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선에서, 알아서 잘 살자

『제가 알아서 할게요』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에서 말하는 대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지적하고 신경 쓰면 무엇 하랴,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걸.’(2018. 05. 24)

사진1.jpg

 

 

『제가 알아서 할게요』 는 여러모로 강렬한 책이었다. 일단 제목이 그랬다. 편집하는 내내 어울리는 제목을 골라봤지만 원제인 ‘제가 알아서 할게요’를 뛰어넘는 것은 없었다. 연애, 결혼, 일 등 사회의 다양한 주제, 다양한 오지랖 사례를 읽다 보면 정말이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겠다고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그만큼 입에 착착 붙는 것도 없었다.

 

또 몇 번을 읽어도 ‘맞다’고 공감하게 되는 문장들이 그랬다. 사실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문장을 뽑아서 책 중간 중간 배치하는 건 페이지를 맞추기 위한 꼼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뽑다 보니 한 꼭지당 하나씩은 마음을 때리는 문장이 존재했고, 이것들을 문장 속에 묻어두기는 아쉬워서 결국 본문 디자인도 바꿔버렸다. 내용 전체를 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고 공감하고 위로 받았으면 해서.

 

살 빼면 훨씬 낫겠다는 말(혹은 살 빠져서 예뻐졌다는 말),
회사에 화장은 하고 와야 되지 않겠냐는 말,
어른이 되면 원래 다 그렇다는 말,
부부가 아이 두 명은 낳아야 인구가 ‘쌤쌤’ 아니냐는 말….


이런 오지랖을 한 번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관심이라지만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지나친 오지랖일 뿐이다.’ 민낯으로 다닌다고 해서, 집안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물론 화장이 자신의 ‘시력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럴 때면 그저 조용히 거울을 보여줄 수밖에), 또 아이를 낳지 않는 ‘이기적인’ 선택이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왜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건지….

 

조용히 분노하고, 무시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박은지 작가는 직접적으로 화내고, 꽤나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해답도 제시한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이 개인사를 이 정도까지 말해도 괜찮은지 혼자 걱정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이 글을 연재했던 브런치에는 댓글이 꼭 반반으로 나뉘었다. ‘요즘 여자들 이기적이네’ 하고 일단 싸우자는 댓글 반,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라는 댓글 반. 대부분이 사회 문제인지라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법이다.


 

또 하나, 세상에 반항하면 이단아로 찍혀 뭘 하든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의외로 생각만큼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은품인 ‘할 말은 하는 포스트잇’도 같은 의미로 만들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점착 메모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할 말을 대신 전하는 무시무시한 도구! ‘예쁘게 하고 온 걸 보니 끝나고 애인이라도 만나나?’ 하며 오지랖 떠는 상사에게 이 메모지에 업무 내용을 써서 전달하면, 적어도 속은 시원할 것이다. 독자 분들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편집자 입장에서, 이토록 공감 가는 글을 만난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이 글을 읽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는 ‘30대는 아이돌을 좋아하면 안 되나요’이다. 작가님에게 이런이런 내용이 공감 간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면서도 그놈의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느라 고백하지 못했는데 나 역시 십여 년을 좋아해온 아이돌이 있다. 귀여운 건 뭐든지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유난히 좋아하는 캐릭터 또한 있다(십여 년 동안 그는 내 이상형에 부합해왔고, 내 꿈은 그 캐릭터 전문가가 되어 핀란드로 이민 가는 것이다). 굳이 밝히지는 않지만, 또 완전히 숨기는 것도 아니라 어쩌다 그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진성 덕후’ 보듯 놀라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지적하고 신경 쓰면 무엇 하랴,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걸.’


 

 

제가 알아서 할게요박은지 저 | 상상출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힘들어질 것 같다면, 잠시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낫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정은 (상상출판 편집자)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저12,420원(10% + 5%)

필요하다면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누가 날 좀 미워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지나친 오지랖과 관심은 거절하고 싶다면! 내 삶의 엑스트라들까지 신경 쓰기 싫다면! 내 미래는 내 기준으로 그리고 싶다면! 실제로 학교를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며, 결혼해서 남편이나 시댁과, 심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