 출간해도 괜찮을지 물어보셨어요. '이걸 책으로 낸다고? 그게 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또 놀랐던 건 '민음사에서? 그런 큰 출판사에서 내 책이 나온다고? 그것도 첫 책을?' 어리둥절했어요. 메일이 잘못 온 거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바로 답장을 드렸죠. "관심이 있다." (웃음)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답장을 드렸던 거 같아요.
작가님을 어떻게 알고 연락하셨던 걸까요?
민음사 박혜진 에디터 (이하 '민음사') | 당시 담당이었던 유상훈 에디터가 작가님 브런치 글을 계속 보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가 브런치북 수상작 발표가 계기가 되어 작업하게 되었다고요.
작가님 글의 어떤 면이 출간 제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지 궁금합니다.
민음사 | '문학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이미 알려진 작가들의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의 욕망까지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결해 주는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작가를 짓다』 같은 책이죠.
세계문학 전집으로 유명한 민음사다운 발견이네요.
민음사 | 사견입니다만 세계문학 전집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요. 고전이 필수 교양이었던 시대를 지나 요즘의 젊은 세대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바라보고 싶어 한다고 느껴요. 고전을 새로운 언어로 전달하고 있는 '쏜살 시리즈'가 계속해서 '고전 읽기'와 관련된 책을 내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오래된 작품을 최신의 감각으로 다시 표현함으로써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발견하는 거요.
민음사의 철학과 브런치의 색깔이 잘 융화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민음사 | 브런치에는 트렌드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작가들이 많기 때문에 고전과 트렌드를 결합하고자 하는 기획자에겐 중요한 매체일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작가들의 글을 볼 수 있고, 더욱이 한 편의 글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관심사나 글을 풀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용이한 플랫폼이죠.
'고전의 재발견'이라는 방향성이 작가님의 기획과 맞아떨어졌네요. 어떻게 글감을 발견하셨나요?
최동민 | 2010년부터 <책 읽는 라디오>라는 팟캐스트를 했어요. PD와 작가 역할이었는데 저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혼자서 소설을 계속 쓰고 있는데, 소설가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볼까' 하면서 자서전을 많이 봤어요. 작가 곁에는 작가를 도와주는 한 명의 사람이 꼭 있더라고요. 그런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서 방송을 통해 알려드리면 청취자들도 작가랑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를 대문호라고들 칭하는데 작가가 모든 면에서 위대한 사람은 아니다. 작가들도 어리숙한 부분이 있다.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정말 어려운 과정에 이런 조력자가 있었다. 그게 당신이 될 수도 있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조력자 이야기를 앞세워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어요.
방송용 원고가 책이 된 셈이네요.
최동민 | 글은 총 3번에 걸쳐서 책이 됐어요. 첫 번째는 제가 방송에서 20분 동안 말할 분량을 원고로 준비한 거고요. 브런치에 옮길 때는 방송에서 다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추가됐어요. 글을 더 정제하고 추가해서 책을 만들었고요.
하나의 콘텐츠로 방송, 브런치, 책 3개의 매체에서 독자와 만나는 경험을 하셨네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최동민 | 팟캐스트 방송을 할 때는 청취자들에게 가만히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브런치에서 독자들을 만날 때는 보다 적극적인 프러포즈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 때문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작가와 조력자 이야기를 모두 풀어낼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를 짓다』 책이 나오고 그것을 손에 얹은 분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는 부끄러우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만나 건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또다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많은 부분을 포기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브런치 글과 책에 담긴 글은 서술 방식이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브런치 글은 팩트 위주로 쓰인 반면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풀어져 있는데요.
최동민 | 브런치에 쓸 때는 브런치를 읽는 독자를 생각했어요. 웹이나 모바일로 글을 읽는다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이야기식으로 쓰기보단 팩트 위주로, 에피소드 위주로 전달해야 좀 더 쉽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으로 엮을 때는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이 책을 좋아할 독자들은 소설을 많이 보셨을 테니 이야기 형식의 글이 제일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민음사 | 저희도 이 책이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브런치와 계속 작업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브런치라는 대중 친화적인 플랫폼의 독자에게 맞춘 글이 있고, 매니악한 특징을 잘 살려서 기존 책 독자에게 익숙한 형식을 보여줌으로써 이질감을 없앴어요. 덕분에 저희로서는 작가를 더 발굴하고 싶은 매체가 되었고요.
매체마다 독자를 생각하며 글과 구성을 바꾸셨군요.
최동민 | 편집자분이 "조력자를 통해서 한 작가의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에피소드만 나열하면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고요. '집을 짓는 과정이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가가 책 한 권 지을 때의 과정을 생각해 봤거든요. 그렇게 이야기가 지어지는 과정을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소설이야, 팩트야?" 하시는 독자도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식을 택한 건, 그게 한 작가의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민음사 박혜진 에디터
팩트에 기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적 기법을 구사하신 거네요.
민음사 |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가 계속 모호해지고 있어요. 에세이 소설이라 칭하는 작품들도 많고요. 브런치에서 그런 경계 없는 글이 더 많이 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돼요. 실제로 브런치에서 '이건 좀 더 소설적이면 좋겠다' 싶은 글을 많이 봤어요. 자신의 경험을 논픽션 형태로 쓰기보다 독창적 형식으로 풀어내면 전달력이 더 높아질 거예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도 소설 형식을 차용한 논픽션이었거든요.
비문학에서 문학으로 훌쩍 넘어간다는 게 도전해 보고 싶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네요.
민음사 | 문학이라기보다는 문학적 글에 대한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상이 글을 훨씬 입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만들어 주니까요.
작가님은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으신가요? 아까 '쓰고 있다'고는 말씀하셨는데.
최동민 | 늘 고민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책이 나온다면 소설이겠구나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죠. (웃음) 개인적으론 신기했어요. 이런 교양서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뭔가 '내 자아를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설화라는 콘셉트가 들어간 거 같아요.
민음사가 브런치북 7회에서 발견하고 싶은 작품도 그럼 소설, 문학 장르를 염두에 두고 계신 걸까요? 요즘 관심 있게 보시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민음사 | 염두에 두고 있는 장르는 없고요, 오히려 저희의 편견을 깨주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자기 직업에서 출발해서 직업적 고민이 생활과 삶의 영역으로 확장해 가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최근에는 심리학 분야의 글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브런치나 온라인에서 본 글 중에서 '책으로 내고 싶다' 느껴지는 글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민음사 | 세상에는 정말 많은 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붙잡아 놓고 싶은 글만이 책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붙잡고 놓고 싶은 이유는 두고두고 보기 위해서겠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발견이 있는 글. 그런 글을 보면 빨리 책으로 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져요.
민음사는 얼마 후면 브런치북 7회 응모작 중에서 대상 작가를 선정하고 다시 브런치 작가와 협업해 보는 경험을 하시게 될 텐데요. 원활한 협업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나요?
민음사 | 에디터는 '이 글이 내 글이다'라고 생각하고 작가는 '이 글은 내 글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비교적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어요. 사실 거짓인데, 이 거짓이 편집자와 작가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메워준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너무 폐쇄적이거나 에디터가 너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면 최초의 원고에서 발전하지 않은 채 출간될 확률이 높더라고요.
먼저 수상을 해 본 선배 작가로서, 브런치북에 도전하는 작가님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동민 |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건 사람들이 안 보겠지. 이걸 누가 책으로 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거든요.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거죠. 브런치북은 어쨌든 공모전이잖아요.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내 기획이 잡아먹히기 쉬운 것 같아요. 내 기획과 대중성 사이에서 이상한 혼종이 발생하죠. '그럴 필요가 없더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그걸 하시면 돼요. 내가 하기 싫은 얘기로 당선되는 것보다는 당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얘기를 남겨두면 언젠가는 알아봐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그걸 우직하게 밀고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에디터님도 미래에 만나게 될 대상 수상 작가님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 주세요.
민음사 | 영상 편지를 찍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에디터들은 자기가 쓰지 않은 걸 자기가 쓴 것처럼 계속 보잖아요. 그만큼 애정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뽑는 건데, 그러자면 처음 반했던 매력이 유지되도록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한 핵심적인 콘셉트가 분명하게 있어야 해요. 여러 환경과 조건에도 바뀌지 않을 독특한 형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 최동민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만든다. 「책 읽는 라디오」, 「이동진의 빨간 책방」,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더 드라마」, 「독자적인 책수다」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 기획했다.
최동민의 브런치: brunch.co.kr/@groscalin84
작가를 짓다최동민 저 | 민음사
사람들은 ‘글쓰기’를 작가 홀로 맞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투쟁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그 어떤 거장도, 그 어떤 눈부신 걸작도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았다. 책은 일종의 건축물처럼 착상과 설계, 시공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 헌신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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