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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시반, 용기 있는 드러냄

트로이 시반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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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최소한의 효과음과 목소리, 그리고 트로이 시반 본인에게 집중한다. (2018.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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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의 첫인상은 자칫 밋밋하거나 평면적인 울림을 줄 수 있다. 우리 나이로 21살에 전 세계적인 주목과 큰 인기를 가져다준 전작 <Blue Neighbourhood>에 비해 한 층 정제된 사운드 톤과 배합이 음반 커버만큼이나 앨범의 색채를 털어내기 때문이다. 강렬한 드럼 비트, 화려한 클랩 사운드와 때로는 일렉트릭 기타와 현악기로, 또 때로는 퓨처 베이스 같은 진득한 EDM 요소를 가져와 뭉근하고 다채롭게 우려냈던 첫 정규 음반에 반해 이번 작품은 최소한의 효과음과 목소리, 그리고 트로이 시반 본인에게 집중한다.

 

보편적인 상황 제시보단 구체적인 장면과 일화를 서술한다. 도쿄에서 보냈던 편지를 받지 못한 전 애인에게 ‘다시는 나를 내려놓지 마’라고 애원하는 애절한 피아노 발라드 「Postcard」와 17살에 겪은 사랑과 성장담을 담은 첫 곡 「Seventeen」이 그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전 세계를 두 번 돌고 늘 꿈꾸던 「Good side」, 즉 좋은 것을 얻었지만 그래서 미안하다고 토로하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노래 「The good side」와 모든 전성기가 끝난 후 청춘이 녹아버렸을 때도 우리를 받아들이자 역설하는 「What a heavenly way to die」까지 수록곡의 노랫말은 흘러가지 않는다. 포착하고 함축하고 은유하고 비유한다.

 

그 정점을 찍는 건 ‘She’가 아닌 ‘He’로 대변되는 주체이자 상대방이다. 유튜버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커밍아웃을 통해 공공연히 밝힌 성 정체성을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풀어낸 이번 앨범은 곳곳에 자기 고백적 경험과 고민이 움튼다. 사실 앞서 언급한 「Seventeen」은 어린 시절 데이트 앱에서 다른 동성을 만났을 때를 돌아보며 소년과 남성 사이를 담담하게 노래하고 이전 히트곡 「Fools」와 비슷한 기조의 댄스팝 「My my my!」나 「Bloom」 역시 업 템포 비트 사이 성적인 묘사와 「사랑에서 도망치지 말자「는 외침을 담은 일종의 다짐이자 사랑가다.

 

엘튼 존, 루 리드, 조지 마이클, 리키 마틴, 최근의 샘 스미스까지 동성애자임을 밝힌 뮤지션 중에 이 정도로 성(性)향을 드러낸 음악가는 없었다. 물론 음반에 무조건 성 정체성을 투영하고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트로이 시반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손댄 적 없는 남성 동성애자의 단면을 아름답고 매끄럽고 가감 없이 만들어냈다. 이는 최근 성 정체성의 다양함이 집중 조명되고 있는 사회 시류와 맞물려 더욱 주목해볼 만한 함의를 지니고, 또한 더욱 박수칠만한 용기 있는 드러냄이자 등장이다.

 

느린 곡과 빠른 곡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진행 속 음악적 완성도나 실험성 역시 욕심껏 챙겼다.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흥겨움을 만들어낼 때는 볼륨감 있는 사운드 조절과 선 굵은 멜로디 라인, 숨소리, 잔향 짙은 효과음을 사용해 구성을 채우고 발라드 곡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노이즈 가득한 키보드, 피아노 등으로 무채색 음반의 농도를 조절한다. 그중 「Animal」은 피아노와 앰비언트로 긴장감을 유지한 드림 팝 계열의 멋진 곡이다.

 

반짝거림 없이 단정한 빗장을 열면 누구보다 진실한 24살의 음악가가 서 있다. 섬세하게 적어낸 자기 고백적 서사와 성 정체성의 정면 응시는 단색의 음반에 단단함을 더한다. 전작만큼 다채로운 선율 진행과 활기는 없을지언정 그 이상으로 본인을 적어냈다는 점에는, 성 소수자의 입장을 이토록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그 이상의 발전을 보인다. 곳곳에 트로이 시반이 숨 쉬는 음반. 사운드는 덜어냈지만 메시지는 깊은 인상적인 소포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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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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