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 『호텔 창문』 『성격의 탄생』 외
11월 2주 신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호텔 창문』, 인간 성격에 내재된 흥미로운 이야기 『성격의 탄생』, 기독교 진리를 쉽고 친근하게 『안녕, 기독교』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9. 11. 14)
『호텔 창문』
편혜영,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저 외 2명 | 은행나무
젊은 평론가들의 예심을 통해 스무 편의 중, 단편소설들이 김유정 문학상 본심에 올랐다. 소설가 오정희, 전상국과 문학평론가 김동식 세 명의 본심 심사위원의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된 수상작 편혜영의 「호텔 창문」은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치밀한 성찰을 그린다. 누구의 잘못도 없이 한 사람이 죽고, 불행의 유산으로 한 인간이 죄의식을 안게 되었다. 작가는 원인 없이 발생한 죄의식의 문법 속에 세계를 해석하고 인간을 판단하려 드는 사고의 틀에 대해 말한다. 그밖에 6명의 작가(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의 작품들로 꾸려진 6편의 수상후보작들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흐름을 문학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대인갈등, 콤플렉스, 근심, 불안. 그 근원에는 ‘성격’이 도사린다. 행동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성격이 가치관과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 삶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성격이 좋아서 사랑 받고, 성격이 나빠서 따돌림 당하며, 성격 차이로 이별한다. 성격으로 그 사람의 행불행을 예측할 수도 있다.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저자는 과학적 기준과 유전학, 뇌과학 연구를 기초로 수백 명에 대한 성격 조사와 성격의 개인차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간다. 앞부분에 첨부한 ‘성격진단표’로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등 ‘5대 성격특성’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유형화한다. 이를 통해 성격의 특징과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인간 성격에 내재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일상의 경험을 재료 삼아 하나님, 죄와 타락, 구원, 은혜, 기도, 예배, 고난 등 기독교 신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기 쉽게 전해 준다. 저자는 집에 있는 냉장고를 보며 선악과의 의미를 생각하고, 지하철역을 지나쳐서 다시 돌아오다가 진정한 회개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굳은살을 만지작거리며 죄에 무감각해진 영혼을 일깨우고, 음식 찌꺼기가 달라붙은 그릇을 설거지하며 거룩함을 묵상한다. 그것들은 우리네 평범한 일상과 너무나 맞닿아 있기에 ‘그의’ 이야기는 어느새 ‘나의’ 이야기가 된다. 신앙의 길에 접어든 지 오래된 이들은 익숙했던 진리들을 보다 신선하고 친근하게 느끼고, 이제 막 신앙을 가지기 시작한 이들은 기독교의 진리를 보다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의 계급투쟁』
브래디 미카코 저/노수경 역 | 사계절
펑크 음악에 빠져 영국으로 건너간 일본인이 영국 최악의 빈곤 지역 무료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하며, 가난이 낳은 혐오와 차별, 배제가 아이들의 일상을 침식하는 모습을 기록했다. 저자는 2008년에서 2010년까지, 2015년에서 2016년까지를 각기 ‘저변 탁아소 시절’과 ‘긴축 탁아소 시절’로 칭한다. 그 사이에 영국의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면서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었다. 복지제도가 밑바닥 사회를 어느 정도 지탱해주던 ‘저변 시대’에 비해, 생활을 위한 지원금이 모두 끊긴 ‘긴축 시대’에는 밥을 굶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인종차별을 넘어선 계급차별이 노골적으로 일어났다. 저자는 부모의 빈곤과 정서적 불안, 폭력과 무기력을 그대로 떠안은 유아들의 면면을 묘사하며 긴축이 사람과 사회의 여유를 얼마나 쪼그라들게 하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요다 픽션(Yoda Fiction) 시리즈 첫 작품. 요다 픽션은 판타지, SF, 로맨스, 추리, 라이트 노벨, 게임 소설 등 전 장르를 망라해 뛰어난 작품을 선별해 출간하는 시리즈로,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지우는 것을 표방한다. 디스토피아 종말 세계에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야 하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서울 동호대교-잠실을 지나, 여주-충주-문경을 거쳐, 낙동강-금오산을 넘어, 마침내 대구에 이르기까지 40여 일간의 생존 여정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백두산이 폭발하고 식인 바이러스가 퍼진 한반도에서 주인공은 아이만은 지켜내고자 시종 고군분투한다.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피난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 전쟁과 겹친다. 이데올로기가 얹히고, 권력 집단의 부패가 얹히고, 참혹한 민간인 학살이 얹힌다”라는 김탁환 소설가의 평처럼 소설은 근미래를 다루면서도 현대사를 소환해내는 상징들을 곳곳에 숨겨두기도 했다.
화가 노석미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그려온 그림과 더불어 살아온 ‘살이’를 허심탄회하게 기록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을 더 크게 뜨게 하는 그림은 그의 성실성에 다시 한번 탄복을 하게도 만든다. 보이고자 하는 것만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것만 쓰는 간결함이 독자로 하여금 그가 아닌 ‘나’를 보게 만든다. 1부 ‘땅과 집’을 필두로 2부 ‘정원과 밭’, 3부 ‘동물을 만나는 일’, 4부 ‘사람을 만나는 일’, 5부 ‘집과 길’로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고 다시 그만큼의 절반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과정이 읽힌다. 가볍게 툭툭 내뱉는 것 같지만 사유의 관조가 녹아 있다.
밀레니얼 개척자는 특정 세대라기보다 특정한 시대정신으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혁신가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초단기 압축성장을 거치며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갖고 기존의 성공 방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제적 성공만 있고, 재미와 가치가 없는 삶은 거부한다. 서울 강남을 꼭짓점으로 만든 피라미드의 세상이 아닌, 강북의 골목길에서 일상의 위대함을 찾아낸다. 디지털을 자유롭게 사용하되, 아날로그를 사랑한다. 과거의 것을 낡았다고 버리지 않고, 새롭게 힙한 미래 가치로 재창조한다. 책은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30여 명의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서구 선진국들은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며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탈물질주의 사회로 변화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도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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