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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피해 안 주는 선에서, 알아서 잘 살자

『제가 알아서 할게요』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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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대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지적하고 신경 쓰면 무엇 하랴,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걸.’(2018.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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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는 여러모로 강렬한 책이었다. 일단 제목이 그랬다. 편집하는 내내 어울리는 제목을 골라봤지만 원제인 ‘제가 알아서 할게요’를 뛰어넘는 것은 없었다. 연애, 결혼, 일 등 사회의 다양한 주제, 다양한 오지랖 사례를 읽다 보면 정말이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겠다고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그만큼 입에 착착 붙는 것도 없었다.

 

또 몇 번을 읽어도 ‘맞다’고 공감하게 되는 문장들이 그랬다. 사실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문장을 뽑아서 책 중간 중간 배치하는 건 페이지를 맞추기 위한 꼼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뽑다 보니 한 꼭지당 하나씩은 마음을 때리는 문장이 존재했고, 이것들을 문장 속에 묻어두기는 아쉬워서 결국 본문 디자인도 바꿔버렸다. 내용 전체를 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고 공감하고 위로 받았으면 해서.

 

살 빼면 훨씬 낫겠다는 말(혹은 살 빠져서 예뻐졌다는 말),
회사에 화장은 하고 와야 되지 않겠냐는 말,
어른이 되면 원래 다 그렇다는 말,
부부가 아이 두 명은 낳아야 인구가 ‘쌤쌤’ 아니냐는 말….


이런 오지랖을 한 번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관심이라지만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지나친 오지랖일 뿐이다.’ 민낯으로 다닌다고 해서, 집안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물론 화장이 자신의 ‘시력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럴 때면 그저 조용히 거울을 보여줄 수밖에), 또 아이를 낳지 않는 ‘이기적인’ 선택이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왜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건지….

 

조용히 분노하고, 무시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박은지 작가는 직접적으로 화내고, 꽤나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해답도 제시한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이 개인사를 이 정도까지 말해도 괜찮은지 혼자 걱정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이 글을 연재했던 브런치에는 댓글이 꼭 반반으로 나뉘었다. ‘요즘 여자들 이기적이네’ 하고 일단 싸우자는 댓글 반,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라는 댓글 반. 대부분이 사회 문제인지라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법이다.


 

또 하나, 세상에 반항하면 이단아로 찍혀 뭘 하든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의외로 생각만큼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은품인 ‘할 말은 하는 포스트잇’도 같은 의미로 만들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점착 메모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할 말을 대신 전하는 무시무시한 도구! ‘예쁘게 하고 온 걸 보니 끝나고 애인이라도 만나나?’ 하며 오지랖 떠는 상사에게 이 메모지에 업무 내용을 써서 전달하면, 적어도 속은 시원할 것이다. 독자 분들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편집자 입장에서, 이토록 공감 가는 글을 만난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이 글을 읽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는 ‘30대는 아이돌을 좋아하면 안 되나요’이다. 작가님에게 이런이런 내용이 공감 간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면서도 그놈의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느라 고백하지 못했는데 나 역시 십여 년을 좋아해온 아이돌이 있다. 귀여운 건 뭐든지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유난히 좋아하는 캐릭터 또한 있다(십여 년 동안 그는 내 이상형에 부합해왔고, 내 꿈은 그 캐릭터 전문가가 되어 핀란드로 이민 가는 것이다). 굳이 밝히지는 않지만, 또 완전히 숨기는 것도 아니라 어쩌다 그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진성 덕후’ 보듯 놀라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지적하고 신경 쓰면 무엇 하랴,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걸.’


 

 

제가 알아서 할게요박은지 저 | 상상출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힘들어질 것 같다면, 잠시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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