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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그림책 『별 낚시』 를 그리며 생각한 것”
그림책 『별 낚시』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밤, 자신만의 토끼를 찾아보세요
『별 낚시』 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푸른색이 가득한 책이에요. 색은 감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푸른색이 가진 기조 중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은 그 환상성을 좋아해요. (2019. 05. 28)
언제나 선물처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김상근의 새 그림책이 나왔다. 이번엔 새하얀 눈밭이 아니라 푸른 밤하늘, 빛나는 별 천지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림책 『별 낚시』 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밤하늘 풍경은 고요한 밤에만 느낄 수 있는 차분하고 깊은 감성을 건드린다.
김상근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첫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 은 2014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 소개되어 해외 여러 출판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새 그림책이 나왔어요. 2015년부터 준비하신 걸로 알아요.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 나온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
원래대로라면 『두더지의 고민』 다음 책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야기가 마음에 차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에 『두더지의 소원』 이 먼저 나오게 되었어요. 언제나 ' 『별 낚시』 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하면서 마음 한 쪽이 계속 답답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참 홀가분해요. 숙제를 끝내고 한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전체 블루 톤의 기조가 눈에 띄던 데요.
얼마 전에 한 어린이 독자가 와서 제가 쓰는 푸른색을 ‘상근 블루’라고 표현해 주었는데, 정말 칭송을 받은 것 같았어요. 와, 상근 블루라니! 참 멋지고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별 낚시』 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푸른색이 가득한 책이에요. 색은 감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푸른색이 가진 기조 중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은 그 환상성을 좋아해요. 제게는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는 색인 것 같습니다. 밤의 구름 뒤로 감춰진 환상의 푸른 밤처럼요.
귀여운 토끼가 ‘토끼토끼’ 하고 나와요. 아이에게 토끼는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인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떠세요? 헌사에도 적으셨던데 작가님한테 토끼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달에 사는 토끼가 아이의 분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와 토끼는 사는 곳도 하늘과 땅으로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토끼는 “토끼토끼“ 밖에 못해요)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하잖아요. 그렇듯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제게 위로가 되는 따듯한 모든 것들을 토끼로 비유하고 싶었어요. 제게는 할머니일 수도 있고요. 가족, 친구일 수도 있어요. 아, 제 가장 친한 친구와 책을 함께 만든 편집자, 디자이너 분도 토끼띠예요. 곁에 있는 자신만의 따듯한 ‘토끼’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신나게 같이 놀 수도 있고, 힘들 때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자신의 분신 같은 무언가요.
이번이 네 번째 창작 그림책이고요. 처음으로 사람이 등장했어요. 어린이들에 대해.
저도 어릴 때 밤에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 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요. 더 놀고 싶고, 이 밤이 막 아쉽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어릴 적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이 오지 않는 등장인물들 중에 아이가 있다면 책을 읽는 독자 분들이 더 친근하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따뜻한 잠자리 그림책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혼자 깨어 있을 때 뭘 하시나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요즘은 잘 자고 있습니다. 보통은 그 때마다 이야기와 그림들을 조금씩 쌓아 올리는 편이에요. 이 이야기도 사실 작업을 하면서 자주 느꼈던 감정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었는데 혼자 깨어 조용히 슥삭슥삭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죠. 그때, ‘이 늦은 밤 나처럼 누가 또 깨어 있을까? 가끔 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그림책에는 “따스하다” “편안하다” “예쁘다” 같은 수식어가 붙곤 해요. 『별 낚시』 도 마찬가지인데요. 평소에도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이번 작품은 어떻게 떠올리셨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는 것처럼 살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잘 안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잘 자는데 나만 힘들게 못 자나 싶어 슬프고 좌절하는, 힘마저 나지 않는 그런 순간들 말이에요. 그런데 그때 어디서 따듯한 별이 내게 드리워진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인생이 항상 행복한 순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 그림책이 독자 분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작가님도 따듯한 사람인가요?
아이에게서 부모의 모습이 보이듯 책도 작가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따듯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시다면?
작업을 하다 보면 새하얀 백지상태가 될 때가 있어요. 뭔가 답답하게 막혀있는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럴 때 길을 걷거나 새로운 것들을 하는데요. 이번 책은 여행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 아이디어도 부모님과 떠난 여행 중에 떠올랐고, 중간에 머리가 백지가 되었을 때 떠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그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무사히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책 이야기 살짝 들려주세요. 두더지 이야기인가요?
두더지의 또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아마 더 빨리 정리되는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선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별 낚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만 골라주세요.
토끼가 ‘토끼토끼’하며 편안히 잠든 밤하늘 위로 친구들의 별자리가 수놓아진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남아요. 이 책을 만들며 자주 생각했던 문구가 “혼자가 아닌 밤”이에요. 사실 혼자인 밤이지만 혼자가 아닌 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나 혼자 사는 개인적인 삶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지만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혼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혼자인 이들이 함께 모인다면 조금 더 따듯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그 마음이 전해져 살아가면서 받는 온기를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누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난 그림책에 푹 빠졌습니다. 편집자로 일하며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