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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오브 더 디스코, 가면을 벗고 즐기는 음악
술탄 오브 더 디스코 『Aleins』
때로는 진지하고 또 때로는 과거의 그들처럼 신나는 댄스 비트를 만들어내는 이 음반은 다시 말해 꽤 괜찮은 소포모어다. (2018. 11. 21)
2005년 홍대 최초 립싱크 밴드로 출사표를 던진 이래 2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간 몇몇 싱글을 발매하긴 했지만 소포모어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타이틀만큼이나 그룹의 캐릭터가 복잡, 난해했기 때문이다. 지난 1집 <The Golden Age>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요술왕자’로 분했고 ’압둘라의 여인’을 사랑했으며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이란 디스코 장을 노래했다. 한 마디로 콘셉트 천국이었다.
하지만 천국이 지옥이 되기도 했다. 정규 2집의 발매가 늦어진 건 얽히고설킨 콘셉트를 풀고, 키치 하지만 디스코라는 장르 구현 앞에서만큼은 엄격했던 본인들의, 특히 리더 나잠수의 고뇌 덕택이었다. 신보는 그 부담감 끝에 탄생한 적절한 중용이자 현실 타협 작품이다. 단 그 우회가 아쉽지 않을 말끔한 조화라고나 할까.
예전이라면 새싹도 움트지 못할 진지한 트랙이 자리한다. 약간은 사이키델릭한 기타 톤에 어딘지 우수에 찬 블루 아이드 소울의 향취를 풍기는 「사라지는 꿈」, 그루비한 발라드곡 「어쩐지」가 그 대표 격이다. 전에는 일절 찾아볼 수 없던 피처링 군단이 디스코란 장르의 낯설음을 녹여내고 과거의 음반이 브라스와 현악기, 코러스 등을 빵빵하게 채운 완벽한 디스코의 향연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오케스트레이션을 넣어두고 가벼운 무게감의 디스코곡들을 연속 배치했다. 래퍼 김아일이 기묘한 목소리 톤으로 기여한 첫 곡 「Playaholic」과 마찬가지로 커팅기타와 펑키한 리듬감이 잘 어우러지는 뱃사공 피처링의 「통배권」은 위와 같은 의미로 대중성을 갖는다.
탈퇴한 전 멤버는 총격으로 사망했고, 그들 자신은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뽑기 위한 오디션으로 처음 음악계에 발을 들여놨다는 등 과한 설정을 내려놨다. 정규 1집만 보더라도 거의 전곡에 체계적이고 부풀려진 서사를 담아냈으나 이번 음반은 ‘음악을 위한 음악’에, ‘음악만을 위한 음악’에 먼저 방점을 찍는다. 때문에 예전과 같은 디스코, 댄스 성향의 「Super disco」 「갤로퍼」 「깍두기」는 한결 소화와 체감이 쉬워졌다.
데뷔 초 기상천외한 가상 일화를 만들고 독특한 옷차림에 전담 댄서까지 꾸려 등장한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 빠졌던 팬들이라면 심심함을 느낄 수 있다. 진한 인상을 남기던 캐릭터들이 자취를 감췄으니 말이다. 그러나 힘을 뺀, 콘셉트의 굴레를 떨쳐버린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여전히 술탄 오브 더 디스코다. 음악적 고민과 답답함을 ‘사라지는 꿈’ ‘미끄럼틀’ 에 빗대 한층 진실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또 때로는 과거의 그들처럼 신나는 댄스 비트를 만들어내는 이 음반은 다시 말해 꽤 괜찮은 소포모어다. 가면을 벗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은가!
관련태그: 술탄 오브 더 디스코, Aleins, The Golden Age, Super disco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