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집사라면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죠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만화의 이해』,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11. 01)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또 하나의 ‘걸작 개론서’ 『만화의 이해』 , 동시대를 사는 어른의 이야기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를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박은지 저 | 미래의창
책의 제목이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인데요. 집사들이 다 한 번씩 이 생각을 하죠. ‘길에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내가 자유를 박탈한 걸까’ 하고요. 저자는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모두 길에서 구조되었거나 보호소에서 입양된 아이들이에요. 세 마리가 다 한 번씩 아팠는데, 그 중에서도 첫째인 ‘제이’가 가장 큰 병을 앓았어요. 아무래도 책에서는 ‘제이’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고요. ‘제이’는 4개월령 즈음부터 저자와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동거한지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호흡이 가쁜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흉선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런데 수술을 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위치라서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집사는 마치 피가 마르는 것 같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 기간 동안 있었던 수많은 감정의 변화, 반려묘와 함께 겪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흉선 림프종’이라는 병이 굉장히 무섭더라고요. 항암 치료를 해도 기대 수명이 1~2년 밖에 안 돼요. 완치가 없고,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요. 집사로서는 정말 애가 탔겠죠. 저도 책을 읽는 내내 미간에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아이의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때마다 집사도 흔들리거든요. ‘이게 내 욕심인가, 아이를 위한 건가’ 싶은 거예요.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어요. 25주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 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30~50만 원의 비용이 들거든요. 그런데도 완치는 불가하고, 재발 가능성도 있고, 기대 수명도 짧은 거예요. 그러니 중간 중간 집사가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고, 읽는 저도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읽었는데요.
다행히 ‘제이’는 잘 지내고 있는 중이라고 해요.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기대 수명 시간을 더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톨콩의 선택 -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저/김낙호 역 | 비즈앤비즈
지난번에 제가 『무슨 만화』 를 가지고 왔잖아요. 그 책에 이어서 『만화의 이해』 를 가져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의 고전인 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 책들이 있죠. 너무나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지만 그것을 아주 친절하게, 일반인들도 알 수 있게 알려주는 ‘걸작 개론서’가 있는데요. 이를테면 『곰브리치 세계사』 나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 또는 우리 삶과 우주에 대한 개론서인 『코스모스』 같은 거죠. 저는 그런 걸작 개론서들을 좋아해요. 결코 얕지 않으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개념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쥐어주는 친절하고 멋진 책들이잖아요. 만화 분야에 있어서는 『만화의 이해』 를 따라갈 책은 없습니다.
예전에 출간된 책이고, 지금은 웹툰의 시대가 되었지만, 이 책의 미덕은 바래지 않아요. 벽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오는데, 만화라고 하는 것의 원류를 찾아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요. 그림 언어라고 하는 것과 글자 언어라고 하는 것, 그 둘을 같이 배치하거나 따로 배치한 시각 언어로써의 만화의 예술성과 재료들에 대해서 아주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만화로 되어 있어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예요. 만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 글과 그림도 있지만 연속성이라든가, 칸과 칸 사이의 홈통에 대한 부분도 있고요. 만화에서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색깔이나 선은 어떤 식의 효과를 주는가, 같은 이야기들도 있어요.
이 책을 보고 나면 만화를 볼 때 훨씬 더 풍성해져요. 너무너무 재밌어져요. 음미할 거리가 많아지는 거죠.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있는 만화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만화를 이해한다기보다는 삶 전반을 이해하고 인간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에도 정말로 좋은 책이에요. 글과 그림, 시각 언어와 의미 언어,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다 섞여서 우리는 만화를 해독하거나 감상하는데요. 그것이 너무 일면적으로 가지 않도록 해줄, 너무나 훌륭한 책입니다.
단호박의 선택 -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박산호 저 | 북라이프
박산호 번역가님이 쓰신 책이에요. 이 분은 전문 번역가이시고 중학교부터 영어에 흥미를 느껴서 고등학교 때는 외국 작가가 쓴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문학소녀이셨대요. 영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셨고 회화, 토익 강사를 거쳐서 전문 번역가로 자리매김하신 분이고요.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번역하고 계세요.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가 에세이다 보니까 본인의 인생이 쭉 드러나 있는데요. 마흔 살이 되기 몇 달 전에 이혼을 하셨고, 딸과 같이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온갖 고생을 하시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요. 제목처럼 ‘어른’이 키워드예요. ‘어른이 뭘까,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어른일까’라는 질문에 차례차례 대답을 하면서 어른이라는 키워드로 계속 글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직 40대예요. 그러다 보니까 큰 스승이라는 느낌이라기보다 같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내가 10~20년 후에는 이렇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어른을 다루면서도 친근했던 책인 것 같아요. 가볍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고요.
저자가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나와요. 이 분의 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되게 인상 깊었어요. 할머니가 항상 번역가님한테 말씀하셨던 게, 어린 나이일 때도 ‘변명하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하셨대요. 잘못을 했을 때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려고 하지 말고 너의 잘못이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죄송하다, 미안하다, 라고 말하라는 가르침이었던 거예요. 나중에 들어서 생각해 보니까 그게 정말 맞는 말이었던 거죠. 그리고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가르침을 주는 어른들이 계셨고요. 그런 사례도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저자의 ‘어른됨’도 좋았는데요.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일하다가 허리가 아팠는데 따님이 파스를 붙여주면서 ‘나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돈 많이 벌면 잘해줄게’ 그랬대요. 그러자 번역가님이 ‘너는 왜 엄마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해? 엄마는 지금 되게 행복해. 우리 둘 다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고 엄마가 하는 일이 재밌어. 나는 행복하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라고 하셨다고 하는데요. 그게 정말 ‘엄마됨’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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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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