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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자, 마흔 줄에 유튜브를 시작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편집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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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걸 시작했지? 유튜브만 그런 게 아냐. 나는 왜 계속 새로운 걸 하는 걸까? 답이 나온다. 그야, 재미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재미가 싹 사라졌을 때 그만두든 말든 해도 늦지 않겠네. (2018.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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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흥에 겨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지만, 트위터고 인스타그램이고 모두 재미로 하는 SNS지만, 만약 독자가 한 명도 없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꿋꿋하게 계속할 수 있을까? 그래도 계속 신이 나고 흥이 날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관심이 좋다. 관심을 원한다. 글을 썼으니 누구든 읽어줬으면 좋겠고, 그림과 사진을 올렸으니 좀 봐줬으면 좋겠다. 관심에 목마른 자는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리트윗과 댓글에 민감하다. 여기, 변방의 외로운 북소리를 들어주오.

어느 날은 트위터에 무심코 올린 혼잣말이 수도 없이 리트윗 되어 마구 설렌다. 어머, 나 좀 떴나 봐! 하지만 밀물이 왔다가 썰물이 되어 사라지듯 잠깐의 관심도 곧 스르륵 소멸한다. 오랫동안 혼자 일해서일까? 혼자가 편해, 혼자가 최고야 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 온라인 한정이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가능한 한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셀프 안식년을 선언하면서 유튜브 채널도 동시에 개설했다. 앞으로는 이거라면서요? 유튜브의 시대라면서요? 나만 몰랐나 보다.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이 실로 다양한 아이템을 소재로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하고 있었다. 그럼 나도 할 테다! 야심 차게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여기까지 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용법을 하나하나 배웠다. 소재는 역시 여행이지! 올 한해, 외국 여러 나라에서 지낼 거니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이다(라고 믿었다). 치앙마이에서 기지개를 켜고, 포르투와 마드리드를 누비고, 이스탄불까지 쫙 훑을 거니까 내 유튜브, 완전 끝내주겠군!

 

요렇게? 조렇게? 이 각도가 나을까, 저 각도가 나을까? 고심고심하며 핸드폰으로 치앙마이 동네 풍경의 영상을 찍고, 노트북 앞에 못 박힌 듯 앉아 끙끙대며 영상을 편집해 자막을 달았다. 나레이션까지 녹음해서 집어넣으니 이야, 그럴싸하다. 역시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일단 하기만 하면 어마어마하지. 유튜브에 등장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반응이 올 거야.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과연?

 

자신감은 소중하지만,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곤란하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나를 몰라줘서 그런 거지, 일단 시켜만 주시면 진짜 잘한다니까요! 라고 부르짖으며 변변한 이력서도 포트폴리오도 준비하지 않고 맡겨만 달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대체 어느 누가, 뭘 믿고 중요한 일을 덥석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가족 말고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많은 경우, 가족끼리 말아먹곤 하죠….

 

영상을 채 열 개도 업로드 하기 전에 벌써 지쳤다. 분명히 재미있긴 한데 힘들다. 촬영은 그렇다 쳐도 편집이 어려운데, 별로 길지도 않은 영상 하나 편집하느라 하루가 다 가곤 했다. 정성을 들인 영상의 조회 수는 끽해야 5회. 이거 해서 뭐해, 아무도 안보잖아. 물건이 워낙 좋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만 팔아도 곧 가지를 쳐서 영업왕이 될 줄 알았지만 택도 없는 생각이었다. 영업부 신입사원은 기가 죽었다. 유튜브 월드라는 곳은 매우 광대하며, 나는 요만한 모래알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둘까? 뭐, 내가 여기서 그만둔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텐데 상관없잖아?
 
그래도 아깝긴 하다. 이왕 시작한 거, 조금만 더 해보자며 어렵게 마음을 잡았다. 치앙마이에 오기 전, 나레이션 녹음용 소형 마이크를 선물하며 애인이 말했다.

 

“꾸준히 해봐라. 큰물에서 놀려면 수영 연습을 해놔야지.”

 

사람 일은 모른다며,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처럼 영상도 쌓고 쌓아놔야 기회가 왔을 때 여기 있소 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일을 했는데 영상 작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지만 여기서 어떤 식으로 뻗어 나갈지 두고 봐야지.

 

나 진짜 괜찮은 놈이야 라는 말에 어머 그러시군요, 하며 덥석 사귈 수는 없다. 평소 행동과 말투는 어떤지, 소수자와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등등 일단 하는 거 봐서 판단해야죠. 상대방을 심판대 위에 올려놓고 위아래로 싹싹 훑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배어 나온다. 어떤 미지의 기회 앞에서 우리도 그렇게 조용히 평가받는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판에서, 영상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나는 이제 초짜 신입이다. 미지의 세계에 갓 발을 들였으니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배우고 차곡차곡 쌓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통해 재미난 일을 하게 되길 바란다. 물을 만났을 때 그동안 연습해둔 호흡과 팔놀림, 발차기를 보여줄 것이다. 수천 수만 번 연습한 레이업 슛을 네트에 제대로 던져 넣을 것이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준비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615명이 되었다. 처음엔 10명 남짓, 그나마도 친한 친구들이 호의로 구독 버튼을 눌러준 것이다. 어느새 60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간은 공평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똑같이 흘러간다. 뭐가 되었든 간에 일단 하면 남는다.

 

물론 좀 민망할 때도 있다. 하이고, 이 나이에 유튜브에 얼굴까지 공개하고서 이러고 있냐, 아무도 안 보는데 혼자 헛짓하는 거 아니냐, 주책이지. 이런 생각은 멀쩡하던 사람을 아주 쉽게 쭈그러트린다. 그럴 때면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왜 이걸 시작했지? 유튜브만 그런 게 아냐. 나는 왜 계속 새로운 걸 하는 걸까? 답이 나온다. 그야, 재미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재미가 싹 사라졌을 때 그만두든 말든 해도 늦지 않겠네.

 

궁금한 게 있다는 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복 받은 일이다. 실행할 의지까지 있다면 최고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게 점점 사라진다. 단순히 한 살 더 먹어서가 아니라, 체력이 떨어지거나 돌봐야 할 사람이 생기는 등 여러 변수가 튀어나와서다. 실패를 겪으며 굳은살과 맷집이 생겼지만, 때론 그게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좋아했던 것이 더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순간도 온다. 앞으로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무엇인가에 끌린다면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당장 해야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어느새 꽤 능숙하게 다룬다. 편집 속도도 몇 배로 빨라졌다. 변화가, 발전이 있다. 본업과 관계 있든 없든 꾸준히 하는 건 중요하다. 눈과 손, 귀와 입, 내 전부가 무뎌지지 않게 워밍업 하는 것이다. 몸을 풀어 놓아야 크고 작은 즐거움을 캐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셀프 안식년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여행이기도 하고, 체류이기도 하다. 일탈이기도 하고, 일상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편집할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즐길 것이다.

 

빡빡한 나, 예민한 나, 날이 바짝 서 있던 내가 어쩌면 좀 변할지도 모른다. 재미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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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예희(작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재미난 일, 궁금한 일만 골라서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그녀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탓에 혼자서 시각과 후각의 기쁨을 찾아 주구장창 배낭여행만 하는 중이다. 큼직한 카메라와 편한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 튼튼한 위장 하나 믿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40회에 가까운 외국여행을 했다. 여전히 구순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처음 보는 음식, 궁금한 음식은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습성을 지녔다. ISO 9000 인증급의 방향치로서 동병상련자들을 모아 월방연(월드 방향치 연합회)을 설립하는 것이 소박한 꿈.
저서로는 『까칠한 여우들이 찾아낸 맛집 54』(조선일보 생활미디어), 『결혼 전에 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한 서른여섯 가지』(이가서), 『2만원으로 와인 즐기기』(조선일보 생활미디어),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시그마북스), 『여행자의 밥』(이덴슬리벨)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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