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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슬아슬한 연재 노동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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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달래며 내가 아는 아름다움에 대해 날마다 쓴다. (2018. 07. 05)

캡션_일러스트 손은경.JPG

           일러스트 손은경

 

 

자정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빨리 뛴다. 열두 시가 지나기 전에 오늘의 수필을 발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불안과 조바심을 달래며 급하게 글을 완성해가는 와중에 열한 시 오십 분 무렵 구독자들 중 몇 명으로부터 다이렉트 메시지가 도착한다. 오늘 글 안 보내시느냐고,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 수필이 안 도착해 있다고, 혹시 휴재냐고, 펑크내시는 거냐고. 나는 진땀을 흘리며 답장을 보낸다. 지금 메일 발송하는 중이라고, 곧 도착할 거라고, 펑크 내는 일은 없을 것이며 기다려주셔서 매우 감사하다고. 마치 짜장면 이제 막 출발했다고 말하는 중국 음식집 사장님처럼 위기를 모면한 뒤 마지막 문단을 수정한다. 글의 마지막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아니, 글의 도입부도 이만큼 어렵지. 그러고 보면 중반부도 만만찮게 어렵잖아. 그냥 글쓰기 자체가 겁나게 어려운 거야… 으아아아! 혼돈 속에서 완성된 수필을 메일 창에 붙여 넣고 구독자들의 명단에서 메일 주소를 긁어 온 뒤 재빠른 손놀림으로 발송 작업을 한다. 마지막 독자에게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고 나면 딱 자정이다.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다. 나의 평일은 날마다 이렇게 끝난다.

 

밤이 되기 전에 미리 써놓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낮에는 낮의 업무들이 있다. 게다가 마감이 코앞에 닥치지 않으면 어떠한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으므로 미리 써놓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나처럼 게으른 영혼은 돈이 걸린 약속이 없을 경우 웬만해선 한 줄도 안 쓰기 마련이다. 해가 지고 나서야 심장이 슬슬 쫄깃해져서는 뭐라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정 직전 급하게 마무리한 글을 자정 직후 다시 읽어볼 때마다 착잡한 심정이다. 마감할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아쉬운 부분들이 속속들이 보일 테다. 담배를 들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분히 다시 읽어보지만 역시 별로인 부분이 너무 많아 책상을 쾅쾅 치고 후회를 한다. 도대체 왜 이런 문장을 쓴 거냐고 과슬이(과거의 슬아)를 탓한다. 이미 여러 독자에게 보내버린 글이니 이제 와 어쩔 수도 없다. 그럴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다. 미슬이(미래의 슬아)에겐 내일이 있다, 내일도 있으니까, 내일은 더 잘 쓰자! 하지만 막상 내일이 되어도 미슬이는 자정 직전에 정신없이 글을 마감하고 있다. 사실 미슬이는 그리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믿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해나갈 수가 없다. 일간 수필 연재는 너무나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기 위해 시작한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네 달째 이어가고 있다. 월 구독료 일만 원을 받고 평일 동안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메일로 직접 발송한다. 주말에는 쉰다. 잡지사나 신문사나 출판사나 어떤 웹 플랫폼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 창작물을 구경해온 이들 중 대부분이 구독자가 되어주었다. 선불로 돈을 내고 내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름과 메일 주소뿐이지만 나는 그들 덕분에 매일 뭐라도 쓴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나간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나를 가내 수공업자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서 손으로 뭔가를 쓰거나 그려서 플랫폼에 납품하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가 매일 하는 일이 숙련된 버거 조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별다른 기복 없이 담담하고 빠르게 수제 버거를 조립하는 사람처럼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나는 원체 쉽게 웃고 쉽게 우는 일희일비적 인간이었으나 ‘일간 이슬아’ 연재를 시작한 이후로는 딱히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정서가 유지되고 있다. 그래야 매일 쓸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달래며 내가 아는 아름다움에 대해 날마다 쓴다. 아름다워서 혼자 알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가공하고 편집하여 옮겨 적는다.

 

아무도 안 청탁한 글을 셀프로 연재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슬아슬한 일이지만 가능한 한 오래오래 계속하고 싶다. 누가 나를 고용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니 다행스럽다.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싶다. 튼튼하고 싶어서 매일 달리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뭔가를 읽고 뭐라도 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날마다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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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슬아(작가)

연재노동자 (1992~). 서울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썼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저15,300원(10% + 5%)

어느 날 이슬아는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했다. 시리즈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SNS로 모집했다. 한 달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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