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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낄낄거리고 뒹굴며 즐기는 미술책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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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거장’이라 불리지만, 그들도 울고, 웃고,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 아닌가요?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그런 작품이 나올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 그 과정이 쌓이다 보면 미술작품에서 그것을 빚은 사람(작가)의 냄새가 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2018.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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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명 화가들의 전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미술관을 찾아도, 감상은커녕 동물원 구경하듯 돌다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참에 미술 좀 배워볼까 싶어 미술책을 꺼내 들면? 쏟아지는 미술 전문용어와 이론들에 흠씬 두들겨 맞고 바로 녹다운!

 

여기, 높게만 느껴지는 ‘미술 문지방’을 가볍게 넘게 해줄 미술 입덕 교양서  『방구석 미술관』 이 출간됐다. 저자 조원재는 미술 분야 팟캐스트 1위 「방구석 미술관」의 기획자이자 진행자로, 특유의 감칠맛 나는 스토리텔링으로 미술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미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화가들의 삶부터 제대로 파헤쳐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왠지 이질감 들고 주눅 들게 만드는 미술관 속 미술계 거장들을 ‘방구석’으로 불러내, 그들의 사생활부터 명화의 숨은 뒷얘기까지 탈탈 털어낸다.

별칭이 특이합니다. 미술을 사랑해서 ‘미술관 앞 남자’가 되었다니, 줄여서 ‘미남’으로 불린다고요. 미술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제 삶에 들어온 것 같아요. 회상해보면 어릴 적부터 미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때도 미술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고요. 그렇지만, 제가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당시엔 뭔지도 모르지만 막연하게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죠.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선생님께서 ‘넌 미술을 해야 한다.’며 3년 동안 쫓아다니며(?) 조언해주셔서 미술에 대한 진로를 깊이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경영학과에 입학했죠.


그런데 결국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대학에서 누군가가 정해놓은 커리큘럼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강했어요. 인문, 철학, 과학, 경영, 기획 등 다양한 영역을 스스로 찾아 배우다 본능적으로 강하게 끌리기 시작한 것이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미술이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미술에 매달리다시피하며 빠져들었죠. 제 오감을 총동원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발산하며 미술작품과 소통하는 무한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그 정도가 심해져 결국 유럽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어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 곳에서 돈을 벌어 유럽 미술관을 순례하는 (지금 생각해도) 황홀한 경험을 했죠. 미술작품과의 소통이 깊어지자 그런 작품을 창조해내는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 빠져들었고, 미술작품의 시대적 흐름이 궁금해져 미술사를 보았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미술에서 시작해 인문, 역사, 철학 등으로 지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는 뽀너스(?) 역시 미술과 만남을 통해 얻게 되었어요. (계기에서 시작해 자기고백으로 끝난 글이군요.)

 

도서 제목 『방구석 미술관』 의 뜻도 궁금해요.


‘방구석에서 낄낄거리고 뒹굴며 즐기는 미술책’ ‘방구석에서 읽으면, 어느새 방구석이 미술관으로 짠하고 변신하는 미술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방구석만큼 친근하고 편안한 곳이 없죠? 『방구석 미술관』 도 그런 미술책입니다. 


미술하면 뭔가 고상하고 우아하고 딱딱해서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방구석 미술관』 은 그런 미술을 친근하고 편한 방구석처럼 느끼도록 도와줄 ‘특효약’입니다. 사실 제가 미술을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며 가지고 놀아요. 미술은 정말 멋진 ‘지적 장난감’이라고 생각해요. 미술을 가지고 노는 제 생각과 느낌 그대로를 생생하게 전달해드리고 싶었어요. 그 진심을 『방구석 미술관』 에 밤을 지새우며 담았습니다.

 

현재 팟캐스트 미술 분야 1위를 유지하고 계신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꾸준함.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2년 간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 의 PD, 작가, 진행자를 해오며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어요. 특별한 비결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콘텐츠에 담는 걸 ‘꾸준히’ 한 것이 전부였어요. 그럴 수 있었던 건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즐겨주시고,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청취자 여러분들 덕분이죠.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방구석 미술관> 이 ‘미술을 가지고 노는 놀이터’가 되어감에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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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팟캐스트, 콘텐츠별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 의 매력 포인트? 아무래도 제 고운(?)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웃음) 농담이고요. 목소리만이 드릴 수 있는 ‘미술토크의 맛’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에 대한 애정만큼 제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거든요. 제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는 것을 귀로 체험하시며, 청취자께서도 함께 미술에 감정을 담는 격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매력 포인트이지 않나 싶어요. 미술을 안주로 곁들여 지는 ‘방미 패밀리’(이마에, 강헐크, 옥남)의 즉흥토크도 매력 포인트죠.


『방구석 미술관』 의 매력 포인트?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의 정신을 그대로 옮겨 왔기에 재밌고 편안하고 유쾌한 팟캐스트의 톤&매너가 그대로 담겨 있어요. 거기에 더해진 책만의 매력이라면 ‘정리정돈’이 아닐까 합니다. 팟캐스트에서는 에피소드마다 한 명의 예술가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게 그의 삶과 예술을 파고듭니다. 숲 보다 나무를 깊이 보는 성격이 강하죠. 책에서도 역시 14명의 예술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깊이 있게 소개하지만, 14명의 예술가를 연결해 근대미술의 전체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정돈’했어요.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근대미술의 거대한 숲을 보게 되는 것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더불어, 근대미술은 과거(근대 이전)와 현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의 미술입니다. 그렇기에 『방구석 미술관』 을 읽으면 근대 이전의 미술이 어떠했는지, 현대미술이 왜 이런지에 대한 큰 맥을 짚을 수 있습니다. 그저 술술 재미있게 읽다 보면 나무, 숲, 맥을 짚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군요!

 

미술을 우아하고 고상하다고 생각했다면, 제대로 뒤통수 맞을 수 있는 작가들의 반전 사생활이 담겨있던데요, 이 주제에 흥미를 갖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이것이 우리가 미술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미술이 우아하고 고상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뭔가 미술사, 철학, 미학 등 고차원적인 지식이 갖춰져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 아닐까요? 뭔가 지식적으로 많이 갖춰져야 입문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만들어 거리감을 만들죠. 나아가 아예 접근조차 하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차원적 지식은 미술작품을 만든 작가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후에 비평가, 학자들이 만든 것이죠. 미술작품을 즐기는데 그것을 만든 작가가 아닌 학자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이 전문화시킨 지식 이전에 ‘미술작품으로 우리와 간절히 소통하고 싶어 했던’ 작가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지금이야 ‘거장’이라 불리지만, 그들도 울고, 웃고,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 아닌가요?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그런 작품이 나올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 그 과정이 쌓이다 보면 미술작품에서 그것을 빚은 사람(작가)의 냄새가 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미술작품을 만날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술작품 앞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해요. 이 문제는 미술을 즐기는 법을 알면 해결 되죠. 즉,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발산하며 미술작품과 소통하는 놀이’의 묘미를 체득하면 되는데요. 첫 경험이기에 약간 어색 할 수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작가를 이해하고, 거기서 태어난 작품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공감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실타래 풀리듯 술술 해결되리라 믿어요. 이 즐거운 과정이 쌓이다 보면, (장담컨대) 어느새 배경지식 없이도 미술작품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때부터는 오히려 어떤 배경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미술작품을 만나 놀고 싶어집니다. 진정한 아트러버(Art-Lover)가 된 것이죠.

 

가장 애정하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저는 미술작품은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껴요. 사람을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듯, 미술작품도 직접 만나봐야 진가를 알 수 있죠. 제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도 작품의 직접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결정이 돼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임팩트를 뿜어내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 작품을 선사해준 화가를 사랑하게 됩니다.


외국 화가 중에서는 에곤 실레를 가장 애정해요. 유럽 미술관 순례 중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에 간 적이 있어요. 이 미술관은 가장 양질의 에곤 실레 컬렉션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전시실 한 벽면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자화상 <앉아 있는 남성 누드 (1910)>를 본 순간 화면이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에 그만 몸이 굳어져 버렸죠. 오랜 시간 멍하니 서서 그 그림과 마주하고 있었어요. 분명 멈춰 있는 이미지지만 활활 타오르고 있었죠. 또, 작품과 소통하는 과정 중 ‘에곤 실레라는 사람은 참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릴 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립니다. 헌데 에곤 실레의 자화상은 팔과 다리가 모두 잘려나간 채 앙상한 몸뚱이만 남은 ‘벌레 같은’ 자신을 그려놓았죠. 자신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에서 ‘솔직함’을 넘어 정직함까지 느껴졌어요. 그릴 당시 욕구불만에 몸부림치던 에곤 실레의 감정이 100년을 지나 그대로 느껴졌어요. 작품을 사이에 두고 저와 에곤 실레가 교감한 경험이었죠. 1~2시간만 보고 그의 작품을 떠날 수 없었어요. 결국 오후 내내 그의 작품 앞에서 서성이다 미술관이 문을 닫을 때 나왔죠. 어서 다시 에곤 실레를 만나고 싶네요.

한국화가 중에서는 김환기를 가장 애정해요.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오직 그림만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데요. 1950년대 자신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 (지인 한 명 없는) 파리에 가는 저돌적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열정과 집념의 과정 끝에 1970년대(그의 나이 60대)에 탄생하는 전면점화는 그야말로 걸작입니다. 하나의 완결된 환기만의 조형우주를 보고 있으면 넋을 잃고 말죠. 무엇보다 작품이 내포한 아우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김환기 작품을 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입니다. 작품이 제 기를 빨아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의 작품들 사이에서 정신이 혼미해져 허우적거리며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기진맥진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엄청난 화가입니다. 제가 아는 추상화가 중 최고죠.

 

첫 책을 출간한 미남,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미술관 앞 남자로서 ‘일상이 예술로 가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제가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하고, 책 『방구석 미술관』 을 쓴 이유죠. 당신과 예술이 일상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천해 만들어 갈 거예요. 사실 지금도 ‘아직은 말 못 할’ 재미있는 무언가(?)를 작당하고 있습니다. 제 채널에서 함께 하시다 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일상에서 예술과 함께 하고 싶다면 많이 기대해주세요!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저 | 블랙피쉬
피카소가 선배 미술을 훔치며 ‘노상강도’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 까닭까지, 우아하고 고상한 줄만 알았던 화가와 미술에 대한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며 유쾌한 미술 세계로 안내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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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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