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전 속 '달달하다'는 그 뜻이 아니라고?

씀씀이가 무시되고 있는 낱말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 달달하다엔 두 가지 뜻이 모두 없다. (2018. 07. 05)

2화 달달하다.jpg

 

 

“피곤할 땐 달달한 게 최고야.”


“순수한 연하남과 능력 있는 연상남에게 동시에 사랑받는다는 줄거리도 달달하다.”

 

‘달달하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낱말이다. 그런데 두 예문에 나타난 달달하다의 말맛은 전혀 다르다. 뜻도 확연히 구분된다. 앞의 ‘달다’는 맛과 관계된 것이라면, 뒤에 것은 잔재미가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느낌을 나타낸다. ‘달콤하다’란 낱말이 있는데도 언중은 달달하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달달한 드라마, 달달한 음악 등의 표현이 넘쳐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 달달하다엔 두 가지 뜻이 모두 없다. ‘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나다’는 뜻만 있다. 추워서 달달 떨거나 손수레를 달달거리며 끌고 갈 때만 쓸 수 있다. 언중의 말 씀씀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 사전은 맛을 표현하는 단어를 표제어로 삼는 데 인색한 편이다. ‘들큰하다’는 들큼하다(맛깔스럽지 아니하게 조금 달다)의 경북, 평북 지역 사투리로, 달큰하다(꽤 단맛이 있다) 역시 북한에서 쓰는 말로 묶어두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달새콤하다, 짭쪼롬하다는 아예 사전에 올라있지도 않다.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울 때 쓰는 ‘슴슴하다’도 ‘심심하다’만 쓸 수 있게 했다. 북한에서 들큰하다와 달큰하다, 슴슴하다를 모두 문화어로 삼은 것과 대조적이다.

 

달달하다 못지않게 사람들의 말 씀씀이가 무시되고 있는 낱말이 ‘꿀꿀하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전은 ‘돼지가 소리를 내다’는 뜻만 올려놓았다. 허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 ‘날씨가 꿀꿀하다’처럼 쓴다. 같은 뜻으로 쓰는 ‘꾸리꾸리하다’도 비속어 냄새를 풍겨서인지 표제어로 올라있지 않다.

 

말도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그 과정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그렇게 만드는 주체는 말의 주인인 언중이다. 사전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중이 만든 말이 사전에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은 뜻풀이를 추가하거나 표준어로 삼는 게 마땅하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손진호(언론인)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

지금 우리말글

<손진호> 저10,800원(10% + 5%)

『지금 우리말글』은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년여간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으로,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내용을 깁고 더했다.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갈무리해두면 좋은 낱말, 헷갈리기 쉬운 표현 등을 다뤄 독자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우리말과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