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새벽수영 아이돌, 캐롯 작가 이야기 (G. 캐롯 작가)
오은의 옹기종기 (76회) 캐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
제 옆에, ’피곤하게 살지 않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웹툰 <이토록 보통의>의 작가, 캐롯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19. 03. 28)
“미련 같은 건 없고? 우주인 신청 프로그램 같은 것도 하던데 말이야.”
“미련은 무슨. 너도 만화 접고 디자이너 하고 있잖아.”
“나도 전혀 미련 없어. 뭐, 더 나이 들면 해볼 수도 있겠지. 만화가로 성공하긴 영 힘들잖아. 나는 재능도 별로 없었고.”
“인생에 쫄깃한 문어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밀가루뿐인 걸 인정하기가 어려웠지.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까.”
“짠!!”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부드럽고 짭쪼름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씹으면 사이사이 쫄깃한 문어가 씹히는 별미죠. 타코야키. 여러분도 좋아하세요? 그 위에 얹어 나오는 가스오부시도 참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타코야키에 문어가 없으면 어떨까요? 밀가루만 있다면 말이에요. 캐롯 작가님의 만화 『삶은 토마토』 에 수록된 단편 「타코야키」에서 이제는 꿈도 지나가고, 어른이 된 두 친구가 타코야키에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합니다. “인생에 쫄깃한 문어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밀가루뿐인 걸 인정하기가 어려웠지.”라고요. 그리고 말하죠.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까, 짠!!” 오늘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는요. 캐롯 작가님과 함께 사랑을 하며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밀가루뿐인 인생에서 맥주 찾는 일을 곰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인터뷰 - 캐롯 편>
오은 : 먼저 캐롯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 포털 <다음>에 연재 중인 <이토록 보통의> 시즌2 후기에 작가님이 이렇게 쓰셨잖아요.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라고요. 거기서 힌트를 얻어 드리는 질문입니다.
캐롯 : 네.
오은 : 작가님 소개를 할 차례입니다. 자, 소개 나갑니다. “만화가.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내향형 인간. 어릴 때 꿈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7살 무렵 화장실에서 동화책을 읽다가 갑자기 설거지 하는 엄마를 화장실까지 불러 “나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 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저 “잘해봐. 근데 그거 하려면 책 많이 읽어야 할 걸.” 하셨다. 꿈을 정하는 건 빨랐지만 만화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입시미술은 했는데 대학에서는 그림 그린 적이 없다. 광고 회사에 가서도 디자인 보다는 카피를 더 많이 썼다. 회사 생활은 너무나 치열하고, 우울했는데 그러자 만화가 떠올랐다.
마침내 만화로 돌아온 캐롯은 잠만 자는 회사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밤에는 불도 켜지 못했지만 달빛을 받아가며 만화를 그렸다. <디시인사이드>에 만화를 꾸준히 올렸고, 점점 그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여전히 회사 일은 힘들었지만 그릴 때만큼은 행복했다.
어느 날 <레진코믹스>에 뜬 작품 투고 공고를 본 캐롯. 그 동안 그렸던 만화를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삶은 토마토』 연재를 시작하며 어릴 적 꿈을 이루게 된다.
직장인처럼 일한다. 일주일에 5일, 아침 7시부터 그리기 시작해 오후 5시나 6시에 퇴근한다. 규칙적인 생활이 좋다.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한겨울의 핫초콜릿을 사랑한다. 초콜릿 마니아답게 책상서랍 정리는 초콜릿 박스들로 하고, 초콜릿 단면 사진을 찍어 모으는 것이 취미다. 아이를 낳는다면 스무살 생일에 초콜릿을 선물할 생각이다.
깨송편보다는 콩송편을 더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경쟁을 싫어하고, 귀찮아했기 때문이다. 열정이 없어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일부러 그런 감정을 외면하려고 하는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살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다.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말을 청해 듣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 애정이 담긴 댓글은 몇 번씩 읽곤 한다. 댓글덕후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랑’. 사랑이 뭔지 늘 고민하고 있다. 소재에 금기를 두고 싶지 않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주인공을 그릴 생각은 없고, 해답 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무의미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캐롯 : 조금 부끄럽네요. 방송 전에 제가 말이 많으면 조금 편집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말이 없는 편이라고 소개가 나가서요.(웃음) 그런데 평소에 말이 없다보니까 말을 들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오은 : 회사에 다니면서 밤에 그림을 그리신 거잖아요. 그러다가 어떤 순간이 찾아와서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겠다 생각하신 건가요?
캐롯 : 광고회사와 영상회사를 다닐 때 야근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날도 새벽 3시에 회사에 금붕어와 저밖에 없었는데요. 너무 허기지고, 외로우니까 누군가와 밥 먹는 상상을 하면서 대화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게 『삶은 토마토』 의 처음이었죠. 그러다가 인터넷에 올렸는데 화제가 되고, 위로 받았다는 댓글을 받았어요.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웃음)
오은 : 아직도 그 댓글들을 찾아보세요? 아까 댓글덕후라고 소개를 드렸는데요.
캐롯 : 주기적으로 용기가 떨어질 때마다 그때의 댓글을 보고 있습니다.
오은 : 새벽에 수영도 하셨었다고 들었고요. 새벽 수영의 좋은 점은 뭔가요?
캐롯 : 불면증이 있어서 17살 때부터 새벽 5-6시에는 잠이 깼었고요. 그 패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그때 일어나면 하루가 너무 길어요. 그런데 새벽 수영을 갔다 오면 조금 하루가 짧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오은 : 새벽에 수영장에 오는 분들의 연령층은 어떤가요?
캐롯 : 방학 시즌에는 반짝 청년들이 있다가 곧 그분들이 빠져요.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정말 따뜻하세요. 그 속에서 제가 새벽 수영 아이돌로(웃음) 지내고 있어요.
오은 : 캐롯 작가님은 언제부터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캐롯 :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위태롭고, 항상 슬프고, 감정 과잉 상태인 사람이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자꾸 외롭고, 슬픈 마음을 느낄까 늘 생각했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왜 이렇게 계속 서늘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아마도 자꾸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애정 결핍인가(웃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크고요. 저는 사랑이 정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언젠가 노교수님에게서 “나는 아직도 설레고, 사랑을 느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사랑 진짜 좋은데 나이가 들어서도 이 좋은 사랑을 계속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나를 설레게 만들고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사랑, 나를 땅 끝으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끌어올리기도 하는 이 재미있는 사랑, 좋은 사랑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기뻤어요.
오은 : 광고회사에서 카피를 쓰셨다면 거기서 다져진 실력들이 만화를 그리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캐롯 : 카피 쓰면서 덜어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카피는 명료해야 하는데 제가 장황하게 쓴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요. 줄이는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토마토』 원고만 보면 느끼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림을 얹히는 과정은 그걸 희석시키는 과정이에요. 담백하고 거친 선으로 제가 뱉는 느끼한 말들을 희석시키는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글만으로도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는 작가님들에 대한 굉장한 존경심이 있고요.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오은 : 아마도 오늘 작가님의 얼굴이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일 텐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캐롯 : 너무 긴장되고 떨려요. 사실 작가 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결단이라고 말씀 드릴 수도 있을 정도로 제게는 엄청 큰 일이거든요. 어쨌든 청심환도 먹었고(웃음) ‘으악,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오은 : 다른 곳이 아닌 <책읽아웃>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캐롯 : 저를 숨기고 활동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를 기다리기는 했어요. 최대한 빨리 신상을 드러내고, 그릇된 환상을 빨리 없애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제가 사사롭고 변변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빨리 알려드려야 나중에 저를 대면하셨을 때 덜 실망하실 것 같아서요.(웃음) 결정적인 계기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네임드’ 방송인 <책읽아웃>에 출연할 기회가 생겨서 덥석 물었죠. 출판사에서도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오은 : 『삶은 토마토』 가 얼마 전에 나왔어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캐롯 : 정말 감사했어요. 『삶은 토마토』 는 저의 첫 작품이라서 되게 많이 애틋하거든요. 이번에 책 작업하면서 수정도 많이 하고, 품도 많이 들어갔어요. 편집자님, 디자이너님도 많이 고생을 하셔서요. 이렇게 책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고요. 여기 초대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웃음) 특히 이 책이 나오기를 기다려주신 독자님들은 제게 정말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분들이거든요.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웹툰 리그에 있을 때부터 저를 지켜봐주셨던 분들이 많아요. 입시 미술밖에 안 배운, 배움이 짧은 제가 이렇게 만화가로 먹고 살게 된 건 다 그분들 덕이고요. 그분들이 저를 돌봐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결과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또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육성으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행복합니다.
오은 : 『삶은 토마토』 를 읽는 내내 정말 배가 고팠어요. 오감을 자극하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하는데요. 제목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세요.
캐롯 : 검색을 해보니까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하는 문제가 미국 대법원 같은 데 올랐을 정도로 세계적인 문제더라고요.(웃음) 실은 제가 모든 게 애매한 사람인데요. 기쁠 때도 엄청 슬프다고 느껴요. 예를 들면 지금 <책읽아웃>에 나온 게 정말 꿈 같거든요. 지금이 저의 빛나는 순간이고, 아마도 집에 가서도 며칠을 이 기억으로 먹을 것 같아요. 훌륭하신 분들과 제 작품을 두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너무 특별하잖아요. 그런데 이 빛나는 순간이 언젠가는 지나가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도 알아요. 어쩌면 시인님을 만나는 것도 이 자리가 제 생애 마지막 자리일 수 있는 거고요. 저는 그게 항상 과하게 슬퍼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항상 가지고 살다보니까 삶은 진짜 애매하구나, 삶은 토마토 같다, 생각하게 됐고요. 내 만화는 삶을 그리는 거지, 그러면 ‘삶은 토마토’라고 지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오은 : 캐롯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로 지으신 거예요?
캐롯 : 지금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요. 막 지은 이름이에요.(웃음) 빨리 만화를 올려야겠는데 생각나는 게 캐롯밖에 없어서 그랬거든요. 아무래도 더 멋있는 이름으로 지었어야 하지 않나, 엄청 후회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사랑해주기로 했습니다.
오은 : 직장을 다니면서 만화를 그리다가 드디어 작가의 길을 걷게 됐어요. 만화를 그리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캐롯 : 사실은 너무 많이 달라져서 어떤 것부터 얘기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일단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던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일이나 그분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도 너무 신기했어요. 다들 과분하게 너무 잘해주시고,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저를 띄워주셔서 처음에는 마인드 컨트롤 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죠. 자꾸 저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것 같더라고요.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었는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앞에 계신 분들이 잘해주시는 건 열심히 하라고 용기 주시는 거니까 착각해서 우스운 사람 되지 말자’라고 계속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게 어느 정도 성공해서 지금은 많이 차분해진 상태인데요. 처음에는 어깨뽕이(웃음) 귓불까지 붙고 그랬어요.
오은 : 작가님은 『이토록 보통의』 에 수록된 단편 「무슨 말을 해도」에 등장하는 ‘선’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뭘까요?
캐롯 : 그 인물이 저와 반대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선은 무서운 상황에서도 연인을 지키고, 그의 감정 상태를 다 맞춰줄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거짓말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거짓말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결단력이 있고, 또 헤어짐을 결정할 때는 바로 헤어질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여성인데요. 저는 대부분의 관계나 상황에서 아주 나약하고,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부러운 마음으로(웃음) 선을 굉장히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고 있습니다.
오은 :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게요. 그리는 방식이 독특하신 것 같거든요.
캐롯 : 콘티를 안 그리고요. 작업 글을 바로 그림으로 옮겨요. 거의 소설처럼 쭉 글을 써놓고 그림으로 옮기거든요. 사실은 배운 바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요. 저는 콘티를 그려야 한다는 것도 몰랐어요. 몰라서 바로 그리게 됐는데 그게 작업 방식으로 굳어져서 이제는 알면서도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플러스펜이나 색연필 같은 간단한 수작업 도구들을 쓰는 것도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같이 그림을 그렸어야 했기 때문에 저렴하고, 어디서든 쉽게 그릴 수 있는 도구들이 저한테는 편했던 거예요. 그게 이제는 스타일로 굳어져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오은 : 『삶은 토마토』 와 『이토록 보통의』 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삶과 사랑과 관계 같은 것들인데요. 캐롯 작가님이 나도 모르게 그리게 되는 것들은 뭘까요?
캐롯 : 저는 매 에피소드를 그리고 나면 ‘내가 뭘 그린 거지?’, ‘내가 이걸 말할 자격이 되나?’, ‘충분한 고민을 했나?’ 생각하면서 계속 괴로워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걸 독자분들이 아시고 좋은 댓글도 달아주시고, 안 좋은 댓글도 써주시는데요. 그 중 하나, 뼈를 맞았던 댓글이 ‘합리화 하고 있네’라는 댓글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그리는 것들은 보통의 인물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거나 비난 받아 마땅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나를 이해해달라고 하는 거거든요. 이해 받기 위해서 발악하고, 합리화 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는 거죠. 생각해보면 제 주인공들이 말하는 건 이거예요. 저를 이해해주세요, 이해할 수 없으면 동정이라도 해주세요, 그럴 수 없으면 들어라도 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사랑 받고 싶어서 사랑을 갈구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그런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오은 : 곧 <이토록 보통의 시즌 3>가 연재될 예정이에요. 어떤 내용일지 <책읽아웃> 청취자분들께 살짝만 알려주세요.
캐롯 : 학생들 이야기를 많이 할 거예요. 교복 감성을 좋아해서요.(웃음) 이번에도 역시 반전도 있고, 약간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번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은 : 처음 드렸던 deep & slow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볼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요?
캐롯 : 제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요. 나를 가장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사랑을 할 거예요.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는 사랑하지 않을 권리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좋다,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을 권리를 모두가 가지고 있다, 라고요. 사실 제 이야기들은 사랑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냥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고요. 제 이야기를 보고 사랑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지셨다면 혹은 이해할 수 없던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셨다면 저로서는 더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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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