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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하 “서로서로 쓰담쓰담 하는 마음으로 만든 그림책”
『쓰담쓰담』
늘 곁에 있는 사람들이요. 가족, 친구, 동료, 선생님, 선배님, 후배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친절한 사람들이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요. (2019. 10. 22)
어쩐지 조금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며 울렁거리기까지 하는 그런 날.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꼭 이유 없이 어딘가 아프고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만 같다. 어깨가 축 처진 채 말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무척이나 속이 상해 보인다. ‘그러지 말걸.’ 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며 누군가를 향한 변명을 혼잣말로 내뱉는 모습을 보니 퍽 힘든 날인 것만 같다. 그 모습이 마냥 이상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공감하는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주인공을 향해 다가오는 손길이 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있고 싶은 주인공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버려 달라고 말한다. 한바탕 울고 난 후, 누워 있는 주인공에게 또 다시 다가오는 조심스러운 손길. 쓰담쓰담, 쓰담쓰담. ‘네 맘 다 알아!’ 하고 공감해주며,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손길에 점점 기운이 난다. 그림책 『쓰담쓰담』 은 힘들었던 마음까지 따듯하게 쓰다듬는 이야기이다.
전금하 그림책작가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촉각 그림책 「손으로 몸으로」 시리즈와 워크북 『마음이 예뻐지는 카드 만들기』 를 쓰고 그렸다. 그린 책으로는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가 있다.
날씨도 예쁜 가을에 나온 예쁜 책 『쓰담쓰담』 출간 축하드려요. 작가님은 요사이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많이 걷고 있어요. 저는 “사람은 걷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 하고 말할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해요. 마음이 산란한 날에도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고 즐거운 생각이 떠오르곤 하지요. 『쓰담쓰담』 강연과 워크숍 준비도 하고 있고요. 다음 작업에 대한 영감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요.
『쓰담쓰담』 은 감정의 변화를 다루고 있어요. 작가님은 평상시에 감정 상태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화가 나거나 시무룩할 때 마음을 푸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저는 보통 화가 나면 밖으로 나가서 차분해질 때까지 걸어요. 걸을 수 없는 상황이면 쿠션을 벽에 던지기도 해요. 쿠션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오면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춤을 추기도 해요. 화를 몸으로 푸는 거죠. 기분이 다운되면 전화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해요 1년 반 전부터 작업실에서 드로잉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영화를 본 소감을 나누며 드로잉을 하고 있어요. 이런 만남 통해 자연스레 마음을 풀기도 해요. 저는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겉으로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아요. 어떤 감정이든 표정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제 기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요.
감정 표현은 타인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래서 감정을 건강하게 드러내는 데 관심이 많아요. 감정 표현을 잘 하고 타인과 잘 어울려 지내고 싶어요. 『쓰담쓰담』 속 주인공은 힘들 때 기분을 말로 표현하잖아요, 저는 이 부분이 잘 안 돼요. 그림책을 진행할 때도 친구들과 편집자랑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어찌 보면 저는 『쓰담쓰담』 속 주인공처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 과정 안에서 그림책이 자연스럽게 저에게 찾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
『쓰담쓰담』 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이야기의 첫 씨앗은 어디서 얻었나요?
직접적인 계기는 슬럼프를 극복하게 위해 참여한 그림책 기획 워크숍이었어요. 『쓰담쓰담』 그림책 더미는 그 워크숍에서 작업한 첫 번째 과제였어요. 이야기의 첫 씨앗은 체온이 따뜻한 제 친구로부터 왔어요. 손이 따뜻한 제 친구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행동을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사실 그 친구의 따뜻한 손이 정말 좋거든요. 제 손발이 찬 편이기도 하고요. (하하)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따뜻한 체온 하나, 위로가 되는 스킨십! 이런 것들의 의미를 다뤄 보고 싶었어요.
손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손이 나와요. 손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손만 나오니까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지금의 손이 나오기까지 손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손을 크게 작업해서 넣었어요. 그림책 독자가 직접 주인공을 쓰다듬고 위로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독자가 직접 그림책 안으로 쑥 들어와서 상호작용하는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손이 크니까 인물의 감정을 손이 좌지우지하는 느낌이 든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손을 지금 사이즈로 줄였는데, 그러고 보니 공간 장악이 안 되어서, 여러 인물과 여러 손을 그리는 중간 작업이 있었고요. 그렇게 해놓고 보니 처음 의도와 달라진 결과가 나왔어요. (흑흑) 많아진 캐릭터도 덜어서 지금의 여자 아이 캐릭터만 나오고 손도 원래 사이즈로 줄였어요.
작은 손이 주인공과 호흡하며 반응하는 손의 표정을 넣어보기로 했어요. 다가왔다 멀어졌다 기다리고 다시 쓰다듬는 과정을 넣고, 손 모양에서 디테일한 감정들이 느껴지게 해보았지요. 손이 과연 누구 손일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로 했어요. 여자아이의 손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의 손일 수도 있고 주인공 캐릭터 자신의 손일 수도 있고 독자의 손일 수도 있도록, 해석의 여지를 독자에게 남겨두기로 했어요.
개인적으로도 타인의 손길이나 온기에 민감하신가요?
다른 감각은 둔해도 피부는 민감한 편이에요. (하하) 지하철 자리에 앉았을 때, 앞사람의 체온이 남아 있으면 어쩐지 싫다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따듯하고 좋아요.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제 손을 잡고 “도를 믿으세요?” 했을 때도 그 손의 온기는 좋았어요. 얼른 놓고 제 길을 가야 하는데 잠깐 손을 잡힌 채로 있고 싶더라고요.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 온기도 좋아해요. 따듯한 날씨도 좋아하고요.
앞뒤의 신호등 이미지가 있잖아요, 혹시 신호등 캐릭터가 이 작품에 영감을 주었나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특별히 캐릭터도 보면 손이 유독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는데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실제 신호등 이미지가 그림책을 만들 때 제 기억의 수면 위로 나온 거예요. 베를린에 갔을 때 옛 동독 신호등을 본 적이 있어요. 신호등 사람이라는 뜻으로 독일에서는 암펠만(Ampelmann)이라고 불려요. 동독의 한 교통심리학자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신호를 잘 지킬까 해서 고안했다는데 실제로 신호등 속 사람을 귀엽게 바꾼 뒤 신호 안 지키는 사람들이 감소했다고 해요. 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고, 자연스레 어떤 언어보다 먼저 떠올랐어요. 캐릭터를 잡으면서, 다른 부분보다 손만큼은 아주 디테일하게 그렸어요. 저는 시각장애인도 같이 볼 수 있는 촉각 그림책에도 관심이 많아요. 손으로 만져서 사물을 파악하는 사람들에게 손은 마치 눈과 같은 감각 기관이에요. 손이 누군가에는 눈이 될 수도 있고, 또한 손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과 표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러한 생각들이 캐릭터의 손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어요.
캐릭터가 서 있는 바닥은 작은 점들로 표현하셨네요. 이 바닥의 표현은 어떻게 작업하셨나요?
바닥 또한 다양하게 변화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지면이었는데요, 손이 진화하면서, 바닥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어요. 감정을 드러내는 쪽으로요. 처음에는 면이었는데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선으로 해 보았다가, 눈에 잘 보이도록 두꺼운 색으로 바꾸어도 보고, 다시 면을 연필 선으로 채워 보기도 했어요.
표현이 약하면 공간 안에서 힘이 없고, 조금만 힘을 줘도 도드라졌어요.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는데 디자이너가 작은 점들로 채운 면을 제안했고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작은 점들에 다양한 손맛을 내고 싶었어요. 실크 스크린으로도 작업해 보았는데요, 손맛은 나는데 균일한 농도로 찍어 내는 게 어렵고, 그게 인쇄되었을 때는 물결처럼 보이더라고요. 결국 컴퓨터 작업한 점을 이용해서 최종본을 만들었어요.
『쓰담쓰담』 그림책은 2년여 준비를 했는데요, 작업 시간이 긴 만큼 작업을 하면 감정 변화도 컸을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는 동안 마음은 어땠나요?
첫 더미로부터는 4년이 지났고요, 출판사와 계약하고 더미를 계속 수정하며 보낸 시간이 2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림책 한 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 다르니까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제 경험으로는 좀 긴 편이에요. 덕분에 배운 게 많아요. 제 뜻대로 하려던 마음도 비웠고요. 함께 작업한 편집자가 그림책 작업은 페스트리처럼 한 겹 한 겹 쌓아올리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이 참 공감되었어요. 이번 책은 작업자들과 함께 “힘들지? 그렇지만 우리 잘해 보자. 힘내자!” 하면서 만든 책이에요.
그림책 『쓰담쓰담』 의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면요?
늘 곁에 있는 사람들이요. 가족, 친구, 동료, 선생님, 선배님, 후배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친절한 사람들이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요.
『쓰담쓰담』 으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책에 대한 짧은 강연과 몇 가지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어울리며 간단한 작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워크숍을 좋아해요. 그동안 여러 워크숍을 해 왔어요. 작년에는 잠깐 면역력이 약해져서 활동을 쉬었어요. 무엇을 하든지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체력 관리를 틈틈이 해왔어요. 출간이 되었으니, 다시 워크숍을 시작해 보려고요. 미니북 만들기랑 인형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작업실 맞은편에 인형 공방이 있는데요, 공방 선생님과 함께 인형 만들기를 해 봤어요. 포근한 천으로 인형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쓰담쓰담』 그림책을 읽으시는 분들께 한 말씀을 하신다면요.
『쓰담쓰담』 그림책을 보시고 떠오르는 대상이 있다면 우선 그에게 가서 ‘쓰담쓰담’ 해주세요. ‘쓰담쓰담’을 손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다정한 눈빛, 말이나 편지, 차 한 잔, 음식을 나누거나 책이나 영화를 함께 보는 것으로도 해보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종종 ‘쓰담쓰담’ 해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쓰담쓰담전금하 글그림 | 사계절
쓰담쓰담, 입으로 소리를 내보면 그 단어 특유의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마치 누군가를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해야 할 것 같은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쓰담쓰담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책장을 열어보아도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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