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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 칼리올라 “행복을 위해 ‘혼술’ 권하는 핀란드”

『팬츠드렁크』 출간 기념 북토크 팬츠드렁크로 핀란드의 문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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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는 어느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시간이에요. 돈을 들이지 않고도 몸과 마음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죠. 실제로 제게 가장 만족을 주는 휴식 시간은 오직 팬츠드렁크뿐이에요. (2019.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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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한국 사람의 대부분은 아마 ‘휘바휘바’를 외치던 자일리톨 껌의 광고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안한 옷차림으로 혼술을 즐기는 젊은이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게 될 지 모른다. 『팬츠드렁크』 는 핀란드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미스카 란타넨’이 펴낸 책으로, 핀란드인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인 팬츠드렁크(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행위)를 통해 핀란드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의 비결을 설명한다.


『팬츠드렁크』 의 출간을 기념해 지난 1월 10일, 삼성동 패스트파이프에서 페트리 칼리올라의 북토크가 열렸다. tvN <비정상회담>, MBC everyone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의 방송으로 알려진 페트리 칼리올라는 주한 핀란드대사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책의 저자를 대신해 고국의 정체성과도 같은 대중적 문화 ‘팬츠드렁크’에 대해 소개하며 핀란드인의 삶과 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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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인의 소확행, 팬츠드렁크


팬츠드렁크는 ‘진짜’다. 팬츠드렁크의 휴식효과는 단순한 요소에서 나온다. 편한 옷차림, 적당량의 술, 그리고 가벼운 소일거리. 그리고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 팬츠드렁크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음을 열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야 한다. 사실 팬츠드렁크는 정신, 감정적인 면에서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하는 명상법인 ‘마음챙김’과 닮은 구석이 있다.

- 『팬츠드렁크』  27쪽

 

팬츠드렁크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핀란드의 혼술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팬츠드렁크에 담긴 가치를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다. 그저 술을 마시는 것을 넘어, 핀란드인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에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여러 개념이 있다. 스웨덴의 ‘라곰(완벽하게 균형 잡힌 상태란 뜻으로 균형잡힌 생활,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한다)’이나 덴마크의 ‘휘게(편안함, 안락함을 뜻하는 말로 안락한 일상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라곰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휘게는 윤택한 환경을 조성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팬츠드렁크는 그저 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약간의 술과 음식, 편안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핀란드 사람들이 팬츠드렁크를 사랑하는 이유다. 페트리는 팬츠드렁크를 설명하며 음주문화가 아닌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위로하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말했다.

 

“팬츠드렁크는 어느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시간이에요. 돈을 들이지 않고도 몸과 마음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죠. 실제로 제게 가장 만족을 주는 휴식 시간은 오직 팬츠드렁크뿐이에요. 핀란드에서도 자주 이런 시간을 가졌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팬츠드렁크를 하기에 무척 좋은 나라예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있고, 전화 한 통으로 맛있는 음식이 집까지 배달되니까요.”

 

팬츠드렁크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손쉽게 일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법칙 없이, 그저 나의 욕구에 충실하면 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내 몸과 마음의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저렴하고, 평등하며, 실천이 쉬우나 그 효과는 위대하다.  

 

“준비 방법은 간단해요. 냉장고에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경기 등을 관람합니다. 책을 좋아한다면 그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을 보아도 좋겠죠. 가장 편안한 나만의 장소에서, 가장 편안한 옷차림으로 술과 안주를 곁들여 하고 싶은 오락 활동을 하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팬츠드렁크는 햄버거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축구 경기를 보는 거예요. 주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를 봅니다. 핀란드에 있을 때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초대했던 친구들인 빌푸, 빌레, 사미와 한 집에 모여 비디오게임을 하곤 했어요.”

 

그의 말처럼, 팬츠드렁크를 꼭 혼자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때 찾아오는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럿이 모여 팬츠드렁크를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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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정부에서도 팬츠드렁크를 장려한다. 페트리는 “팬츠드렁크는 단순한 문화현상이 아니라 핀란드의 공공외교이기도 하다”라며 핀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국가 이모티콘을 소개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헤비메탈, 노키아3310, 사우나와 함께 팬츠드렁크를 하는 남녀도 이모티콘의 하나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팬티만 입은 남자 캐릭터는 맥주를, 잠옷을 입은 여자캐릭터는 와인을 들고 소파에 누워 있다. 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이미지에 팬츠드렁크를 사용한 것을 보면, 이 휴식문화가 핀란드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페트리는 관객들에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권하며 북토크를 마무리했다.

 

“미스카 란타넨의  『팬츠드렁크』 는 핀란드식 유머가 섞인 가벼운 내용의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팬츠드렁크를 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으면 재미있을 거예요. 책을 읽고 여러분들도 팬츠드렁크를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퇴근 후에는 회사 일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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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Q&A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보수적인 편인데, 핀란드는 어떤가요?


핀란드도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낮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한 대낮에 공원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핀란드인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거예요. 그래서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팬츠드렁크를 하면 설사 취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창피를 당하지 않을 테니까요.

 

팬츠드렁크는 음주문화라서 미성년자가 하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 중ㆍ고등학생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궁금합니다.


팬츠드렁크라고 해서 반드시 술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콜라나 주스를 마셔도 좋죠. 저는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모여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그것도 좋은 팬츠드렁크일 거예요.

 

SNS에서 ‘핀란드인들의 줄 서는 방식’에 대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무척 널찍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얼핏 보면 줄을 선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요.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줄을 설 때 그렇게 하는 게 예의인가요?


 맞습니다. 핀란드는 인구가 적어서인지, 개인공간을 무척 고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나의 개인공간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개인공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줄을 설 때도 간격을 두고 서는 것이 예의입니다. 제가 핀란드에 있을 때, 아파트 8층에 살았어요.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입구에서 옆집 이웃이 들어오고 있어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8층까지 걸어 올라갔죠.(웃음) 옆집에 살고 있었고, 아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개인공간을 배려해주기 위해 그가 불편을 선택한 거예요. 물론 이 사례는 조금 지나친 케이스이긴 하지만, 실제로 핀란드인들은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걸 무척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국 마트에 와서 계산을 할 때 힘들었어요. 저는 분명 줄을 섰는데, 멀리 떨어져있다 보니 사람들은 제가 줄을 선 지 모르고 앞으로 계속 들어왔거든요.(웃음) 그때 문화의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핀란드는 날씨가 무척 추운 나라인데요. 핀란드 엄마들은 카페에 갈 때, 아이들을 실내에 데리고 들어가지 않고 출입문 밖에 유모차를 태운 채로 놔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웃음) 아주 흔한 상황이죠. 핀란드의 아이 엄마들은 카페에 갈 때 아이들 낮잠을 밖에서 재웁니다. 영하 20℃의 날씨에도 말이에요. 이러한 양육방식 때문에 핀란드의 소방서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신고 전화가 자주 걸려 와요. 누군가 아이를 밖에 버리고 갔다면서요. 하지만 소방관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죠.(웃음) 핀란드는 너무 추운 나라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아이가 추위에 익숙할 수 있도록 키우고 있습니다. 

 

곧 핀란드에 갈 예정인데 어떻게 하면 금방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핀란드 사람들이 개인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일하게 개인공간을 고려하지 않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우나예요.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에 들어가면 옷을 입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거나 어색해하지 않습니다.(웃음) 사우나를 할 때는 마음이 편안하고 활짝 열린 상태이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좋을 거예요. 사우나에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팬츠드렁크’를 따라하고 싶다면? 


팬츠드렁크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그 특징은 소박한 준비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돈이 크게 들지 않는 덕분에 누구나 평등한 조건으로 시작할 수 있다. 팬츠드렁크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  『팬츠드렁크』  46쪽

 

팬츠드렁크에는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퇴근 후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우리의 평범한 여가시간도 이미 훌륭한 팬츠드렁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핀란드 사람들은 좀 더 즐거운 팬츠드렁크를 위해 다음 네 가지 기본 준비물을 갖춘다고 한다.

 

준비물 하나. 알코올


핀란드 사람들이 팬츠드렁크를 할 때 주로 마시는 술은 맥주나 와인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독주도 괜찮고, 술을 마시지 못한다면 음료를 마시면서도 팬츠드렁크를 즐길 수 있다. 단, 중요한 것은 다음날 일어났을 때 숙취가 남지 않을 정도의 술을 적정량으로 마셔야 한다.

 

준비물 둘. 가장 편한 옷차림


팬츠드렁크라는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핀란드 사람들은 가장 편안한 차림으로 이 짜릿한 휴식을 즐긴다. 대게 헐렁한 속옷 차림이다. 실내 온도에 따라 팬티 위에 가벼운 티셔츠를 입어도 좋고, 매일 입고 자는 잠옷을 입어도 훌륭하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편안한 상태여야 한다는 점이다.

 

준비물 셋. 오락 기기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활동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TV, 영화, 라디오, 음악, 책, 악기, 게임 등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며 팬츠드렁크를 즐길수록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온라인쇼핑이나 웹서핑, SNS 등도 좋은 팬츠드렁크 메이트가 될 수 있다.

 

준비물 넷. 맛있는 간식


휴식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영양공급. 따라서 맛있는 먹거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균형잡힌 건강한 식품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량식품이나 열량이 높은 음식도 좋다. 팬츠드렁크의 목표는 행복감을 최대로 끌어 올려 휴식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 핀란드 사람들은 주로 달콤한 디저트나 피자, 타코, 소시지 등을 먹는다고 한다.


 

 

팬츠드렁크미스카 란타넨 저/김경영 역 | 다산북스
팬츠드렁크의 기원부터 실천 방법, 팬츠드렁크가 행복을 주는 이유,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방법 등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핀란드인들의 행복 비결에 대한 분석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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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성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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