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현경민 “블록체인이 살아남는 법?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해야”
커넥팅랩 『블록체인 트렌드 2020』
기존 온라인은 연결된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잖아요. 하다못해 중고거래를 할 때도 물건을 가진 사람이 악의적인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못 하는데,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더하면 인터넷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9. 07. 12)
“19세기에는 자동차가, 20세기에는 인터넷이 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 돈 탭스콧, 『블록체인 혁명』 중. 『블록체인 트렌드 2020』 재인용
2009년 배포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중앙은행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2010년, 라스즐로 핸예츠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해 피자 두 판을 시켰고, 피자 두 판 값으로 지불한 비트코인 1만 개는 천정부지로 값이 올라 9천억 원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암호화폐를 투기 대상으로 보고 달려드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늘어났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블록체인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 사장단은 1년 동안 블록체인 특강을 듣기도 했다. 초국가적 대기업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드는 상황이다. 투기 대상으로 여기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 통신, 포털,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IT 전문 포럼 커넥팅랩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주제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진행한 결과를 『블록체인 트렌드 2020』 에 모았다. 책 속에 그려진 우리의 모습은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금융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저렴한 수수료로 해외 송금이 가능해지고, 유통과 블록체인이 만나면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식품을 소비할 수 있다. 콘텐츠 창작자는 창작물에 따라 합당한 이익을 얻고, 블록체인으로 인해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을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이 ‘확장’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신뢰’입니다.” 커넥팅랩 소속 현경민 저자는 신뢰 관계에 기반한 정보 처리가 블록체인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기존에는 중개자가 신뢰의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블록체인으로 거래 비용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한다. 산업의 분야와 규모에 상관없이 혁신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다르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특정 데이터가 블록 형태로 담겨 체인으로 길게 연결된 분산 원장을 말합니다. 분산 원장은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거래내역을 다 나눠 갖는 걸 의미하고요. 암호화폐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모든 사용자에게 공유되는 형태라면, 다른 블록체인 서비스에서는 블록 안에 거래 내역 외에 다른 데이터를 담는 게 가능합니다.
원장 : 자산이나 부채, 자본의 상태를 표시하는 모든 계정계좌를 대변과 차변으로 나누어 대변과 차변 내용을 전부 기록하는 회계 장부.
블록을 컴퓨터 파일로 생각해도 될까요?
파일이라는 관점은 모호할 수 있어요. 파일보다는 데이터의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쉽게 생각하면 엑셀을 상상해보세요. 처음 셀에 데이터를 채우고, 엔터를 치고 다음 셀에 정보를 기입하는 식으로 하나씩 정보를 연결해놓은 거죠.
커넥팅랩에서는 어떻게 블록체인 자료를 조사했나요?
자체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세미나를 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워낙 화두였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재미있는 기술이고 유용하겠다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정보는 대부분 외서를 번역하거나 암호화폐 관련된 내용에 치우쳐 있어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블록체인과 인터넷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블록체인을 보통 신뢰 기반의 인터넷이라고 표현해요. 인터넷이 공유와 소유의 관점을 가져왔다면 블록체인은 거기에 신뢰를 더했다고 볼 수 있어요. 기존 온라인은 연결된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잖아요. 하다못해 중고거래를 할 때도 물건을 가진 사람이 악의적인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못 하는데,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더하면 인터넷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모든 이의 장부를 확인해야 한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블록체인의 차이점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인데요. 큰 관점에서 봤을 때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있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과 암호화폐는 퍼블릭 블록체인이어서 누구나 다 동등한 원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업들이나 컨소시엄, 지자체가 스스로 운영하기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보다 효율적이죠.
컨소시엄 : 공통의 목적을 위한 협회나 조합.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에 여러 개의 업체가 한 회사의 형태로 참여할 때도 컨소시엄이라고 일컫는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가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중앙 주체가 있어요.
처음에는 중앙이 가진 문제 때문에 탈중앙화라는 표현이 나왔어요. 거래할 때 수수료가 들어가고 중앙이 승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을 중앙의 역할을 스스로 나눠 가져서 효율을 늘리겠다는 거죠. 기업에서 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중앙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개념은 아니지만, 과정을 편의적으로 생략하는 과정이라고 보실 수 있고요. 금융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금융기관들이 각자 자기 정보를 나누는 형태여서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체에서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요.
중앙화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블록체인 서비스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개 블록체인 서비스는 신뢰의 관점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는 서비스에 사용됩니다. 송금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일 겁니다. 기존의 외환 송금 과정에서는 은행 간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중앙 은행이 끼게 돼요. 그러면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해지죠. 이 과정이 블록체인으로 신뢰를 담보한다면 수수료도 절감되고 처리하는 시간도 빨라질 걸로 기대합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원장을 나눠 가지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분리된다면 보상은 어떻게 주게 되나요?
퍼블릭 블록체인은 사용자끼리 별도의 작업증명을 하고 리워드를 받는 형태였죠. 채굴을 빼게 되면 퍼블릭은 돌아가지 않아요. 사용자 입장에서 이득이 없는데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굳이 채굴하지 않아도 기업이 작업을 인증하면 거래가 성립합니다. 코인 보상이 필요 없는 거죠.
업계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보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들은 퍼블릿 블록체인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퍼블릭 블록체인 자체가 제도권 화폐와도 문제가 되고요. 대표적으로 명확하게 정부의 규제를 받는 금융 기관이 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화폐를 공식적으로 유통하는 것 자체가 쉬운 관점은 아니거든요. 기업에서 직접 관리할 만한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서비스에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게 훨씬 수익에 도움이 될 거예요. 나중에 서비스를 추가할 때도 프라이빗과 컨소시엄 블록체인이 유리하고요.
신뢰성은 가져가되 단점은 상쇄하겠다는 시도인가요?
기존의 암호화폐는 제도권 안에 포함되기 쉽지 않아요. 현재 금융 서비스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있고 신분증명을 통해서만 계좌를 만들 수 있어요. 개인의 자산을 개인정보와 연결해 놔야 정부에서 돈의 출처를 따질 수 있는데, 초기 블록체인 원장은 개인을 추정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처음에 주목을 받았던 것도 어둠의 마약 거래나 랜섬 웨어를 통한 악의적 해킹을 통한 보상에 사용되었거든요. 미국과 일부 국가에서도 개인과 블록체인을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기존의 퍼블릭 암호화폐의 본질은 사라지죠.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만약 신문 기사에 거래소, 암호화폐와 가격 등락이 나온다면 퍼블릭 블록체인, 기업이나 서비스가 언급되면 프라이빗이나 컨소시엄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실생활에 가까워진 블록체인
책에 농수산물의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예시가 나와 있어요. 이런 경우, 원장은 누가 나눠 가지게 되나요?
유통 업체끼리 연합을 만들 수도 있고, 정부에서 관리할 수도 있을 거고요. 책에 소개된 사례는 월마트와 IBM의 협업이에요. 월마트를 통해 유통하는 제품에 블록체인 기반 원장을 유지해 추적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몇 년 전 중국의 월마트 최고 임원급 사람이 해고 된 적이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중국이 돼지고기를 절반 정도 소비해요. 그만큼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데도 가짜 돼지고기가 유통이 됐기 때문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가짜 돼지고기가 아니라는 신뢰를 얻기 위해 유통과정마다 분산저장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P2P 거래에서도 블록체인으로 신뢰를 보장한다고요.
실생활에서 전력 거래를 하는 나라들이 있어요.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에 블록체인 기반 P2P 거래 서비스가 들어간다면 우리는 한전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전력을 퍼올 수 있게 되죠. 여행을 갔을 때 핸드폰을 쓰다 남는 데이터 용량을 블록체인에 올리고 구매하는 방식도 상상할 수 있고요.
P2P : peer to peer. 인터넷에서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무언가 공유하는 서비스를 통칭한다.
콘텐츠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스팀잇(//steemit.com)이 있는데요. 예스24에서는 독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개발하는 플랫폼으로 세이토큰(//www.sey.io/)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콘텐츠는 신뢰관계가 복잡해요. 잊을 만 하면 유명한 가수라도 음원 수익이 얼마 안 된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콘텐츠를 가진 제작자들이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제작자가 가져가는 수익이 줄어들어요. 만일 유통 자체가 블록체인화 된다고 하면 작곡가, 작사가, 실연자 등이 지금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겠죠. 또 하나의 관점으로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탐색해서 찾아내기 용이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보험업에서 사고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해서 활용할 때, 개인정보가 체인 안에 들어가면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을까요?
기업들이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다른 예시긴 하지만 에스토니아에서 국가적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해서 이용하는데, 자기 블록체인 아이디를 누가 조회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누가 자기 정보를 사용하는지까지 기록이 되거나, 사용자 입장에서 다른 사용자의 기록을 조회하지 못하게 막거나, 특별한 목적이나 사유가 있을 때만 접근 권한을 주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고 싶어할 것 같기도 해요. 신용카드를 써서 돈의 흐름이 명확히 보인 것처럼, 블록체인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정부에서 모든 돈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지역 화폐의 관점에서도 불법 사용이 끼여들 여지가 상당히 없어지게 되죠. 지역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는 실제 매장에서 사용되기보다는 깡을 한다거나 어둠의 경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에 회수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지자체에서도 블록체인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요.
국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예시가 있나요?
대표적인 예로는 삼성SDS와 삼진어묵 업체가 시범 서비스를 한 적이 있어요. 어묵도 생선을 갈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생선을 갈아서 생선의 생산지가 어딘지 알 수 없으니까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블록체인으로 유통 단계를 증명하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어묵을 사면 QR코드로 어묵의 유통 경로와 어떤 원재료를 사용했나 파악하는 서비스였어요.
블록체인을 둘러싼 불안감
JTBC 프로그램 <뉴스룸>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놓고 분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어요.
어느 정도는 저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편이에요.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암호화폐 관점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관점에서는 암호화폐가 없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거든요.
한국 정부는 ICO를 금지했다고요.
고객이 투자해서 암호화폐를 샀는데, 나중에 사기성 코인으로 판명났을 때 정부의 규제가 없으면 결국 피해 보는 건 고객이에요. 신일 코인 사건도 황당하고 말이 안 되는데, 법률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그 업체를 규제할 수 없어요. 흔한 예시로 블록체인이 전기고 암호화폐는 전구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전기가 처음 나오고 전기를 사용한 서비스가 전구밖에 없었던 거죠. 정부에서는 전기 같은 유용한 서비스를 육성하면서도, ICO는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기업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ICO를 상용화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ICO : 가상 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PO(Initial Public Offering; 비상장기업이 주식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기업의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것)처럼 암호화폐를 공개하고 암호화폐의 내용을 공시하지만, 주간사와 감사가 없기 때문에 사기의 가능성이 높아 국가가 금지했다.
신일 코인 사건 :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에 실려 있다고 알려진 금을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고 한 사건. 기본적인 백서도 없었지만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몰려 약 90억 원의 피해액을 남겼다.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붙은 서비스는 많지만, 무엇이 진짜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과도기인 것 같아요. 지금은 우리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이용하는데, 인터넷 초창기만 하더라도 인터넷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심쩍어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기도 했고, 제도적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을 만든 상태라 쉽게 이용하는 거죠.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어요. 완벽한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부정이 들어갈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그런 면에서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죠.
‘최초의 1마일 문제’의 해결책으로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 연계를 들었는데요.
누군가 사람이 개입하면 신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블록체인도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개입하면 그 정보가 계속 연장되기 때문에 수정도 할 수 없고요. 그걸 해결할 방법이 인간의 개입 과정을 줄이고 기기 사이에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걸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1마일 문제 : 계약이 작동하기 위해 인간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정보를 입력할 때, 초기 정보 자체가 진실한지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
사물인터넷 기기의 활용은 필연적으로 데이터 과부하 무제도 생각하게 되는데요.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려면 인터넷 망이 필수고, 인터넷에 모든 걸 의탁하는 위험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블록체인이 인터넷 기반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은 맞아요. 그러나 서버가 다운되거나 인터넷 연결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하더라도 분산원장을 여러 군데에 할 수 있으니까 하나가 문제가 되더라도 복사해서 쓸 수 있을 겁니다.
블록도 없고 체인도 없는 독일 기업 ‘아이오타’의 사례(278쪽)가 나왔어요. 블록체인인데 블록과 체인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 이유가 뭘까요?
블록체인 자체도 완전한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도입했는데 각 기업이 짜고 악의적으로 운영한다면 언제나 오용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반 이상이 합의해야 블록이 생성되는데, 지금은 채굴하는 연합이 다 모이면 과반수인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블록체인 1세대가 비트코인이었다면 2세대는 이더리움이고, 3세대를 표방하는 서비스도 계속 연구되고 있어요. 아이오타도 블록체인의 개선 방안을 찾아 나선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고 업계의 판도가 바뀔 때인데, 기업인들이 블록체인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만일 블록체인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뢰 구조를 담보로 하기에 수수료가 적게 들거나, 오래 걸렸던 과정이 단축되거나, 편하게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사용자가 사용하니까요.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만들면서 아직 금융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처럼,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를 가져오는 기업이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브라 : 페이스북이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신흥국을 주 대상으로 개발했다.
제목이 ‘블록체인 트렌드 2020’입니다. 곧 2020년이 올 텐데, 긍정적으로 상황을 전망하시는 편인가요?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중립 혹은 좋게 보지는 않는 편인데,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많이 활용될 것 같아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보면 팔짱을 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아요.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늘어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기다리면서 서비스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록체인 트렌드 2020커넥팅랩 저 | 비즈니스북스
명확한 좌표가 없는 여타 기술서와는 다르게 업계 최신 동향을 생생히 담아내어 블록체인 기술과 기업들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남들보다 먼저 그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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