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 소설의 DNA
5월 4주 신간
사람으로 사는 일에 지쳐 개가 되고 싶은 주인공 『사랑하는 개』, 습관처럼 고쳐나가고 관리하는 건강 매뉴얼 『내 몸 습관』, 작가가 직접 뽑은 에피소드 『울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8. 05. 23)
사랑하는 개
박솔뫼 저 | 스위밍꿀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 어느 날 회사 앞으로 '나'를 찾아와 사람으로 사는 일에 지쳐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금'. 일 년 후 '금'은 금빛으로 빛나는 개 한 마리와 함께 다시 '나'를 찾아온다. 그가 말하길, 그때의 말 한마디 때문에 정말 개가 되어 살고 있다는 것. 다소 황당하면서도 어쩐지 슬퍼지는 고백 앞에서 '나'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소설 앞에서 엄숙해지고 마는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작가, 여름의 이미지를 무척 사랑하여 그만큼 특별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여름의 소설가의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네 편의 단편소설 「고기 먹으러 가는 길」 「사랑하는 개」 「여름의 끝으로」 「차가운 여름의 길」이 실려 있다.
내 몸 습관
황윤권 저 | 에이미하우스
어떤 병은 의사가 다 알아서 고쳐줄 수 있지만, 어떤 병은 환자 스스로가 아픈 이유와 아픈 곳을 잘 알아야만 고칠 수 있다. 몇 개월씩 병원 치료를 받고 힘든 수술을 하고 비싸고 좋다는 시술을 하고 좋다는 약을 먹고 용하다는 주사를 맞는 것만이 유일한 능사일까? 가짜 정보, 위협적인 치료자들의 협박에 속지 않고, 가족을 괴롭히는 온갖 통증 질환을 잘 알고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이다. 나이가 들면서 진행된 변화이기 때문에 한 번에 기적처럼 나을 수는 없다. 오랫동안 평생에 걸쳐 습관처럼 고쳐나가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울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위로받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이가라시 미키오 저 | 거북이북스
전 세계 1천만 부 베스트셀러, 30년 넘는 연재 기록을 가진 〈보노보노〉 시리즈 중에서 작가가 직접 뽑은 에피소드를 엮어 만든 책. 조금 느리고 매사에 서툴지만,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보노보노만의 메시지를 웃음과 감동으로 전한다.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을 때,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고, 눈앞의 풀꽃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보노보노의 특별한 위로와 응원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 열린책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프랑스에서는 작년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잠』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프랑스에서 현재까지 30만 부 판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집사'가 틀어 놓은 TV 화면과 점점 잦아지는 골목길의 총성을 통해 그동안 당연시하던 안락한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 무렵 바스테트는 옆집에 이사 온,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 세계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친구가 된다.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타자의 시각을 도입하여,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베르베르의 솜씨는 여전하다.
삼귀
미야베 미유키 저 | 북스피어
에도의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모으는 기이한 이야기. 이번에는 절품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귀여운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이야기, 고립된 산간마을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일을 도와주던 산속 귀신에 관한 애절한 이야기, 대대로 향료가게를 보살펴 준 서글픈 귀신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데뷔 31년차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진면목을 담은 연작 시대 소설.
아무튼, 외국어
조지영 저 | 위고
여러 언어를 기웃거리다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저자는, "로마로 떠나지도 못했고, 나무는커녕 작은 화분 하나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고, 엄마가 되지 않은 채 마흔도 가볍게 넘어버린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로마로 떠났다가도 돌아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쓸 일도 없는 프랑스어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와 씨름을 해대고, 일드의 명대사를 반복하거나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중국어 성조를 외우며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떠나지 않고 떠난 척해보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다. 이러한 뜬금없는 질척거림, 모르는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때때로 한국어로 가득 찬 지루한 일상의 마라톤을 버티게 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요리후지 분페이, 기무라 슌스케 저/서하나 역 | 안그라픽스
디자인하는 사람 요리후지 분페이가 20년 넘게 일하며 얻은 경험을 가감 없이 정리한 책.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이다. 그는 광고 업계에서는 책 만드는 사람으로, 출판 업계에서는 이것저것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사회에서 규정한 틀에 비추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일하는 방법이나 직업에 관한 조언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특정 직업보다는 '어떤 사람인가'로 자신을 규정하는 시대가 오리라는 기대, 연식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다시 각자의 꿈을 꾸는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어떤 일에 성실하게 몰두하고 있다면 공감할 만한, 한 사람의 삶이 담긴 성찰의 기록이자 '체험적 직업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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